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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기 Oct 12. 2024

그리스 내전과 미국

유럽의 4.3 사건 그리스 내전에 미국은 어떻게 개입했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뚜렷해진 지역이 있다. 바로 그리스다.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스는 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아크로 폴리스 등으로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한국 현대사와 비슷한 비극의 역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1946년에서 1949년까지 전개된 그리스 내전이 바로 그러하다. 연구자 허호준의 경우 그리스 내전과 제주 4.3 항쟁을 비교하기도 했으며, 그리스 내전과 제주 4.3 당시 미국의 개입을 비교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리스 내전 당시 미국의 개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시위하는 그리스 공산당 지지자들: 그리스 공산당은 1918년에 창당되어 지금까지도 그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좌파 정당이다. 현재도 그리스 의회에서 20석 정도는 확보했다.

1941년 당시 그리스는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의해 점령당했다. 그리스가 나치에 의해 점령당하자, 이에 대항한 집단이 있었다. 바로 그리스 공산당(Communist Party of Greece)이다. 그리스 공산당은 러시아 혁명이 성공한 지 1년 뒤인 1918년에 창당됐다. 1924년부터 그리스 공산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며, 지금도 그리스 내의 원내정당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당이기도 하다. 이들은 1936년에 일어난 스페인 내전에서 민주진영을 돕기도 했었다. 1941년 나치가 이탈리아의 요청을 받아 그리스를 침공하자 이들은 그리스 인민해방전선(ELAS)을 창설하여,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ELAS는 나치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였다. 이들의 무장투쟁은 상당히 활발했다. 미국의 군사사학자 로버트 에스프레이(Robert B. Asprey)의 저서 『세계게릴라전사』에 따르면 1943년 가을쯤에는 ELAS가 그리스 영토의 2/3 정도를 장악했다고 한다.

1941년 그리스 수도 아테네를 점령한 나치 독일: 이들은 3년간 그리스를 점령했다.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인 ELAS 병사들: ELAS(그리스인민해방군)는 3년간 나치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1944년 수도 아테네에서 벌어진 전투 당시 사진이다.

이들의 무장투쟁과 동부 및 서부전선에서의 나치 독일의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그리스는 1944년에 해방을 맞았다. 1944년 기준 그리스 공산당 산하의 병력은 5만 명 이상에 지원 조직원 50만 명이었다. 그해 10월 그리스에는 영국군이 상륙했으며, 영국군은 수도 아테네에 입성했다. 이후 영국은 그리스 내 연합정부를 세웠지만, 그리스 인민해방전선은 철저하게 탄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 나치에 협력한 이들을 영국이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제1차 내전이 발생했고, 1차 내전은 우파가 집권에 승리하면서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ELAS 포스터

대신 그리스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들은 1945년 2월 12일에 열린 회담에서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ELAS를 해산하는 대신 그리스에서 합법적인 정당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합의를 맺었다. 이것이 바로 바르키자 협정이다. 물론 이 협정은 1차 내전이 종결된 직후부터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친나치 극우의 테러를 받았고, 이것은 결국 그리스 좌파의 무장투쟁으로 이어졌다. 즉, 바르키자 협정 체결 직후부터 그리스 좌익은 친정부 극우 테러 단체들이 자행하는 백색테러와 고문에 시달린 것이다. 1946년 그리스 공산당은 유고슬라비아·알바니아·불가리아 등에서 빼돌려둔 구 파르티잔 병력과 물자를 바탕으로 그리스 민주군을 창설했으며, 전면적인 무장투쟁으로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제2차 내전이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그리스 내전이다.

1944년 그리스에 상륙했던 영국군: 이들은 초기에 그리스 공산당의 레지스탕스를 도왔으나, 이후 그들을 탄압했다. 사진은 1944년 아테네에 투입된 영국 공수부대

그리스 내전은 3년간 지속되었으며, 1949년 결과적으로 우익이 승리했다. 그 결과 최소 10~15만 명이 죽고, 80~100만 명이 난민이 됐으며, 25년 동안 민주화 이전까지 군사독재가 지속됐다. 흥미롭게도 미국은 1947년 이른바 트루먼 독트린을 선포했는데, 이는 그리스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리고 미국은 그리스 내전을 지원하게 됨과 동시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한에선 과거 여운형과 김규식의 좌우합작을 일정 부분 추진하는 쪽에서, 친미 반공주의자인 우남 이승만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노선을 완벽히 전환했다. 그 결과 남한에선 제주 4.3과 여순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다.

1947년 트루먼 독트린을 선포하는 해리 트루먼

그리스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1946년 가을부터 시작되어 점차 확대되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전략적·군사적 요충지로서 그리스를 재평가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보기에 그리스는 소련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발칸 국가였고, 터키와 더불어 동지중해에서 소련의 영향력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지리적 보루로 판단됐다. 1947년 3월 12일 트루먼은 미 의회에 1948년 6월까지 그리스와 터키 원조 비용으로 각각 3억 달러와 1억 달러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그리스의 재건 작업을 도우며 원조 활동의 이행을 감독할 미군 및 민간인의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스 내전 당시 민주군대의 활동 지역

트루먼 독트린에서 발표된 이런 계획은 1947년 5월 22일 그리스·터키 원조 법안이 통과되어 법률로 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몇 주 뒤인 1947년 6월 20일 아테네 주재 미국 대사와 그리스 외무장관은 대(對) 그리스 미국 원조에 관한 미-그리스 협정을 체결했으며, 미국은 그리스원조 사절단(AMAG)을 파견하여 미국 원조 활동을 감독함으로써 그리스의 경제 및 정치 사안에 대한 상당한 통제권을 부여받았다. 당시 미국이 고문단 지휘관으로 파견한 인물은 제임스 밴플리트(James Van Fleet)였는데, 밴플리트는 “유일한 좋은 공산주의자는 죽은 공산주의자”라고 언급할 정도로 극단적인 반공주의자였다. 이 점에서 더글라스 맥아더와 비슷했다고도 할 수 있다. 거기다 밴플리트는 이 전쟁에서 우익세력의 실질적인 최고사령관 역할을 했다. 마치 제주 4.3 항쟁 당시 미군고문단이 비슷한 권한을 가진 것과 유사하다. 또한, 이들이 지원하는 그리스 왕당파를 비롯한 우익 세력들은 한국의 우익 세력들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였다. 로버트 에스프레이에 따르면, 우익 세력들은 영국과 미국이 항의할 정도의 테러행위도 저질렀다.


“1947년 가을에 그리스 정부는 미국 측의 강력한 재촉에 의해 공산분자의 검거를 재개했다. 정부의 조치에는 '전면적' 징집과 좌익 및 공산분자의 영구적 구금 등이 포함되었다. 경찰은 공산계 신문사들을 폐쇄하고, 공산주의 혐의자들을 공직에서 숙청하는 한편 근로자의 파업권을 폐지했다. 이러한 억압 정책은 그해 겨울 동안 계속되었다. 2월에는 공산주의자 65명을 공개 처형했다. 5월에 들어 공산 테러 분자들이 아테네에서 법무상을 살해하자 정부 측은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가했다. 이 보복은 너무나도 가혹하여 영국과 미국조차도 항의했을 정도였다.”

그리스 좌파를 목메달아 죽인 그리스 추축국 협력자들: 1944년에 찍은 사진이다. 이들은 이후 영국과 미국편에 붙어 좌익 세력을 탄압하고 고문 및 테러 그리고 학살했다.
그리스 공산주의자들의 시신.

앞서 언급한 그리스 우익세력들의 백색테러는 내전이 발발하기 전부터 극심했다. 1945년 말까지 총 4만 8,956명의 ELAS 지지자들이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바르키자 협정 체결 후 1946년 3월 총선까지 총 1,289명의 ELAS 지지자들이 학살당했으며, 6,681명이 부상당했다. 이들과 관련된 사무실 677곳이 파괴됐다. 1947년 가을부터 그리스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전복 활동을 벌이던 좌파 지하조직원들을 대거 체포하거나 처형했다. 1948년 2월 7일에는 29명이 총살됐다. 2월 22일에는 19명이 총살되었다. 3월 1일에는 그리스 해군 60명이 전복 음모로 체포되었으며, 3월 13일에는 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2명과 리조스파티스 편집장을 포함한 공산주의자 14명이 국외 탈출을 시도하다가 체포되었다. 경찰도 아테네, 피래우스, 테살로니키의 공산주의 세포들을 와해시키고, 2월에는 남부 지방의 지하에서 활동 중이던 세포 200여 명을 체포했다. UP통신은 그리스 정부가 5월 5일 그리스 전역에서 '데켐브리아나'와 관련된 살인 혐의자 152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는데 아테네에서 24명, 에기나 섬에서 37명, 라미아에서 12명, 테살로니키에서 23명을 처형했고, 나머지는 칼키스, 트리폴리스, 스파르타, 칼라마타에서 처형했다고 밝혔다. 1948년 영국 맨체스터 가디언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메이데이에 그리스 법무장관 크리스토스 라다스의 암살에 대해 국민들이 공포심에 휩싸인 가운데 보복 수단으로 152명의 공산주의자들을 처형한 그리스 정부의 결정은 수치와 좌절로 가득 찬다.

그리스 민주진영 군대: 나치에 맞서 싸웠던 이들은 이후 미국과 그들을 등에업은 친나치 우익 세력에 맞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152명 이외에도 830명이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1948년 5월 기준 마크로니소스 섬에는 대략 15,000명이 수용소 수감되어 있었다. 이들에게는 고문이 가해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백색테러와 더불어 미국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은 1947년 8월부터 그리스 정부군에 물적지원을 시작했고, 그해 말까지 약 7만 4,000톤의 군사 장비를 그리스 정부군에게 보냈다. 트루먼 행정부는 1949년 8월 그리스 내전이 끝날 때까지 그리스 정부에 항공기 및 군함 수백 척, 박격포 및 포 4,130기, 소화기 15만 9,922대, 폭탄 및 로켓 8만 9,438대, 포탄 및 박격포 포탄 770만 발, 소화기용 탄약 4억 5,500만 개를 포함해 총 3억 5,360만 달러의 군사원조를 했다. 1947년 6월 30일부터 1950년 7월 1일까지 미국의 지원액은 7억 6,070만 달러의 경제원조와 4억 7,680만 달러의 군사원조를 합해 총 12억 3,750만 달러였다. 1947년 5월 당시 그리스에는 최소 200명 이상의 미국인 요원이 있었는데, 이러한 숫자는 1년 뒤에 늘어났으며, 1,216명으로까지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미국인이었고, 그 증 2/3은 군인들이었다.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 반공주의자였던 그는 그리스 내전에서 학살 작전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이후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며, 반공주의자 이승만을 매우 존경했던 인물이다.
1948년 당시 그리스 정부군과 작전을 논의하는 밴플리트: 가운데 있는 인물이 밴플리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그리스 내전에 군사적으로도 개입했다. 비록 정규부대를 파병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 우익 정부는 그리스원조사절단과 미합동군사고문기획단에 그리스 외교, 정치, 경제 및 군사적 사안에 관한 상당한 통제를 받고 있었다. 그 결과 모든 그리스 공공 부문에 미국의 지배력이 미쳤으며, 내전이 끝난 이후 대략 20년간 그리스의 정치, 경제 및 군사 부문에서 미국의 강력한 토대가 공고화됐다. 쉽게 말해, 미국이 그리스 내전에 개입한 이후 그리스의 국가 주권은 크게 축소됐다.     

그리스 정부군: 1948년 당시 사진으로 영국식 베레모와 미군 군복을 입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리스에 파견된 미군고문단의 지휘관은 밴플리트였다. 밴 플리트는 1948년 5월 초부터 그리스 민주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그리스 일반참모부 및 합동군사고문단 참모진과 함께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민주군대 근거지인 그람모스에 대한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스 정부군은 6월 초 민주군대의 후방을 분쇄하기 위해 민주군대 근거지인 북부지방의 그람모스 산악지대에 대한 대규모 작전을 전개했다. 그리스 공군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네이팜탄을 민주군대 집결지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놀랍게도 내전 지역에서의 네이팜탄 사용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네이팜탄에 의한 그람모스의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이에 대해 허호준은 박사학위논문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밴 플리트는 5월 초부터 민주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그리스군 일반 참모부 및 합동군사고문단 참모진과 함께 민주군의 근거지인 북부 지방의 그람모스에 대한 공격계획을 수립했다. 크라운 작전(Operation Crown)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그람모스 북•동•서쪽의 세 방향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그리스 정부군이 시도한 최대 규모의 공세작전이었다. 그람모스는 현지 주민들도 꺼리는 험준한 산악지역이었다. 알바니아와 인접한 그람모스 지역은 해발 1,300~2,000m 높이의 고봉으로 이뤄졌으며, 암석과 산림이 무성한 급경사 지형이었다. 민주군은 이곳을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불렀다. 그리스 정부군은 6월 초 민주군의 후방을 분쇄하기 위해 그람모스 산악지대에 대한 대규모 작전을 전개했다. 그리스 공군은 6월 20일 그람모스 산악지대의 민주군 집결지에 처음으로 미국의 네이팜탄을 사용했는데, 내전 지역에서 네이팜탄의 사용은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미국 사절단은 심지어 네이팜탄 사용으로 인해 민주군과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공산주의자들의 이런 선전활동에 흔들리면 치명적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실제로 네이팜탄의 희생자들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람모스 산악지대: 즉, 미군은 우익 군대를 도와 이 아름다운 곳을 폭격했다.
그람모스를 폭격했던 전투기
네이팜탄의 위력

1949년 미국과 그리스의 군사전략가들은 그동안의 작전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군의 지휘, 참모, 병참, 전투체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효율적인 군대로 만들었다. 작전에 앞서 그리스 정부군은 전체 지역을 무주지대로 만들고, 게릴라들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주민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했다. 게릴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표적 지역을 봉쇄한 뒤 작전을 벌이며 게릴라 소탕과 소규모 부대 정찰을 실시했다. 영국군이 만들고 미군의 무기로 무장한 특수부대는 종종 이러한 작전의 선봉에 섰으며, 이렇게 되면서 그리스 내전의 전황은 우익들에게 유리해졌다.      

그람모스를 점령한 이후 승리를 축하하며 사진을 찍은 우익 정부군들

거기다 1948년 11월부터 급격하게 그리스 게릴라들에 대한 원조를 줄이던 티토가 1949년 7월 마침내 유고슬라비아-그리스 국경선을 폐쇄했는데, 이는 미군과 그리스 정부군의 군사작전과 더불어 그리스 민주군이 내전에서 패전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리스 공산당의 중요한 핵심 인사이자, 이후 반수정주의 노선으로 그리스 공산당에서 제명된 자카리아디스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티토를 배신자로 규정하면서 그가 그리스에서 전투 종결을 위해 미영 스파이들을 만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티토에 대해 비판했다. 이와 같은 자카리아디스의 주장은 1949년 북한의 로동신문에도 “찌또 도배는 인민민주 희랍의 배후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라는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자카리아디스의 주장을 단순히 공산당 좌파의 선전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티토 정부의 국경선 폐쇄로 인해 유고슬라비아에 있는 그리스 민주 군대 최소 4,000명 이상이 격리됐고, 북부 그리스 민주 군대의 주요 집결지가 격리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1949년부터 이들의 사상자가 크게 증가했다. 그런 지점에서 보자면 티토가 그리스 내전에서 좌파들의 패전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 유고슬라비아의 지도자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몰아냈고, 제3외교로 유명하다. 그와 반대로 그리스 내전에서 좌파의 패전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자카리아디스: 내전 시기 민주 군대를 이끌었으며, 이후 소련으로 망명했다. 스탈린 사후 흐루쇼프의 반스탈린화에 맞서 반수정주의 운동을 주도했다. 1973년에 소련에서 사망했다.

아무튼 그리스 우익 군대의 총 사령관 파파고스와 밴 플리트는 최후의 소탕작전을 준비했다. 그리스 정부군은 1949년 1월 19일 시작될 작전을 앞두고 펠로폰네소스에서 게릴라 색출 명령을 내렸다. 정보기관들은 야간에 게릴라 지지자들을 체포해 섬으로 이송했다. 당시 밴플리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게릴라전에서 정부는 적 동조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에 관한 한 군인 여부에 관계없이 그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없다.”     


즉, 그리스 내전 당시 미국이 파견하여 총사령관 역할을 맡게 된 인물부터가 좌파 세력에 협조하는 민간인 자체를 학살해도 되는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밴플리트는 8월 11~12일 북부 그람모스와 비치 산악지대의 전투 지역을 둘러보면서 그리스 지휘관들에게 “적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가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계속해서 부대를 기동시킬 것을 요구했고, 그리스 정부군은 화기를 총동원했다. 이 당시 발생한 비트시 전투에서는 그리스 정부군이 민주군대 7,700명을 소탕하기 위해 2만 5천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맹렬한 공격을 가했다. 그리스 정부군의 전투기는 그람모스에서 6일 동안 826회 출격해 250톤의 폭탄과 로켓탄 그리고 네이팜탄을 쏟아부었다. 1949년 10월 16일 민주군대 라디오 방송은 그리스의 파괴를 막기 위해 전투를 임시 중단한다며 종전을 선언했으며, 애치슨은 10월 19일 내전이 실질적으로 끝났다고 보았고, 트루먼은 11월 28일 의회에서 그리스 정부의 승리를 선언했다. 당시 미국은 제임스 밴플리트를 포함하여, 초기에 총 250명의 미군 고문단을 그리스에 파견했고, 친나치 세력으로 구성된 그리스 정부군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잔혹한 군사작전을 통해 친나치 부역자 출신의 우익들이 내전에서 승리하도록 기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소련의 프라우다지는 다음과 같이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자선을 빙자해 제국주의적 팽창을 추구하고 있으며, 먼로 독트린을 유럽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리스 내전 관련 국내 서적: 제주4.3을 연구한 허호준의 박사학위논문이다.

1949년 10월 16일 그리스 내전은 결과적으로 우익의 승리로 끝났다. 딘 애치슨은 3일 뒤인 10월 19일에 내전이 실질적으로 끝났다 결론 내렸고,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11월 28일 의회에서 그리스 정부의 승리를 선언했다. 앞서 언급한 자카리아디스와 같은 일부 그리스 민주군 세력은 동구권 진영의 부족한 지원을 받아가면서 산발적인 저항을 지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세를 역전시키지는 못했다. 1949년 10월부터 1950년까지 게릴라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밴플리트에 따르면 1950년 5월 기준 게릴라 숫자가 500명 이하로 줄었다. 이후에도 저항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 선박들이 알바니아 항구로 들어와 민주군대의 잔존 병력을 태워 소련으로 데리고 왔다. 결국 그리스에는 미국이 세운 우익 독재정권이 들어섰고, 1974년 민주화를 이룩하기 전까지 군사독재가 지속됐다.

그리스 내전 관련한 유튜브 비디오

그리스 내전은 해방 이후 제주 4.3항 쟁이나 여순항쟁 못지않게 매우 잔혹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밴플리트를 포함한 미군사고문단은 노조파괴, 고문, 민간인 마을에 대한 네이팜 폭탄 투하, 주민 대량 소개 후 재판 또는 기소 없이 강제수용소에 구금, 위험인물의 아내와 자녀에 대한 대량 투옥, 군사재판에 의한 대량 처형, 언론 검열 같은 전술들을 활용했다. 비극적 이게도 이것은 이후 제주 4.3 당시, 미군 고문단이 이승만 반공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했던 행위와 거의 일치한다. 또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개입 초기에 남베트남의 응오딘지엠 정권을 지원하던 시기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3년간의 내전에서 미국이 지원한 그리스 친나치 세력은 10~15만 명을 학살했고, 수십만 명이 탄압을 피해 그리스를 떠났다. 그 당시 그리스 인구는 740만 명이 안 됐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그리스 내전은 미국이 타국의 주권을 군사적으로 개입하여 침범한 대표적이 예시이며, 소련보다 미국이 훨씬 더 개입주의적이고 다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국가임을 입증하는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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