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변성현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것에 비하면’
아이를 낳아 기른 적은 없지만 동생이 아들 한 명을 키우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니 육아란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어느 장소에 가면 조용해야 한다든지 먹기 싫은데 억지로라도 밥을 먹게 해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상황들에서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는 왜 그래야 하는지 당연히 납득이 되지 않을 겁니다. ‘하기 싫은 일은 왜 해야 하지 그냥 유튜브나 보고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종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뭐 어른이 된 사람들도 마음속으로는 출근 왜 해야 하지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다는 꿈같은 생각들을 자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부모의 역할이란 가혹하게도 이 세상 모든 일을 처음 경험해 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만나게 될 아이에게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지겹도록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아이들은 잔소리라고 부르기로 할 거고요.
영화 ‘길복순’에서 길복 순은 MK ent라는 살인 청부 조직에 속해 있는 A급 킬러이자 혼자서 중학생 딸을 키우는 어머니입니다. 아이들에 유아기에는 어머니가 본인들 세상에 전부 같은 존재이지만 아이는 초고속 성장을 해나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본인들에 ego가 단단해지는 시점부터는 그 나의 세상에서 전부였던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은 많은지 맞는 말인지는 알겠지만 그냥 다 반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즈음에 자주 들게 되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모녀는 서로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딸의 비밀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어머니의 비밀은 자신의 직업입니다. 딸에게 나 킬러야 이렇게 말할 부모라면 길 복순처럼 모성애가 넘치는 인물이 아닌 같은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큰 사랑을 ‘더 글로리’에 동은이 엄마 같은 모습을 하고 있겠죠. 그녀는 외부적으로는 이벤트 회사를 다닌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뭐 살인을 통해 상대는 죽음이라는 탄생 이후 거대한 이벤트를 맞이하게 되기에 어쩌면 진실을 에둘러 말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먼저 진실을 고백하는 것은 딸입니다. 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결국 엄마에게 동성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그 고백을 들은 길복순에 반응은 처음에는 당황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해에 도달하게 됩니다. 부모란 내 자식을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하고 멸시해도 끝까지 감싸 안을 수밖에 없게 되는 존재라는 말처럼 길복순도 딸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영화에 마지막 설경구와 대결에서 길복순이 그를 죽이는 모습을 딸이 목격하며 그녀의 직업을 알게 된 것 같은 장면이 나왔지만 그것을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며 감독은 관객에 선택에 맞깁니다. 딸이 자신이 킬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가장 두려워했던 길복순이었지만 딸에 반응은 오히려 담담하고 모른 채 하는 듯 넘어갑니다. 그리고 굳게 닫쳐있던 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줬던 딸의 방문이 열리고 모녀의 대화합으로 영화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갑니다.
변성현 감독의 작품 중에 ‘불한당’이 가장 많은 마니아들을 만들 정도로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감독의 데뷔작 ‘청춘 그루브’를 제외한 4편의 장편 영화를 모두 본 후에 느끼는 생각은 저에게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은 ‘길복순’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길복순’에 대체적인 커뮤니티와 평론가들에 평은 꽤나 안 좋은 작품이지만 창작물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취향에 따라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비슷한 류에 영화들에서 가져온 수많은 부분들이 클리셰라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은 부분에서 특정 영화들을 떠오르게 하고 초기 힙합 음악에서 샘플링 작법처럼 나름에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애정 하는 영화인 ‘헤어질 결심’을 볼 때 사이사이에 히치콕에 Vertigo가 떠올랐던 기억이 좋았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길복순’을 보면서 장면 장면 존 윅 시리즈나 타란티노의 영화들 그리고 주성치에 영화들에 대한 연상을 저는 오마주로 받아들였습니다.
작품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들었던 미장센과 전도연의 연기와 그를 잘 보조해 준 이제는 변성현 감독에 페르소나같이 느껴지는 설경구 배우에 연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루즈함도 존재하고 몇몇 배우들은 극에서 겉도는 느낌들이 들기도 하고 유치하고 가볍게 연출된 부분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기에 영화 ‘길복순’은 장점과 단점이 적당히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가볍게 볼만한 한국 영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한 번쯤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