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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스틱 고르는 법

드러머(Drummer), 드리머(Dreamer)

by 만세

나의 첫 드럼스틱


주말 센터 수업 시간에 구매한 드럼 스틱을 받았을 때는 선생님께서 건넨 스틱에 아무 의문도 갖지 않았다. 스틱은 평범했다. 나무로 되어 있고, 길쭉하고, 끝 부분이 동그란 막대기. 어차피 그 당시 드럼 스틱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그저 드럼을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한 시간 동안의 수업이 끝나고 스틱을 다시 보니 심벌에 부딪힌 부분이 군데군데 파여 있었다. 보기에 티도 많이 나는 그 상처들은 문질러도 없어지지 않았다. 처음의 그 매끈한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다쳤고 다치고 나니 쉽게 망가져 보였다. 드럼 스틱의 내구도가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여러 번의 수업을 거치며 스틱은 점점 울퉁불퉁해졌다. 얕은 상처는 이제 너무 많았다. 어떤 부분은 까지고, 심하면 나뭇결을 따라 갈라지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학원에 등록한 뒤로 매일같이 연습을 하러 간다. 나의 첫 드럼 스틱은 아직도 나와 연습을 함께한다. 꽤나 닳고 닳아 쓸모를 다 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럴수록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심벌에 부딪혀도 원래의 소리를 잃지 않는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처럼, 보이는 건 다가 아니었다.


어쩌면 많은 상처가 있었던 긴 시간이 지나고도 작게나마 웃을 수 있는 나도 외유내강이지 않을까. 드럼스틱을 보고 희망을 한 번 품어 보았다.



드럼 스틱에도 종류가 있다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고 몇 달 뒤, 점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드럼 관련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던 중이었다. 한 유튜버의 드럼 스틱에 눈이 갔다. 색이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때 문득, 드럼 스틱에도 꽤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장 드럼 스틱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이즈


드럼 스틱의 사이즈는 스틱에 '숫자+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있다. 숫자는 스틱의 둘레와 관련이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둘레가 얇아진다. 즉 7A 사이즈는 5A보다 작다. 알파벳은 용도를 의미한다. 'A'는 오케스트라용, 'B'는 밴드용, 'S'는 거리공연용(이건 잘 모르겠다)이라고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이즈는 5A이다. 어떠한 장르에도 무난히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7A도 수요가 꽤 있는데, 5A보다 얇고 가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적은 드러머들이 사용하기도 하고 재즈 드럼에서도 사용된다고 한다.


(출처: https://takelessons.com/blog/types-of-drum-sticks-z07)


소재


드럼 스틱은 어떤 나무로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약간씩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히코리(북미산 호두나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메이플(단풍나무)은 가볍고 부드럽지만 잘 부러진다고 한다.

히코리나무


이외에도 빅퍼스나 질젼과 같은 브랜드, 팁 모양 등을 더 고려할 수도 있지만 초보에게는 필요한 선택사항이 아니기에 위의 두 가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 될 것 같다. 참고로 드럼 스틱 교체 주기는 6개월~1년 사이라는데, 스틱이 갈라지다 못해 쪼개지기 직전에 바꾸면 될 것 같다.



새로운 드럼스틱


마침 나의 드럼스틱은 사용한 지 6개월이 되어 가고, 갈라진 부분이 깊어지고 있기도 해서 새 드럼스틱을 구매하러 낙원악기상가에 가기로 했다. 온라인에서 봐둔 스틱이 있긴 했지만 직접 보고 싶기도 했고, 유튜브에서 스틱은 무게를 비교해봐야 한다고 설명하는 영상을 보고 나서 직접 무게를 달아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스틱 가격은 대부분 2만 원 이내로 저렴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바로 구매할 생각으로 종로로 향했다.



낙원상가 근처는 많이 지나다녔지만 상가 안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었다. 내부가 동대문 종합시장 상가와 비슷하게 좁고 복잡했으나 사람은 훨씬 적었다. 드럼 관련 물품들은 3층에 있다고 해서 바로 3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나오자마자 쌓아 올려져 있는 드럼셋들과 매장 속 다양한 전자드럼들을 볼 수 있었다. 여러 매장을 돌면서 찾아봤지만 내가 사고 싶던 스틱도, 유명한 빅퍼스 핑크도 없었다. 그래도 '드럼채널'에서 마음에 드는 스틱을 발견했다.


(출처: 드럼코리아)


바로 질젼에서 나온 크로마 드럼스틱 핑크이다. 빅퍼스와 다르게 펄감 가득한 색이 특징이고, 핑크 말고도 실버, 골드, 블루가 있다. 블루도 예쁠 것 같았는데 매장에는 핑크와 실버밖에 없었다.


한 세트를 뽑아 매장에 구비된 전자저울에 각 스틱의 무게를 재 보았다. 큰 차이 없으니 합격. 이번에는 앞에 놓인 드럼 패드를 두드려 봤다. 지금 갖고 있는 스틱과 다른 건 색상밖에 없을 텐데도 괜히 두드리는 기분이 더 좋았다. 합격.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해 데려왔다.


왠지 드럼 선생님이 허세나 부린다며 비웃을 것도 같지만 쓸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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