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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기 Oct 20. 2024

러시아에 북한군이 들어갔다는 영상에 대하여

서구의 보도라면 그냥 받아적는 한국 언론 비판

2024년 10월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참전했다는 우크라이나측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4년 10월 6일자 중앙일보를 보면,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북한군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중앙일보 보도 1일 전에 나온 같은 국내 기사를 보고, “이런 뉴스를 러우전에 대해 헛소리만하는 대한민국 언론이 보도하는 이유는 딱 하나”이며, “현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밝힌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북한군 파병에 대한 러시아측 입장, 러시아와 북한은 서구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필자는 “북한이 해외에 파병한 사실은 북한사를 공부하면 알 수 있고, 출처가 구라를 일삼는 우크라이나 당국이라 거짓 정보일 가능성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매우 악화되어가고 있고, 사실상 결별 수준까지 온 이 시점에 이와 같은 보도가 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또한 이와 같은 기사가 나왔을 때, 북한군이 참전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거짓 기사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들이 거짓인 케이스를 어제 발견했다. 10월 19일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군 영상을 입수했다는 보도들이 한국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오늘 20일에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에 한글 설문지, 조선씩 치수 적으세요”라는 보도도 나왔다. 필자는 무슨 기사인지 궁금해서 확인해봤는데, 기사의 어설픔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서 코웃음이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CNN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근데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안센터가 밝힌 설문지를 보면, ‘러시아’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북한군 관련 한국의 보도, 로씨야를 러시아로 표기한 문서를 북한이 쓴거라고 거짓말 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사학과 대학원에서 북한사 관련 논문을 준비하기 때문에 이러한 보도가 우크라이나의 조작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러시아를 표기할 때, ‘러시아’가 아닌 ‘로씨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북한 러시아 관련 국내 뉴스 기사만 찾아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즉, 오늘자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와 같은 사실조차 제대로 팩트체크하지 않고, 서구 언론을 복붙했음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주장하는 연해주로 파병된 북한군 영상 자료


한국 사람들은 일단 서구 언론이 주장하면, 묻지도 의심하지도 따지지도 않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냥 서구가 주장하면 팩트가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10월 19일에 조선일보부터 중앙일보 한겨레까지 보도한 기사를 보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추정영상도 너무나도 엉성하다. 찾아보니까 해당 영상은 북한군이 아니라 라오스군이었다. JTBC는 그 대사를 “거 넘어가지 말라. 나오라, 야”로 판독해 자막을 달아 뉴스에 내보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냥 아무렇게나 들리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제대로 된 확인이 안되는 상황에서 어림짐작만으로 북한군이 한국말을 썼다고 언론들이 주장한 셈이다.

지난 9월 말 러시아와 라오스의 합동 군사훈련을 보도한 외신


러우전쟁에 관해 지난 해에 책을 쓴 한신대의 이해영 교수에 따르면, 해당 영상을 올린 곳은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이다. 즉, 우크라이나에서 가짜뉴스를 제작하기로 잘 알려진 곳이라는 얘기다. 지난 9월 25일 라오스와 러시아가 연해주(프리모르스키) 세르기에프스키(Sergievsky)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는데, 양측은 “라로스 2024(The Laros 2024)” 라는 이름으로 “단일전투대형으로 가능한 모든 실행단계”를 훈련했다. 즉, 그 당시 영상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이라고 속였고, 이걸 또 국정원과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한국 언론들이 덥석 받아다가 사실인 냥 왜곡했다.

한 트위터가 폭로한 글, 글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로 간 북한군 관련 영상은 서구의 조작이고 지난 9월 합동군사훈련 당시 라오스군의 영상이라는 것이다.


LogKa라는 한 트위터의 게시물을 보면, “북한군이라 주장한 영상이 러시아-라오스 합동 군사 훈련 때 찍은 영상이고, 관련 훈련 영상도 NATO에서 가짜라 주장했다.”고 한다. 근데 이것이 단순히 트위터 유저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근거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미국 펜타곤에서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알았다. 미국방부장관은 오늘 20일 새벽에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기다 이와 같은 서구의 보도들은 당사자인 러시아와 북한이 이와 같은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해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힌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즉, 관련 주장들을 제대로 교차검증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공식적인 발표


이처럼 현재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보도는 가짜뉴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이런 가짜뉴스를 지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시기나 러우전 초기 때처럼 액면그대로 받아적고 있다. 필자는 작년 10월 한국 언론들이 하마스가 닭장 속에 아이를 가뒀다는 주장과 영유아 40명을 살해했다는 이스라엘의 가짜뉴스를 액면 그대로 옮긴 사실을 기억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서구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통해 사건을 조작한 사실은 무긍무진하다. 예를 들어, 1991년 걸프전쟁 당시 UN은 쿠웨이트의 십대 소녀 나이라흐를 데려와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세인의 이라크 군대가 아기 312명을 병원에서 학살했다.”는 거짓 증언을 시켰다. 이 가짜뉴스를 토대로 미국은 1991년에 1차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 증언이 거짓임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91년 3월 15일 ABC 방송의 존 마틴 기자는 이른바 인큐베이터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는 쿠웨이트의 알 아단 산부인과 병원에 찾아가 관계자들과 인터뷰했고, 그 이야기가 거짓이었음을 확인했다. 병원 직원들은 나이라흐를 본적조차 없었고, 인큐베이터 사건과 같은 현장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거기다 이 쿠웨이트 소녀는 주미 쿠웨이트 대사관의 딸이었고, 쿠웨이트 정부가 미국 홍보회사인 힐앤놀턴이 짜놓은 연극이었다. 즉, 그런 연극을 미국 언론과 정부에 전달하여 이런 기만극을 벌인 것이다.


필자는 이 역사를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해서 북한이 러시아에 소규모의 고문단이나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규모가 1~2만 명 이상이라는 것은 북한의 역사를 보았을 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한은 전투기 조종사 200명을 보냈고, 제4자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당시에는 조종사 20명, 조종장치 8대, 통역사 5명, 관리자 3명, 정치고문 1명, 의사 1명, 요리사 1명을 보냈다. 아마 북한이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해외파병은 1970~80년대 앙골라 내전에서였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앙골라에서 내전이 터질 당시 북한은 MPLA 세력을 돕기 위해 병력을 파병했다. 1986년 기준 1,500명의 인력을 보내 군사고문과 훈련임무를 담당했다. 기록에 따라선, 1984년 기준 정규뷰대 3,000명과 군사고문 1,000명이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1~2만 명을 보낸다는 추산은 역사적으로 터무니 없어 보인다.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한 국내의 북한군 관련 보도들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와 같은 북한의 역사와 과거 서구가 뿌린 가짜뉴스들을 제대로 검증해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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