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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경아 Jun 13. 2022

잘 지내나요?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하다.

“잘 지내나요?”

한참 일을 하다 확인해보니 친구에게 한 통의 부재중 전화와 이렇게 카톡메세지가 와있었습니다.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점심을 같이 할 시간이 되는지 물어봅니다. 그 날 저의 일정은 4시에나 일이 끝날 수 있어서 그때  차를 한잔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친구와 약속을 하긴 했지만 전 즐겁게 친구를 만날 몸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이틀을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해서 편두통이 오고 그 두통으로 오른쪽 눈 위가 지끈지끈 아팠었거든요. 

그런데, 친구의 밥 먹자는 말은 

‘나는 지금 속이 부글부글 거려서 누구와 이야기 하지 않으면 터져 버릴거야.’

라는 뜻이랍니다. 저보다는 친구가 더 바빠 웬만하면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는 친구의 사정을 아는지라 더욱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확진자 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을 때는 월례행사처럼 가끔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그때는 코로나로 저희가 사는 지역이 하루에 엄청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서로 조심하느라 전화로만 간단하게 통화를 하고 있던 때였지요.  이런 친구가 전화도 하고, 카톡까지 보낸 것을 보니 지금은 이야기 할 상대가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적이 있으니 그 마음을 잘 압니다. 


그렇게 친구와 4시쯤에 까페에서 만나 차 한잔 마시고 이야기를 잠깐 나눴을 뿐인데, 며칠 동안 난 나의 몸 상태를 체크했답니다. 마스크를 더 철저히 쓰고 다녔지요. 그러면서 이렇게 언제까지 살아야하나 한숨을 쉬기도 했지요. 


          

“언니, 퇴근한 이서방에게  말을 했는데, 이서방이 짜증을 낸다. 그래서, 싸웠어.”

“무슨 말을 했는데?”

“그냥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지. 하루종일 옹알거리는 아이를 데리고 말을 하다가.... 나도 사람이랑 말을 하고 싶어서 한건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루 종일 아이와 지내다가 남편이 들어오니 이것저것 대화를 시도했을 동생은 남편과 싸우고 저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제부는 직장에서 일하고 들어와서 쉬고(텔레비전 보고) 싶은데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시도하는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만 들었다가 날벼락을 맞았을 겁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야기 안 들어준다고 짜증을 내는 아내를 보고 놀랐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루 종일 아이의 옹알이를 듣고 대화를 했을 동생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두 사람 마음을 다 이해가 가는 저는 그저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했던 동생이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었던 친구의 모습은 저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역시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 있고, 남편과 둘이 사는 또 다른 친구는 혼자 집에 있고 사람도 못 만나니 미치는 줄 알았다고 전화가 왔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런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인 건 같습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란 것이 그냥 붙여진 것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살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전화로라도 대화를 나누지요. 코로나가 기승이어서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 사람들이 외로워 죽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답니다.     


     

‘잘 지내나요?’

친구는 이 말로 저에게 사람이 고프다고 말을 했던 것처럼 우리는 항상 사람을 온기를 찾아갑니다.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는 게 민폐가 되어버린 세상는 이제 갔습니다. 우리는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는 것도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합니다. 사실 코로나가 거의 소강상태가 아니라  기승이었어도 더 이상 우리들은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참 많은 시간을 우리는 사람의 온기를 거리두기로 느끼며 살았습니다. 몇 년 후에 이 시대에 대한 드라마를 보면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모습을 볼것입니다. 하지만 참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며칠 전 친구는 간단하게 김밥이라고 할까라는 말로 같이 점심 먹자는 뜻을 전했습니다. 아직 코로나가 모두 사라지 것은 아니고, 여전히 저는 마스크를 실외나 실내나 쓰고 다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도 불편하지 않고, 맛있는 차나 밥을 먹고 며칠 동안 내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가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요즘이 이렇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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