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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드럼 잘 치는 법

드러머(Drummer), 드리머(Dreamer)

by 만세

발이 추는 웨이브


처음 본 베이스 드럼 페달은 기다란 쓰레기통 페달 같았다. 선생님은 킥 시범을 보여주시며 '발이 웨이브를 추는 것 같아' 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님의 발 움직임은 굉장히 부드러워 보였다. 따라 하려고 해 봤지만 내 발은 기껏해야 뻣뻣하게 까딱거리기나 할 뿐이었다.


쓰레기통을 열 때만 페달을 밟아 누르는 것처럼, 드럼 페달도 가볍게 발을 올려놓고만 있다가 소리를 낼 때 힘을 줘서 누르는 건 줄 알았다. 당연히 발뒤꿈치도 계속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치다 보니 발목과 종아리 앞부분이 금방 뻐근해지고, 페달이 빠르게 눌리지 않아 박자가 안 맞았다.



힐 업


선생님께 해결 방법을 여쭤보니 페달을 밟을 때 뒤꿈치를 살짝 들라고 하셨다. 그럼 자연히 무게가 발 앞쪽으로 쏠리고, 발목에 힘을 주지 않아도 소리를 크게 낼 수 있어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무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터가 드럼에 붙어있는 상태가 기본이라고 하셨다. 이러한 자세를 'Heel Up'이라고 한다.


출처


말은 쉬운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뒤꿈치가 붙어있는 상태라면 발을 뗐다가 '누르는 것'에 신경이 쓰이는데, 뒤꿈치를 들고 있을 때는 발을 '떼는 것'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리는 '누를 때' 나기 때문에 자꾸 발이 박자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뒤꿈치를 살짝만 들어야 하는 데 점점 높이 올라가고, 그 상태로 다리에 힘을 주면 허벅지가 떨린다. 또 떨리지 않으려고 힘을 더 주고, 그럼 더 떨리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힐 다운


힐(발뒤꿈치)을 페달에 붙이는지 아닌지에 따라 힐 업과 힐 다운을 구분한다. 내가 그동안 해 온 방법은 발뒤꿈치를 붙이는 것, 즉 힐 다운(Heel Down)방법이었다.


힐 다운은 자세가 안정적이지만 페달을 누르는 데 더욱 많은 힘을 써야 한다. 좀 더 묵직하게 누르기 때문에 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힐 다운으로 킥을 할 때 박자가 느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은 가장 무식하고 정직한 방법을 알려주셨다. 언제나 함께하는 우리의 친구 메트로놈과 함께 연습하기. 처음부터 빨리 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메트로놈을 40에 맞추고 4/4박 기준으로 연습하는 걸로, 하지만 20마디(320개..) 연속으로 칠 수 있게 해 오라고 하셨다.



킥에 사용되는 신체부위


연습을 막 하기 시작할 때는 괜찮지만 마디가 넘어갈수록 발목이 아파 발이 느려졌다. 선생님은 발목이 아프면 안 된다고, 진짜 아파야 되는(?) 부위를 알려주셨다. 즉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 부위.


출처


대충 손으로 짚어줬기에 이를 참고해서 근육을 찍어보자면 종아리 앞쪽의 ‘전경골근’, 뒤쪽의 ‘아킬레스건(가자미근 사이 하얀 것)’, 허벅지 바깥쪽의 ‘외측광근’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100m를 전력질주할 때의 느낌처럼 전경골근이 당기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근육 외에 관절도 중요하다. 나는 관절이 자주 아프니 관절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드럼을 치면 발목, 무릎, 고관절까지 모두 사용하는데, 근육은 헬스 하면 커지지만 관절은 어떻게 해야 단련이 되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무릎에서 소리도 많이 나고 가끔 등산할 때마다 시큰거리는데 드럼 치다가 더 안 좋아질까 봐 약간 걱정된다.



그래서 웨이브는 어떻게 추는데


선생님처럼 발이 웨이브를 추는 능력을 갖고 싶다면 힐 업과 힐 다운을 번갈아가며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힐 다운 상태에서 페달을 누르면서 뒤꿈치를 살짝 든다. 그러면 소리가 난 직후의 발은 힐 업 상태가 된다. 그대로 비터가 멈출 때까지 발 전체를 들어올렸다가, 다시 페달을 누르며 내려온다. 소리가 난 후에도 뒤꿈치를 계속 내린다. 그렇게 뒤꿈치가 페달에 닿으면 다시 힐 다운 상태가 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일단 메트로놈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연습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감을 잡으면 메트로놈과 함께 정확한 박자로 칠 수 있도록 연습한다. 힐 업과 힐 다운을 번갈아 치는 것은 한 동작만 반복할 때보다 박자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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