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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Feb 20. 2024

육십에 카페를 열었다.

카페메뉴판 난독증 해결을 위한 작은 팁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높은 압력으로 추출된 진한 커피, 하나의 샷으로도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진한 원액의 커피라 맛이 강해서 쓴맛이 강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조금씩 입안으로 흘려보내보면 원두의 여러 가지 맛을 느끼실 수도 있다. 와인을 즐기듯 후릅 후릅..카페 머신의 위잉..소리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소리.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추가한 음료, 에스프레소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얼음을 추가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아메리카? 아메리카노? 어떻게 명칭이 정해졌는지 분명치 않다. 미국이나 유럽권에서도 익숙하지 않으며 심지어 가까운 일본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메리카노는 K음료 같은 느낌조차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추운 겨울 발을 동동거릴 정도의 영하의 날씨건만 두껍게 입은 파카가 무색하게 손에는 얼음 가득 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다. 손은 파랗다 못해 뻘게졌건만 연신 입을 뾰족이며 찬음료를 빨아들인다. 일명 얼죽아들이다.(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기는...)


"강릉에 다녀왔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 먹어봤어요." 귀를 쫑긋해 본다. "언니도 해 봐요, " "난 거기라면 한 번 더 갈 거 같아요." 운동멤버인 미희씨다. 카페를 시작한 후 지인들과 단골들은 수시로 내게 정보를 물어다 준다. 그러나 대부분이 관광지 주변이나 대형 카페에 관한 것들이다.  작은 동네 카페사장에게는 그림의 떡인경우가 많다. 그래도 감사한 관심이 아닐수 없다.


커피 한 잔을 위해 줄 서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말에 놀랐다. 운이 좋아 빨리 들어가서 좋았다는 에 두 번 놀라고 음료값이라고 하기에는 비싼 한 잔 가격세 번째 고 말았다. 커피값을 아끼느라 카누를 녹여 보온병에 담아 오는 그녀답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바야 게이샤같이 태생이 귀족인 스페셜티 원두 아니었다.  필터커피를 그 값을 치르고 즐길 그녀가 아니다. 대체 얼마나 맛이 있었던 것일까?  이미 유튜브에는 비슷한 음료들 레시피 동영상들이 꽤나 많이 올라와 있었다. 러나 무작정 따라쟁이가 될 수 없다. SNS에 넘쳐나는 음료들을 무작정따라 하다가 자칫 가랑이 찢어지기 십상이다.

라테(Latte)...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뜻. 그러므로 카페 라떼에는 커피+우유라는 의미가 된다. 각종 재료에 우유를 섞으면 다양한 라떼로 불릴 수 있다. 녹차를 넣으면 녹차라테가 되는 것이다. 샷을 추가하면 카페(caffe:이탈리어아로 커피) 녹차라테라고 할 수 있다. 카페마다 메뉴이름은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00 라테이면 00이라는 재료에 우유를 첨가한 음료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카페모카(에스프레소+우유+초코시럽), 카푸치노(에스프레소+스팀우유+시나몬)등에도 우유가 들어가니 라떼라고 해도 될 것 같다.

" 카페라떼 마셔라."

"카페라떼는 너무 달아서 싫어."

한참을 메뉴판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주춤거리는 친구를 위해 동행한 고객이 추천을 했다. 그러나   카페라떼 무 달아서 싫다 손사래를 친다. 사실 카페라떼에는 피와 우유만 들어간다.  단 맛이 베이스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 카페에서는  특별한 주문이 없는 한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주지 않는다. 


카페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음료가 구원 투수쯤 되는 것 같다.  특한 재료와 우유의 혼합은 카페 메뉴판을 풍성하게 채워 줄 수 있다. 요즘엔 양한 재료로 선보이는  라떼음료가 많다. 렇다고 욕심껏 메뉴를 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 함없이 그리고 꾸준히 사랑받는 그니처 음료는 그 카페의 자랑이다.

담고나 라떼: 커피에 크림과 우유를 섞어 달콤한 원액을 만든다. 그 위에 달달한 휘핑크림과 달고나 조각을 올린다. 카페이름 첫 글자의 '담'을 '달'대신 사용했더니 자꾸 물어보신다. 느끼하지 않은 달콤함에 인기 있는 품목이다. 달달한 카페인이 당길 때 딱이다.

바닐라빈라떼: 마다카르산 최상급 바닐라빈을 박작박작 긁어모아 시럽을 만들었다.  적당한 달달함과 은은한 바닐라향이 쌉쌀한 커피와 잘 어울린다.  카페 인기 메뉴이다.

쌍화라테, 생강라떼: 건강한 라떼음료 되시겠다. 첫 모금부터 칭찬세례를 받는 건강과 맛을 다 잡았다. 추운 겨울에 쌍화차와 더불어  비수기를 이겨내게 해 주는 효자음료이다. 장년층에서 많이 찾을 것 같지만 젊은 고객들도 주문을 해 주신다.

"김밥천국 같아..." 틈날 때마다 개발한 메뉴를 덕지덕지 벽에 붙일 때면 딸내미가 한 소리 한다. 머리에 넘쳐나는 각종 레시피 조리해보고  일차적으로 가족에게 컨펌을 받는다. 오케이다 싶으면 급한 마음에 임시메뉴화 시킨다는 것이 과했던것이다.  "올 때마다 뭐가 새로 생기네요. "  손님들은 재미져한다.  탄생되고 폐기되고 재 탄생되어 가는 일이 다반사. 


시나몬 진저자몽차: 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미니사과를 가을에 따서는 꼬마 단골들 손에 쥐어 주고 남은 것들을 잘라서 사과청을 담아 놓는다. 그리고 생강, 자몽, 히비스커스등의 맛을 추가해 본다. 계피설탕을 두른 잔에 슬라이스 된 오렌지조각과 허브로 멋을 내어서,  시나몬 스틱을 꽂아 저어 드시는 용도로 제공한다. 시나몬은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깊어진다.  뜨거운 물에 한 번 더 드셔보라고 권한다.


사실 이미 선호하는 음료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이 라떼음료를 마시는 경우는 드물다.  엮시도 아메리카노 외엔 잘 안 당긴다. 웬만해서 취향이 바뀌기란 쉽지 않.


에이드(Ade)... 과즙이나 기타 과일 시럽, 설탕등을 이용하여 청량감 있고 상쾌하게 만든 음료. 보통 탄산수나 식초등을 사용함

"따뜻한 레모네이드 주세요."... 에이드를 따뜻하게 달라시면...

청량하고 톡 쏘는 맛에 찾는 음료이기에 잠시 주춤거렸다가 설명을 드렸더니 아하... 하면서 다른 음료로 주문하신다. 음과 함께(선택사항) 탄산수에 녹여내어 놓는 음료라 장년층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음료일 수도 있다. 요즘은 아샷추(아이스티에 샷 추가)등 에이드 음료에 에스프레소를 추가하여 즐기는 경우도 있다. 에이드로 즐기다 샷추가로 두가지 음료를 즐기는 기분이 든다고들 하신다.


모히또(Mojito) 에이드:  마당에는 추운 계절을 제외하고는 내내 민트와 박하를 만날 수 있다. 솎아 주어도  땅속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바람에 늘 넉넉하다.  원래는 럼(Rum) 주를 주재료로 사용해야 하나, 술 대신 레몬과 민트, 박하를 듬뿍 넣어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적당한 단맛과 세콤 상큼함이 입안에 머무는 자체로도 상쾌하다.

히비스커스 피치에이드:  히비스커스는 음료의 색감을 줄뿐더러 다이어트에도 좋다. 여기에 복숭아맛! 싫어할 수가 없다. 한 입 머금으면 새콤 텁텁한 히비스커스가 침샘을 자극하고 달적한 복숭아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엄지가 척 올라간다.  톡 쏘는 탄산의 재미는 덤이다.
스무디:과일이나 생채소, 또는 기타 재료(초코, 녹차, 요구르트.. 등)에 크리미 한 재료(우유, 아이스크림 또는 요구르트)등을 섞어 부드러운 거품이 나도록 갈아 만든 음료. 분쇄한 얼음을 넣어 더운 여름, 무심코 후룩 삼키다 뇌속까지 뻐근해 질 수 있다.


"딸기 요거트 스무디 주시는데요. 스무디는 빼 주세요" 하신다. 스무디라는 것이 아마도 들어가는 재료쯤으로 오해하신 것 같다. 아 만드는 음료임을 설명드리면  너무 차갑않게 주세요 하신다. 


여름차, 겨울차 , 극하와 극동을 기준으로 카페음료의 선호는 확 나누어진다. 물론 영하밑의 날씨에도 아이스만 찾거나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에서도 따뜻한 음료만 드시는 분들이 있다.

카페의 일년은 구정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 구정이 지나면서  외투가 가벼워지고 쌀쌀해 웅크릴지언정 마당 테이블에 앉고 싶다. 의자를 포근하게 감싸던 방석은 걷혀 다시 올 겨울을 기약한다. 카페 전면에서 반짝이던 눈모양 전등도 퇴출되었다. 카페 안은 이제 새봄콘셉트로 거듭날 것이다.

겨울을 책임지던 메뉴주문이 뜸해지는 느낌이다.


프리지어로 봄을 띄우고...

벚꽃라떼를 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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