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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제5원소는 무엇인가요?

영화 <엘리멘탈>

고대 그리스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4 원소는 물, 불, 흙, 공기라고 보았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미시 세계를 관찰하게 되면서, 원소(Element)에 대한 개념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필수요소가 무엇인가에 대한 인간의 고민은 단지 관찰을 넘어 철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물, 불, 흙, 공기"로 충분한 걸까?

무언가 빠진 듯한 이 공허함, 이 헛헛함을 채워줄 "제5원소"는 무엇일까?



불 "엠버"와 물 "웨이드"를 은유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화끈하고 열정적인 엠버는 엘리멘탈 시티의 이민 2세이고, 그 이면에는 적응하기 위한 억척스러움과 절박함이 담겨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며,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타오르는 불길은 멋져 보이지만, 결국 무언가를 "태워야만" 유지되는 삶이기도 하다. 본인을 몰아붙이고 소진시켜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하고 공감 잘하며 주변을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능숙한 웨이드는 엘리멘탈 시티의 토박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여유로운 성품은 풍족한 집안 환경에서 비롯되었고, 부모님의 인품도 훌륭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이다. 물은 모든 것을 차분하게 품어주는 듯 하지만, 결국 무언가를 "잠기게"한다. 그의 너그러움이 누군가에게는 꺼져버리게 만들거나, 잠기게 만드는 숨 막힘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다른 서로가, 과연 이해를 넘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감독은 애니메이션답게 재밌게, 하지만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반해버린 둘, 

웨이드가 다가가지만, 

엠버는 본인이 꺼져버릴까 걱정한다.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은, 한 세계가 다가오는 일이다.

이 세계가 내 세계를 집어삼켜버릴까, 겁이 난다.


끊임없이 밀어내는 엠버를 보며 포기할 법도 하건만, 

웨이드는 계속해서 다가간다.

포옹에 이르렀을 때, 둘 사이에 증발로 인한 공기층이 마련되며, 서로를 안게 된다.


물인 웨이드는 사랑을 예언하는 점술을 위한 향을 태울 수 없을 줄 알았지만

불빛을 굴절시켜 향을 태우는 기지를 발휘한다. 


엠버 집안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엠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목숨을 버리고 증발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번에는 엠버의 현명함으로 

단점이라 생각되었던 "눈물 많은" 웨이드를 되살려낸다. 


웨이드는 이렇듯 

본인 때문에 엠버가 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본인 덕분에 엠버가 더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될 것이라는 안정감으로 변화시킨다. 



엠버는 할아버지에게 끝내 인정받지 못했던 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본인이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딸이 되어 아버지를 대리만족 시켜주고자 한다. 


엘리멘탈 시티에서, 불 마을에서, 대를 이어 가게를 이어받고, 훌륭하게 운영하고, 같은 불과 결혼하여, 부모님 포함, 모든 가족들과 계속 함께하는 행복한 삶.


착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주고 싶어 하는 착한 딸.

만약 그것에서 벗어난다면 나쁜 딸이 될 것만 같은 두려움.

하지만, 결국 본인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곧 착한 딸임을, 

가족의 뜻을 그대로 받들어야만 착한 딸인 것이 아님을, 

웨이드와 아버지를 통해서 깨닫는다. 


불은 위험하다며 접근 금지 당했던

비비스테리아가 불 앞에서 활짝 피어났듯


넘실대는 물의 위기를 막아보려 애썼지만

결국 그 물이 온 마을을 덮치고 나서야 진정한 위기를 파악하고 서로를 이해했듯


결국 인생에 정답은 없고


벽과 편견은 삶의 하나의 방식일 수 있으나

벽과 편견 너머에도 삶의 또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벽과 편견을 깨부수는 삶 또한 있을 수 있음을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존중받고 행복해야 한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우리네 삶임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결국 공간의 3차원, 시간 좌표의 4차원을 뛰어넘는 5차원을 구성한 것이 중력, 

그리고 그 중력을 매개로 이어져 온 딸과 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떠올려 본다. 


결국 인생의 제5원소는 "공감"이거나, "이해"이거나, 또는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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