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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경아 Mar 20. 2022

당신의 진심을 담은 행동을 보여주세요

언어로만 하는 게임을 통해 행동의 중요성을 찾아봐요.

과일! 지방!

대체 이 단어들은 무엇일까요?      


‘저스트원’이라는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2019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게임으로 협동파티게임입니다. 협동 게임은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는 게임으로 모두 같은 편이라는 생각이 게임을 더욱 즐겁게 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은 돌아가면서 하는 술래와 힌트를 주는 사람들로 나뉩니다. 술래가 비밀 단어를 맞힐 수 있도록 다른 모든 사람들은 단어판에 힌트를 적으면 됩니다. 이 때 힌트를 쓰는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각자 현재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를 쓰면 됩니다. 모두 다 썼다면 이제 단어판을 모두 모읍니다. 

    

술래에게 힌트를 적은 단어판을 보여주기 전에 지워야 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규칙에 어긋나게 적은 경우와 중복되는 단어를 지워야 합니다. 대부분 중복되는 경우는 핵심단어인 경우가 있어서 게임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함성이 따릅니다. 이젠 남은 단어판만 술래에게 보여 집니다. 

    

‘과일’ ‘지방’ 이 두 단어로 비밀 단어를 알아내야 합니다. 술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지 패스를 외칩니다. 아이가 궁금해 해서  지운 단어를 써서 보여줍니다. 이제 단어는 ‘항구, 지방, 과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알지 못합니다.     

“야. 있잖아. 아 그것!!!”

옆에 있던 친구들이 안타까움에 몸을 배배 꼽니다. 친구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 비밀단어를 결국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을 할때마다 잠깐 아이들에게 스치는 듯 이야기 하는게 ‘메라비언의 법칙’입니다. 미국 ucla 대학의 앨버트 메라비언(Alert Mehrabian)이  1971년 자신의 저서 ‘침묵의 메시지’에서 발표한 이론으로 상대방에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7%만 작용한다는 이론을 말합니다. 즉 효과적인 소통에 있어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인 시각과 청강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이 연구는 호감도에 대한 이론이지만, 언어를 통해서는 7%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 저는 주목합니다. 이렇게 보니 이 게임은 적어진 단어로만 답을 맞혀야 하니 확률이 7%일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힌트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중복되어 지워지게 되면 정답을 맞힐 확률은 7%보다 더 낮을 거 같네요.    

       

다음 2,3학년이 준 힌트입니다.

‘과일, 줄무늬, 초록색, 빨강. 검은색’

그런데, 여기에서 줄무늬가 두 명이 써서 지워집니다.

‘과일, 초록색, 빨강, 검은색’으로만 정답을 외쳐야 합니다. 

     

실제로 이 게임을 해 보면 힌트로 주어진 단어들을 보면 대체 이것들은 뭐야?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협동게임이다보니 술래가 꼭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어를 찾습니다. 너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그 단어들을 술래의 머릿속에서 한 단어로 엮여야 하는 건 여간 곤욕이 아닙니다. 술래를 히보지 않으면  자신이 쓴 힌트를 보고 왜 모르냐고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래를 한번 하고 난 후는 더 이상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다 비밀 단어를 정답으로 말한 사람이 나오면 축제 분위기가 따로 없습니다.           


게임이 한 번 끝나고 나면 이 게임을 조금 변형해서 다시 해 봅니다. 자신이 쓴 단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앉아서 또는 서서 말은 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합니다. 보는 내내 웃으면서 게임을 하지만 답을 맞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과일’은 두 손의 손가락을 살짝 오므려서 두 손 사이를 조금 벌려 원을 만듭니다. 과일의 크기를 표현합니다. ‘항구’는 무언가를 열심히 묶습니다. 마지막 ‘지방’은 자신의 살을 두 손으로 최대한 잡아서 보여줍니다. 이제 맞힐 수 있을까요? 아마 사랑 표시를 하라고 하면 최대한 크게 표현을 할 겁니다. 그러니, 정답율이 올라가고 아이들의 답답한 표정도 가십니다.     

 

이 게임은 서로가 같은 편이어서 최대한 도움이 되는 단어를 찾으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간절한 마음에도 쓰여진 단어로는 서로가 가리키는 그것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전달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 행동을 넣어서 게임을 해 보니 조금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어찌 이게 보드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현상일까요? 말만 했을 때 겨우 7%인데 말도 하지 않고 내 마음이 전달되기는 힘들겁니다. 말을 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표현하기도 하고 부족하면 이젠 행동으로 보여주셔야 합니다. 난 너를 사랑해 하면서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말하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요?  사랑한다면 이제 덥석 손을 잡는 것도 어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 이제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실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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