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갈 땐 나와 결이 맞는 친구, 메이트가 필요하다. 하나의 세상이라 봐도 무방한 전시에서도 나와 맞는 전시메이트가 필요하다. 한 작가의 생애를 알아가는, 한 화파의 흐름을 알아가는 전시를 함께 즐길 동반자가 있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과 전시를 관람했다. 개인마다 각각의 성격이 있듯이, 전시를 관람할 때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러하여 전시 메이트에 따라서 전시의 감상이 달라졌다.
빠르게 지나치며 속도감 있게 전시를 즐기는 사람, 도슨트와 캡션을 꼼꼼히 읽어 작품을 연구하는 사람,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며 전시를 즐기는 사람, 각자 다른 공간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느끼는 사람, 작가와 시대 배경을 꼭 알아야 하는 사람, 배경보다는 그림 자체의 감상만을 즐기는 사람, 꽂히는 그림 앞에서 작품을 뚫어져라 보는 사람, 좋은 그림은 사진으로 남겨 기록해 두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의 전시를 즐기는 방식을 보았다.
나와 결이 비슷한 전시 메이트와 함께 관람을 한다면, 전시를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다. 나의 특성과 가장 잘 맞는 전시메이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적당한 호기심을 갖고 생각을 나누는 사람"
나에게 전시 메이트는 이런 사람이다. 전시를 볼 때, 속도는 정말 중요하다. 작품을 관찰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캡션을 읽고 있는 도중 일행은 벌써 다른 섹션으로 넘어가 있던 적이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아무리 내 감상에 집중하고 상대의 속도를 존중한다고 해도 신경이 쓰이게 된다. 또 다른 일행과는 오프라인 도슨트를 듣고 있는데, 다른 섹션으로 넘어갈 때 일행의 인증샷을 찍어주기 위해 도슨트를 놓쳐 듣지 못해 아쉬웠던 상황이 있었다. 반면 전시의 설명을 훑으며 작품을 나름대로 해석해 보며 감상하려는 일행과는 비슷한 속도와 감상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를 보는 속도의 차이는 그 전시에 관한 호기심에서 나온다.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성장 배경을 가졌는지. 당시의 역사는 어떠한지 그래서 어떤 분위기의 화풍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본다면 전에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보이고 감동을 특별한 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시를 알고 싶고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관람 시간이 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전시를 보며 알게 된 것은 나는 전시를 천천히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속도를 가진 사람과 전시를 보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전시는 한 작가의 생애를 알아가는 체험형 자서전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파가 담겨있는 입체형 역사책과도 같다. 전시를 보고 나면 전시 기획자들이 의도한 메시지를 읽고 싶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찰을 얻고 그것을 삶에 녹여내고 싶다. 작품의 진정한 이해는 내 마음에 와닿는 메시지, 감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전시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라 생각한다.
전시의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결이 비슷한 전시메이트가 있을 때 그 감동은 배로 다가온다. 나만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으로 볼 수 있을 때, 내가 보이지 않던 다양한 부분까지 보이며 시각이 확대되고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깊은 고찰을 한 전시 메이트와 대화를 하며 전시를 관람했을 때 새로운 것들이 보이며 폭넓은 감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전시메이트에게 협업한 미술관과 주요 작품 등 전시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사에 박학한 그는 해당 시대의 역사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관람을 하며 우리는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공감과 동시에 표현의 다양성을 느끼며 서로 다르게 와닿았던 부분을 듣게 된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매력이 있음을 느끼고 나름의 의미를 만들며 각자의 신선한 발상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다.
혼자 보아도 즐거운 전시, 전시 메이트와 함께 한다면 재미는 두 배가 된다.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갖고 있는 사람과 여러 시각을 배우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앞으로도 '제대로' 전시를 즐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