구 년 전 내 평생에 야생화라고는 처음 만났다 사천
논밭을 거닐다 맨날 하늘만 쳐다보던 내 발에도 뿌리가
달린 걸 보았다 논두렁에 낮은 포복하고 주걱 꽃잎 위에
보라색 모자 쓰고 있는 주름잎꽃, 낮아지고 낮아져서
참선하고 있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영(靈)을 비워
내야 무(無)가 된다 너는 왜 사느냐 나는 그저 살기 위해
산다* 주름잎이 스스로 내는 답이 환하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7)가 한 말. 독일 도미니코
수도회 사제(司祭). 신비주의 사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