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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목 Oct 11. 2024

화살에 대하여

제4회 구지가 문학제 수상작

화살에 대하여                              

                   송주성(제4회 구지가 문학제 수상작)     



          

  화살이 날아가, 날아가며 지나온 것을 지우며, 궤적에서 탈출하려고 온

몸을 자기 밖으로 던져, 결국엔 자기의 텅 빈 곳으로 돌아가고 마는 힘의 극

한에 걸려 있던 한 점 미련 같은 것을, 활은 놓쳤던 걸까? 아니면, 놓은 걸까?

앞이 날카롭다거나 화살이 날아간다고 보이는 건 밖에서 정지해서 보기 때

문일 거야. 불에 덴 속도로 화살이 나란히 달리면서 옆으로 고갤 돌려 보면

보여, 꼬리가 이미 불에 타들어오기 시작한 듯 눈을 슬프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목구멍으로 하마 소릴 지르고 있는 화살의 얼굴, 그러니, 넌 가고 있

구나, 날아서 가고 있구나, 라는 말은 슬픈 말

  화살은 궤적에서 탈출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지만 그럴수록 지난 것들의 전

부도 궤적을 따라 좇아와, 화살은, 가지 끝에서 발을 떼는 새, 원인에서 도망

치는 결과, 리얼리즘 읽기를 괴로워하는 환상문학 작가, 밤이면, 지워지는

것과 닿지 않는 것 사이의 어쩔 줄 모를 공간을 자신이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음을 화살은 혼자서 알아

  아, 뭐라 말해야 좋을까, 탈출하는 화살을 잡기 위해서라면, 궤적도 자기 바

깥으로 자기를 던져야 한다는 것 말야. 세상에, 우린 그런 걸 사랑이라고 했

던 걸까? 궤적은, 화살도 없이, 근거도 없이 이곳에 남겨질 순 없겠지. 궤적

이란 탈출하는 화살을 향해 매혹되는 것. 말하자면 탈출이란 궤적을 초과하

라고 궤적을 현혹하는 것. 결국 날아간다는 건 자기가 자기를 유혹하는 것.

깊은 속 검은 밤 골목의 입술로

  그건 빛도 그래. 빛은 전진할 때만 빛나는 빛, 자신의 기쁨이며 슬픔인 속을

날아가지. 저기 정지한 빛들의 아기와 같은 숨소리 가득한 밤하늘 좀 봐, 불

러도 듣지 못하는 빛이 저길 스쳐지나가네. 깊은 곳 검은 밤 골목의 뜨거운

입술에 맴도는 말을 남기고

  높은 북쪽 툰드라 전설의 부족민 마을엔, 아득한 곳으로부터 날아와 꺼지

지 않은 불씨로 박힌 수천만 화살들의 숲이 있어. 화살은 거기서 비로소 고

갤 뒤로 돌려서 사라진 자기 궤적들의 어둠을 바라보게 되겠지. 무어라 웅얼

거리면서 하염없이 영롱이면서. 그때 전설의 부족민들은 그 숲을 향해 서서

이렇게 말할 거야. - 저것은 밤하늘 멀리 날아오며 다 타고 끄트머리 불씨로

만 남은 화살의, 그러니까 활도 몸통도 궤적도 없이 낯선 곳에 와서 자신의

캄캄한 뒤를 돌아보는, 한 영혼의 일렁이는 눈동자라네.     


-----------------------------------------------------------------------------     

1 Five Essentials of Things

①화살은 지나온 것을 지운다

②화살은 발을 떼는 새, 원인에서 도망치는 결과, 환상문학 작가다

③화살이 날아간다는 건 자기를 유혹하는 것이다

④화살은 사라진 자기 궤적을 바라본다

⑤화살은 자신의 캄캄한 뒤를 돌아보는, 영혼의 눈동자다     


2 Analysis by  m&s     

----ⓜ(metaphor)  ----ⓢ(statement)   ----ⓢ’(simile)     

∙화살이 날아가, 날아가며 지나온 것을 지우며, 궤적에서 탈출하려고 온몸을 자기 밖으로 던져, ----ⓜ

∙결국엔 자기의 텅 빈 곳으로 돌아가고 마는 힘의 극한에 걸려 있던 한 점 미련 같은 것을, 활은 놓쳤던 걸까? 아니면, 놓은 걸까?----ⓜ

∙앞이 날카롭다거나 화살이 날아간다고 보이는 건 밖에서 정지해서 보기 때문일 거야. 

----ⓢ

∙불에 덴 속도로 화살이 나란히 달리면서 옆으로 고갤 돌려 보면 보여,----ⓢ

∙꼬리가 이미 불에 타들어오기 시작한 듯 눈을 슬프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목구멍으로 하마 소릴 지르고 있는 화살의 얼굴, ----ⓜ

∙그러니, 넌 가고 있구나, ----ⓢ

∙날아서 가고 있구나, 라는 말은 슬픈 말----ⓢ

∙화살은 궤적에서 탈출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지만 ----ⓜ

∙그럴수록 지난 것들의 전부도 궤적을 따라 좇아와, ----ⓜ

∙화살은, 가지 끝에서 발을 떼는 새, 원인에서 도망치는 결과, 리얼리즘 읽기를 괴로워하는 환상문학 작가, ----ⓜ

∙밤이면, 지워지는 것과 닿지 않는 것 사이의 어쩔 줄 모를 공간을 자신이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음을 화살은 혼자서 알아----ⓜ

∙아, 뭐라 말해야 좋을까, ----ⓢ

∙탈출하는 화살을 잡기 위해서라면, 궤적도 자기 바깥으로 자기를 던져야 한다는 것 말야. 

----ⓜ

∙세상에, 우린 그런 걸 사랑이라고 했던 걸까? ----ⓢ

∙궤적은, 화살도 없이, 근거도 없이 이곳에 남겨질 순 없겠지. ----ⓢ

∙궤적이란 탈출하는 화살을 향해 매혹되는 것. ----ⓜ

∙말하자면 탈출이란 궤적을 초과하라고 궤적을 현혹하는 것. ----ⓜ

∙결국 날아간다는 건 자기가 자기를 유혹하는 것.----ⓢ

∙깊은 속 검은 밤 골목의 입술로----ⓜ

∙그건 빛도 그래. ----ⓢ

∙빛은 전진할 때만 빛나는 빛, ----ⓢ

∙자신의 기쁨이며 슬픔인 속을 날아가지. ----ⓜ

∙저기 정지한 빛들의 아기와 같은 숨소리 가득한 밤하늘 좀 봐, ----ⓢ‘

∙불러도 듣지 못하는 빛이 저길 스쳐지나가네. ----ⓜ

∙깊은 곳 검은 밤 골목의 뜨거운 입술에 맴도는 말을 남기고----ⓜ

∙높은 북쪽 툰드라 전설의 부족민 마을엔, 아득한 곳으로부터 날아와 꺼지지 않은 불씨로 박힌 수천만 화살들의 숲이 있어. ----ⓜ

∙화살은 거기서 비로소 고갤 뒤로 돌려서 사라진 자기 궤적들의 어둠을 바라보게 되겠지. ----ⓜ

∙무어라 웅얼거리면서 하염없이 영롱이면서. ----ⓢ

∙그때 전설의 부족민들은 그 숲을 향해 서서 이렇게 말할 거야.----ⓢ 

∙- 저것은 밤하늘 멀리 날아오며 다 타고 끄트머리 불씨로만 남은 화살의, 그러니까 활도 몸통도 궤적도 없이 낯선 곳에 와서 자신의 캄캄한 뒤를 돌아보는, 한 영혼의 일렁이는 눈동자라네.----ⓜ   

  

----ⓜ(17)  ----ⓢ(12)   ----ⓢ’(1)     


3 Comment

  시인은 화살이라는 이미지(그림)을 가지고 상상하고 거기에 오감을 더해 감각적인 시를 썼습니다. 제 나름으로 메타포, 진술, 직유로 분석한 결과 메타포는 17개이고 진술이 12개 직유가 1개였습니다. 그만큼 시인은 시적 기술로 메타포를 사용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살하면 당연히 떠오른 것은 과녁입니다. 화살의 존재 이유는 과녁이 있기 때문입니다. 화살의 목적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과녁에 적중이 될 때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한번도 화살의 과녁에 대한 시적 서술은 없습니다. 

  시인의 관심은 과녁이 아니라 오직 화살이 지나오는 궤적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시인은 본 화살의 본질을 다섯 가지로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즉 ①화살은 지나온 것을 지운다 ②화살은 발을 떼는 새, 원인에서 도망치는 결과, 환상문학 작가다 ③화살이 날아간다는 건 자기를 유혹하는 것이다 ④화살은 사라진 자기 궤적을 바라본다 ⑤화살은 자신의 캄캄한 뒤를 돌아보는, 영혼의 눈동자다.


  우리 인생의 목표를 과녁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세속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잘 먹고 잘 살고, 다시 말해 편안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는 돈, 재물입니다.


  시인은 결과, 목표, 과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오는 궤적을 바라보면서 음미(吟味)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우리의 과녁을 적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바라보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혼이어야 한다고 시인은 생각합니다.

  제 방식의 시작(詩作) 감상이었습니다.




*송주성 시인 프로필     


199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

시집 <나의 하염없는 바깥> (걷는사람) 출간

부산출생

건국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대학원에서 공부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등에서 강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없다>, <함께 읽는 성서> 등의 책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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