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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모나 Oct 26. 2024

가난한 사랑에 글을 쓰기 시작하다.

프롤로그 _파도

마음이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가난한 사랑을 받으며 컸다.

가난한 사랑에는 빈자리가 너무나 많아서 증오로 채웠다.

그렇게 애증 하는 어른이 되었다.


이 세상을 잘 살고 있다가도 한 번씩 어릴 때의 상처가 파도처럼 넘실거릴 때가 있다.


내가 쌓은 모래성을 무너뜨리는 파도를 볼 때면

쉽게 무너져 내리도록 쌓아 올린 모래성이 아닌 

파도를 원망했다.


왜 호수같이 잔잔하지 못하고 바람이 불 때면 넘실거리며 거세게 들이닥칠까.


하루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파도는 거세게 밀려와 모래를 잡아먹었다. 

모든 것들을 부실 것처럼 대단한 힘이었다.


거센 침범에 참을 수가 없었다.

가버리라고, 제발 오지 말라고 소리치던 나였는데

그날은 견딜 수 없어서 파도 속에 몸을 던졌다.


잠긴 채 휘몰아치는 대로 무서운 단어들을 나열했다. 

숨 쉴 때마다 벌컥벌컥 물이 입안에 들어차다 왈칵 쏟아졌다.

살기 위해 팔이며 손이며 휘적거렸다.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있긴 했던 건지, 나는 가만히 모래밭에 누워있었다.

평온했다.



그날은 슬픈 마음에 핸드폰 메모장에 글 하나를 적었었다. 

폭풍우가 밀려오듯 쌓여왔던 원망을 가득가득 담았다.

나는 분명히 원망을 적었는데 원망이 신기하게 지워져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억지로 막지 않으니 고요하다.

파도를 세상에 흘려보낸 것이다.


'내 안에만 있던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글 한편 써내면

내 안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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