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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Mar 07. 2024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자로 살고 싶다.

길을 잘 못 찾습니다만...

'시흥하늘휴게소' 진입하려면 파란 유도선 따라가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행길에 들르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길을 고 헤매다 들렀으니 온전한 정신이 아닌가 보다. 왼쪽으로 진입하려다 잠시 버퍼링... 소형차만 진입가능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다시 후진해서 대형차 전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친구 아버님의 부고로 조문차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5시쯤 출발했다. 금요일 퇴근길. 막힐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산에서 부천.  1시간 15분 소요... 시나 자유로 벗어나자마자 극강의 정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속 20킬로, 10킬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도 진하지 않는 한 목적지에는 무리 없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오분후면 도착할 것 같아."  목동에서 출발한 친구.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까 서두르지 말고 안전하게 와.""주차장이 좁아서 다릴 수도 있어." 


부천이정표를 지나쳐서 계속 직진 중이다. 시 확인해도 목적지는 '부천장례식장' 이상 없다.

내비게이션은 얼뜨기 운전자에게 어디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 지름길도 알아서 척척 찾아 준다. 체이유도 알려준다.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된다.

우리의 뇌 안을 들여다본다면 잘못 든 길이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동안 뇌 안에서는 실제로 매 순간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동선 뇌과학박사-

체되던 도로는 뚫리며 차들이 일시에 내 닫기 시작다. 엑셀레이더를 꾹 누르며 흐름 속에 동참했다. 부천진입로를 지나쳤으니 곧 도착할 것이다.  인천공항이라 쓰인 푯말이 스치듯 지나갔. 안감을 믿음으로 승화시키며 계속 직진을 시도해 본다. 네비는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시흥... 판교... 안내판이  차례로 지붕 위를 훑고 지나간다. 어라... 뭐지? 믿음이 심이 되는 순간 목포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제눈으로 오른쪽 아래를 노려. 수상하다. 수상해... 직진을 의미하는 파란색 굵은 선.


믿고 출발했던 기계는 나를 배신한 것 같다. 뻥 뚫린 도로 위에서  대책 없는 직진... 도착소요시간은 8분, 9분 10분... 그러더니 25분...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카카오 네비로 찍고 갈 거야?"  대폰 검색하는 이 물어다. 그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시동을 걸면서 장착된 네비 목적지를 입력하고 그냥 출발한 것이다. 믿으니까 잘 도와주겠지... 밑도 끝도 없다. 기계와의 신의라니...


는 어떤 길을 갈 때 아무 길로 들어 때가 어쩌다 있다

20만 킬로를 함께한 에쿠우스 신형? 네비 이상징후를 보인 것은 지난달 친정 모임차 안양을 갈 때였다. 자기 꺼지며 다시 입력하라길래 당시에는 내 탓이려니 했다. 잠깐 세워 생각을 바꿀 여유 있었다. 러나 지금 도로황은 쉽지 않다.


 들었다.   둘이 거금을 투자해 생일 선물로 사 준 지플립 5이다. 금빛 찬란한 휴대폰이 내 손에 착 안긴다.  엄지손가락을 오른쪽 사이드에  댔다. 런데 비번입력화면이 뜬다. 가지 가지 한다.  생체 인식 시스템은 다. 내 지문은 비밀-사실 대단하게 숨길 것도 없지만-이 유출되지 못하도록 해 준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지나면 한 번씩 비번을 입력해 리셋팅을 해 주어야 한다. 지금인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복병에 다시 머릿속이 허옇다 못해 뿌옇다.

 지털은 나하고는 안 맞아하면서 투덜 될 여유도 없다. 

 비번은  알파벳 네 개, 특수문자 두 개, 그리고 숫자 네 개.. 도합 10개. 자판을 규칙 없이 중구난방  다 다른 활자다. 머리를 쥐어짜 낸 비번 덫에 내가 걸려들었다. 


왼 손은 핸들에 단단히 고정했다. 정면을 향한 눈을 순식간에 움직여 휴대폰을 작동해야 한다. 발력이 있어야 한다. 로는 여전히 뻥 뚫려있다.


평소 나의 멀티플 한 행동에 남편은 혀를 내 둘렀었다. 빨래를 개면서, 티비를 시청하고 통화도 한다. 그럼에도 내용을 다 깨 뚫는다. 커피를 마시며 티비를 시청하며 고양이와 놀아 준다. 심지어는 부엌에서 조리하면서 티비소리로 장면을 유추하는 능력도 있다.


엄지를 뺀 네 손가락으로 폰을 고정시켰다. 이제 엄지로 비번을 잘 눌러주면 된다. 그러나 d를 누르는데 e가 뜬다.  하나를 턱 밑으로 옮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알파벳 네 개를 간신히 성공시다. 그러나  특수문자... 엄지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왼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핸들 잡은 손을 뗄 자신이 없다. 기까지가 끝인가 보다.

옆차선 양해를 구하며 천천히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안하게 세울 곳을 찾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멀리 휴게소 푯말이 보인다. 살았다

늘 옳은 길일 것이라 판단하고 시작한다.
그러나
아니다.
그렇다면 다시 찾아 나서면 된다.
그러면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었을 즈음이다.

동창모임을 하고 돌아오는 데 그만 길을 잘못 들었다. 안산에서 일산...  찾아갔으므로 그대로 돌아오면 었다. 그런데 일산으로 향해야 할 내차는 자유로가 아닌 서해안고속도로를 내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왜 진입했는지도 모른다. '목포'라는 이정표가 나타나는 순간 그제야 잘못을 인지했을 정도였다. 나는 지리감각이 무디고 무지하다.


네비는  탐색 중이라고 했다. 온몸은 긴장으로 쪼그라들었다. 달리는 차를 멈출 수도 없고, 고속도로에서는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 볼 만큼의 센스도 없었다.

시점에서 반대편 차선로 진입했는지 기억에 없다. 왜냐하면 돌아오는 길이 너무도 공포스러워서 부분적으로 기억상실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개통된 서해안고속도로 뻥 뚫려 있었. 도로 위에서 자동차들은 바퀴에 스파크가 일 정도로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앙!!  차를 다. 을 스치는 차들의 굉음에 주눅이 들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엑셀을 꾹 눌렀다. 속도계기판을 보니 140킬로..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가 쫘악 가라앉는단 말이야.  좋은 차야." 남편은 에쿠우스속도감에 늘 이렇게 칭찬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오히려 안정된다는 것이다. 러나 나는 공포 속의 밤 속에서 그저 내 달리고 있었다.


죽.기.싫.어요  죽.기.싫.어요..

갑자기 여자 음성이 들렸다. 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벨소리가 '죽기 싫어요'라니... 몇 번의 울림 끝에 기억이 났다. 딸 작품이다. 컬러링을 바꾸고 한 번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 지금 나는 바뀐 컬러링을 처음 들었다. 그 첫 문장은 d마이너로 흐느끼는 '죽. 기. 싫어요'였던 것이다.


으스스한 컬러링과의 동반은 자유로 진입 전까지 이어졌다.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가 걱정이 된 딸에게서 계속 전화가 오고, 그럴 때마다 저음의 여자 가수는 죽기 싫다 울부짖었다. 일산에 들어서야 신호대기 중 리나케 전화를 걸어 딸아이를 안심시켰다.


집에 도착하 늦은 이유를 묻는 딸아이에게 먼저 컬러링부터 따져 물었다. 딸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대신 컬러링을 다시 려준다.

 듣...어요.  듣.기.싢.어요. 분명하게 들린다. 듣.기.싫.어요...참으로 상한 일이다.

왁스(가수)는 괜한 오해를 받고 나를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결국 나로 하여금 미안함이 생기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왁스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도착했어?" 친구는 아마도 주차장에서 지체되고 있는 것쯤으로 생각했나 보다. 상황을 설명하고는 잠시 숨을 돌린다.


'시흥하늘휴게소'는 금요일 저녁치고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장례식장까지 58분... 집까지 1시간 18분...


황당했던 길 잃음에 친구들은 토닥여준다.

" 은 어떻게든 찾아가잖아. 집이잖아"


나는 늘 옳은 길이라고 선택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게 흘러가기 일쑤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셀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덕분에 예기치 못 한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도 한다. 아 돌아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낯 선 풍경들로 또 따른 재미를 주곤 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한 계속될 것 같다.


헤이!!카카오, 집에 가자!  아리야, 집에 가자!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 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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