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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Dec 07. 2023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풀빛)

청소부 아저씨는 파란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다. 그는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를 맡고 있는데 이를 테면 바흐 거리, 베토벤 거리, 하이든 거리, 모차르트 거리, 괴테 거리, 실러 거리, 토마스 만 광장, 브레히트 거리, 빌헬름 부슈 광장 등다.

그는 닦아 놓아도 금방 더러워지는 거리의 표지판을 항상 깨끗하게 새것처럼 닦아 놓다. 아침에 출근해 파란색 자전거를 타고 자신의 구역으로 가 파란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파란색 솔로 거리의 표지판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다. 청소국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훌륭하게 해 내는 그를 칭찬해 주고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행복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아이 덕분에 자신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닦고 있으면서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한 그는 우선, 음악가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 자신이 닦고 있는 음악가들의 이름을 적다.


글루크 - 모차르트- 바그너 - 바흐 - 베토벤 - 쇼팽 - 하이든 - 헨델


퇴근 후에는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 정보를 모으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성탄절에는 자신을 위한 선물로 레코드플레이어를 사서 음악을 듣다. 음악을 계속해서 들으니 오래전 세상을 떠난 음악가들이 음악으로 살아나 친구가 된 느낌다. 음악가들과 가장 좋은 친구가 되자 이번에는 작가들의 이름을 적다.

괴테 - 그릴파르처 - 만 - 바흐만 - 부슈 - 브레히트 - 실러 - 슈토름 - 케스트너


그는 이제 도서관에 가 작가들이 쓴 책을 빌려 와 읽기 시작다.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해가 될 때까지 읽고 또 읽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글과 음악은 서로 닮아 있어서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란 걸 혹은 음악이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란 걸 알게 다.


음악가들도 작가들도 모두 친구로 삼은 그는 반짝반짝 윤이 나게 거리의 표지판을 닦으면서 괴테의 시를 읊조리거나 슈베르트의 가곡을 부르거나 토마스 만의 소설을 이야기하거나 바그너의 오페라를 휘파람으로 불곤 다.


그는 이제 작가와 음악가들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와 읽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책들이라 어려웠지만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또 읽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그는 거리의  표지판을 닦으면서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 강연을 다. 어느 날 길을 지나가던 한 가족이 표지판을 닦으며 강연을 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어 강연을 듣다. 일을 끝낸 후 여전히 중얼거리며 사다리를 내려오는 그를 보고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는 부끄러웠지만 거리의 표지판을 닦으며 꾸준히 강연을 했고 일하는 거리에는 그의 강연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는 유명 인사가 되텔레비전에도 소개되고 대학에서는 그에게 강의를 부탁한다.


하지만 는 교수가 되기를 거절하고 거리에서 표지판 닦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아간다.

 


독일의 작가 모니카 페트가 쓴 <행복한 청소부>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책은 어른들에게 더 좋은 책인 거 같다. 밥벌이의 고단함과 지겨움에 지친 채 살아가거나 점점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삶에 길들여져 자신도 모르게 추락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자신을 잃고 열등감이나 좌절감, 실망과 우울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행복한 청소부>를 통해 행복은 꾸준함과 성실함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족적인 삶에서 온다고 말다. 청소부 아저씨는 꾸준한 독서와 탐구로 지식과 교양이 교수와 같은 수준에 다다랐지만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인정받는 교수 자리를 마다 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 표지판을 닦는 거리의 청소부로 남 길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남과 비교하지 않아서 행복해 보다. 남과 비교함으로 생기는 열등감과 열패감, 좌절과 실망에 빠지지 않고 또 자신이 남보다 났다고 생각하는 교만과 오만에 빠지지않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운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해 가면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계를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이해해 가면서 만족해한다. 만족감은 의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어  ‘행복한 청소부’ 수 있었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행복느끼며 사는 것은 쉽지 않 일인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예전에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를 별 거 아닌 양 바라보았다. 여기가 아닌 저곳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생각하고 찾아 헤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행복이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지금 여기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더 특별한 것 더 많은 것 더 화려한 것 더 높은 것을 구하려 애쓰지 않는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껴쓰고 몸이 아프면 쉬어가라는 표시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인다. 잘 걸어 다니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만으로, 잘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 생각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한다. 지금 여기서의 이 순간이 감사하다는 걸 깨닫게 돼 행복하다는 생각도 한다.


또한 <행복한 청소부> 아저씨처럼 지금 여기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고 행복한 삶이라 여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좀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  여가시간조차 깨어서 바라보며 탐구하는 것, 그 속에서 정신이 고양되고 마음이 풍요로워져 면이 충만함으로 차오르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곳에서부터 행복이 오는 게 아닐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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