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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이가 열이 40도예요.
응급실에 가야 할까요?

고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응급실에 가야 하는 발열 기준

소아과 의사로 근무를 하다 보면, 중증 질환이나 위급 상황도 자주 보게 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다른 대부분의 과들처럼, 경증 질환이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소아과는 경증 질환의 대부분이 감기, 기관지염, 폐렴, 장염 등 호흡기, 소화기 쪽 감염 질환입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발열 환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때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도, 외래 진료에서도, 

그리고 지금 공중보건의사를 하면서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면서도, 소아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이유는 발열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를 벗으면서, 이전에 아파본 적 없어서 면역력이 생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유행철"이라는 게 무의미하게 코로나, 독감, 마이코플라즈마, RSV, 라이노, 노로 바이러스 등이 지속적으로 창궐하고 있어서, 발열 환자는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옵니다.

제가 공중보건의사 복무 시작하는 날, 병원에는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그만큼 소아과 의사가 시골 지역일수록 보기 어려운 거겠죠. (제가 걸어달라고 한 거 아닙니다...)

제가 현재 복무 중인 군 지역의 인구는 5만 5천 명. 

해당 지역에 소아과 전문의는 3명, 그중에서 야간진료를 하는 건 오직 저 1명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입소문이 돌아서 꽤 많은 분들이 찾아주곤 하십니다.


같이 내원하시는 보호자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열이 39도가 넘어서 위험할까 봐 왔어요."

"열이 40도가 넘으면 열경기를 한다고 들어서 왔어요."

"해열제 먹고 1시간 됐는데 열이 안 떨어져서 왔어요." 등의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열이 몇 도면 응급실을 가야 하는 걸까요?

열이 얼마나 지속되면 응급실을 가야 하는 걸까요?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열이 40도라고 해서 꼭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열이 나는 것 자체보다, 
아이의 컨디션, 쳐지거나 늘어지지 않는지, 잘 먹는지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열이 38도라도 못 먹고 늘어지면 응급실로 오시는 게 맞고, 

열이 40도라도 컨디션 좋고 잘 놀고 잘 먹는다면, 좀 더 지켜보셔도 됩니다.


또한 해열제는 보통 종류를 다르게 하여 (Ex. 부루펜-세토펜) 2시간 간격으로 교차복용을 시킵니다.

즉, 해열제에 대한 반응은 보통 2시간 정도를 보게 되며, 

서로 다른 해열제 2종류를 2시간 간격으로 먹인 다음, 4시간 정도 후에도 해열제에 전혀 반응이 없다면 그때 병원 방문을 고려해 보셔도 됩니다.


간혹, 보호자 분들께서 아이가 기침하거나 설사만 해도 열이 날까 봐 미리 해열제를 먹이시거나 

성인 진료를 위주로 보는 병원에서 소아 환자에게 감기나 장염 등으로 처방을 주실 때, 

열이 없는데도 지시사항 없이 해열제를 그냥 깔아주시기도 합니다.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소아에게는 매우 위험합니다. 

소아에게는 해열제 약 자체의 간독성, 신독성도 위험하고, 

또한 오히려 열이 나고 경과를 살펴야만 진단이 가능한 질환이 있는데, 해열제를 미리 먹어버려서 열이 나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해야 될 검사나 병의 경과를 놓쳐서 훨씬 더 오래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과에서는 보통 38도 이상 발열 시 교차 복용하시라며, 2종류 해열제를 PRN (Pro Re Nata - 필요할 때마다) 처방하게 됩니다.



응급실에 꼭 가야 하는 발열의 경우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잘 놀던 아이가 쳐지고, 못 먹고, 늘어진다. 

-> 이게 가장 중요한 대원칙입니다. 이 경우에는 나이, 열의 정도에 상관없이 다른 원칙들보다 우선해서 응급실을 오시는 게 맞습니다.


2. 100일 (3개월) 미만의 아이가 8시간 이상 발열이 지속되며, 해열제를 먹어도 38도 이상 열이 지속/반복된다.

-> 패혈증을 비롯한 심각한 감염 질환을 반드시 감별해야 합니다. 혈액검사 및 뇌척수액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아직 부루펜/맥시부펜 종류 교차복용이 불가한 6개월 미만의 아이가 세토펜/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를 복용해도 해열제에 반응이 없고 40도 이상 고열이 지속/반복된다. 


4. 만 4세 (48개월) 미만의 아이가 해열제 교차 복용 후 8시간이 경과했는데도 40도 이상 고열이 지속/반복된다.


5. 만 5세 (60개월) 미만의 열성 경련, 뇌전증 과거력/가족력이 있는 아이가 해열제 교차 복용 후 8시간이 경과했는데도  38도 이상 열이 지속/반복된다.

-> 보통 열성 경련은 가족력 및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 더 잘 발생하며, 경련은 고열 자체보다는 열이 오르는 과정 중에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열성 경련, 뇌전증 과거력/가족력이 있는 경우 소아청소년과 의사 판단 하에 37.5도에서 미리 예방적 해열제를 권고하기도 합니다.


6. 발열이 동반되면서 비정상적일 정도의 심한 분출성 구토, 목 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거나, 

일반적인 감염 질환 증상(기침, 콧물, 구토, 설사)을 벗어난 특이 증상 (호흡곤란, 경련, 착란, 이상행동, 관절 부종 등)을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꼭 가까운 응급실에 방문하셔서, 주사 해열제 또는 수액 처치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심각한 질환의 의심되는 경우라면, 상급병원 또는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40도 이상 고열이 있더라도 만 4세 이상이면서 아이가 컨디션이 좋고 잘 먹고 잘 논다면, 

일단 경과관찰 하시다가 다음날 가까운 동네 소아과에 가셔서 진료를 보셔도 됩니다.


https://blog.naver.com/bigdot17/22329950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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