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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타 May 17. 2024

인도기차여행의 추억

2박3일 기차타기

다양한 인도 기차 중 KTX급의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를 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인도 살이 초반에는 라즈다니를 타 본 적이 없다. 크고 작은 역마다 정차하는 무궁화급의 기차를 탔다. 기차는 칸마다 등급이 확실해서 나무벤치 의자칸, 침대칸, AC침대칸, 1등칸으로 나뉜다. 나무벤치는 딱딱한 좌석에 각 잡고 앉아가야 한다. 허리가 아프면 아예 바닥에 눕기도 한다. 침대칸은 낮에는 2층을 접어 등받이로 이용하다가 누워 쉬고 싶으면 동의를 구해서 3층 침대로 만들 수 있다. 델리에서 남인도로 여행했는데, 이동시간이 자그마치 40시간으로 꼬박 이틀을 기차에 있어야 했다. 그때의 기차는 침대칸이었다. 누워갈 수 있지만 에어컨이 없다. 에어컨이 없다는 것은 창문을 열고 간다는 뜻이고, 온갖 먼지가 많다는 의미다. 게다가 문이 열려 있으니, 입석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상인들 누구든 오갈 수 있어서 배낭과 개인 소지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좌석을 찾아가 보니 내 좌석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다. 티켓을 보여주니 일어나지는 않고, 엉덩이를 밀어 빈자리를 만들어 준다. 옆에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불만을 표시하거나 내쫓는 사람이 없다. 3명이 앉아도 딱 맞는 곳에 네, 다섯이 걸터앉아 가야 한다. 식사와 취침 시간이 되니 슬그머니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비로소 등받이를 걸고 침대를 만들어 누워 갈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비좁게 앉아있다가 내 몫의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더블베드에 누운 듯 한 기분으로 쭈욱 기지개를 켜본다. 


꼬질꼬질 해진 손을 물수건을 만들어 씻고, 기차에서 파는 계란 오믈렛을 주문해 식사를 했다.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다. 맞은편에 앉은 인도사람들은 도시락을 싸왔는데, 짜빠티(부풀지 않는 밀전병)와 노란 강황이 섞인 감자를 먹는다. 이동 중이니 담백하고, 국물이 새지 않는 메뉴를 싸 온듯하다. 짜이왈라가 오간다. 짜이는 홍차에 우유, 생강, 설탕을 넣어 끓이는 차로 인도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먹는다.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따뜻하게 먹으며 더운 여름을 이기는 국민 음료이다. 한국의 달짝지근한 믹스커피 같은 빛깔을 내는 짜이를 먹으며, 차창밖을 바라본다.  비슷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 같지만 12월 즈음이라 델리에서는 추웠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올라 점점 더워졌다. 그렇게 기차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틀째를 맞이했는데 차창밖을 보니 깡통하나 들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까고 모닝 거사를 치르고 있다. 지금도 그러한 모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야외화장실을 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휴지 없이 손으로 뒤처리를 하는 리얼한 상황을 직관할 수 있었다. ‘악! 아침부터 이런 민망한 상황을 보다니. ’ 대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지역을 지나며 만나는 남인도의 강력한 풍경이었다. 


2박 3일간 기차를 타고 도착한 남인도 여행의 첫 방문지는 깐야꾸마리 , 인도의 땅끝이다. 대항해 시대 유럽사람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했으나 결국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가 발견했다는 인도행 항로가 바로 이 지점은 아니었겠지?  인도양이 휘감고 지나가는 인도 남쪽 끝, 깐야꾸마리에서 해돋이를 보았다. 계절과 상관없이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성지를 밟기라도 하듯 신을 벗고 바다에 들어가 기도하며 물을 끼얹는 사람들이 있다. 넘실거리는 파도 위로 태양이 올라온다. 정성 들여 씻는 모습은 개그 프로그램의 입수가 아닌 종교이자 삶인 인도인들의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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