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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pr 24. 2024

스타벅스 바닐라라테를 마시며

오늘도 편의점에 간다

식물 연구실에 온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나는 잘 적응하고 있는 걸까?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점차 인간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나의 길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계속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요새는 학식을 안 먹고 종종 500동 1층에 있는 편의점에 간다. 가서 컵라면을 먹거나 삼각김밥,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이러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지만 때로는 밖에 나가기가 너무나 귀찮을 때도 있다.


연구실 동료는 나보고 그런 것 좀 그만 먹으라고 했었다. 그래도 난 오늘 편의점에 갔다. 스타벅스 바닐라라테를 마시기 위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햄치즈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작고 소소한 행복이 있다.


한 학기의 절반 정도가 지나가고 있다. 그간의 날들을 회상해 본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지도 생각해 본다. 그간의 날들이 대체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산다고는 살았는데 이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긍정의 말들을 되새기며 위안을 삼는다.


재정적으로 편안하지 않아 다음학기 등록금이 걱정이다. 모은다고 모았지만 다음학기 등록금을 내기에 빠듯하다. 앞으로는 정말로 천 원의 학식을 먹어야 될 듯하다. 그래도 아끼고 아껴 돈이 모였다는 게 신기하다. 이걸로 신발도 사고 옷도 조금 샀다. 부모님 결혼기념일 용돈도 드리고.


즐겁게 살고 싶다. 힘든 일이 많지만, 쇼펜하우어는 당신의 삶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하냐고 했다. 힘든 시간들도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의 기운이 나를 감싸도록 주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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