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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Mar 13. 20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사계절)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서점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서점과 도서관이 좋은 이유는 사방이 책으로 가득해서 어떤 책을 골라 읽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책읽기는 나에게 글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오래된 습관이고 눈이 보일 때까지는 계속될 재미있고 의미있고 얻을 게 많은 일상이다. 그런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이라는 책 제목은 호기심이 일었고 멋져 보였다. 그래서 도서관 신간코너 책장에 놓여있는 이 책을 빌려와 읽었다.

P60~61 책은선물 동네책방 (강맑실 그림)

글쓴이는 23명으로 각각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동네책방 주인들이다. 동네책방은 제주를 비롯해 부산, 전주, 진주, 당진, 강화, 인천, 파주, 서울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23곳의 동네책방을 소개하는 길목에는 출판사 대표가 색연필로 그린 동네책방 그림이 있다. 나무나 꽃, 고양이나 강아지가 함께 있는 색연필로 그린 책방 그림들은 따듯하고 평화로워서 언젠가는 순례객처럼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동네책방은 대부분 작고 아담하다. 그중에서도 제주에 있는 ‘책은선물’ 책방 그림이 내 눈에 들어온다. 제주의 특징인 돌담이 있고 그 위에 화사하게 빨간 꽃이 피어 있다. 책방 건물은 오래됐지만 돌담을 사이에 두고 운치 있게 잘 어울린다.


P118~119 국자와 주걱 동네책방(강맑실 그림)

동네책방들은 독특하고 예쁜 이름들이 많다. 오룻이서재, 수상한책방,노란우산,달책빵,토닥토닥, 날일달월, 시옷책방 등인데 그중에서도 책방 이름을 ‘국자와 주걱’이라고 지은 동네책방이 있다. 책방 이름을 국자와 주걱이라고 짓다니... 발상이 신선하다. 강화도에 있는 이 동네책방에서는 북콘서트를 열고 톨스토이와 간디, 스콧 니어링의 책을 팔고 있다.


P150~151 제주풀무질 (강맑실 그림)

내가 대학 다닐 때 서울 명륜동 성대 앞에는 풀무질이라는 사회과학 서점이 있었다. 성대 근처에 약속이 있으면 난 풀무질에  들러 책을 구경하던 기억이 있다. 제주풀무질은 서울풀무질을 운영하던 분이 빚에 쪼들려 서울풀무질을 넘겨주고 제주에 내려가 차린 동네책방이다.


제주풀무질 주인은 서울에서 26년 책방 하면서 남은 것은 은행 빚이요 얻은 것은 아내와 아들이라고 얘기한다. 대학가에서도 서점을 운영해 먹고사는 일은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다. 그는 서울풀무질을 운영하면서 책읽기 모임 10개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해도 책을 팔아 밥벌이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빚을 청산하고 도시에서는 살 수 없어 제주에 내려갔는데 그곳에서도 다시 책방을 열었다. 제주는 여행지라 여행객들이 읽기 쉬운 산문이나 소설도 팔지만 여전히 책읽기 모임을 여러 개 만들고 인문사회과학 책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에게 인문사회과학은 책 속에서 올곧은 삶의 길을 찾는 방법이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p270~271 책과아이들 (강맑실 그림)

부산에는 '책과아이들'이라는 어린이책 전문서점이 있다. 글쓴이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명예퇴직하고 아내가 시작한 서점을 함께 운영하게 된 책방 집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아이들'을 운영하며 글쓴이는 네 아이의 아빠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고 사람들이 어린이 문학을 즐기고 동심을 지키고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일들을 해 나간다.


이를 테면, 학급문고 살리기 운동을 하고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빛그림 이야기를 시도하고 그림책 원화 전시를 하거나 생활 연극을 하고 어린이책 행사와 다양한 독서 행사들을 개최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보다 재미난 게 너무 많은 시대에 책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게 분명한 이 시대에 동네책방을 열고 꾸려간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동네책방을 열고 책과 함께 살아간다.

동네책방의 적자를 메꾸고 먹고살기 위해 그들은 카페와 책방을 같이 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그 밖의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동네책방은 책읽기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낭독 모임을 통해 동네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곳, 평등과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 자연과 함께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대하는 곳, 나와 네가 다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곳, 경쟁도 하지만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곳… 그런 곳이 떠오른다.


책 속에는 다양한 생각과 삶이 펼쳐져 있고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길일까, 에 대한 인류의 고민이 축적되어 있기에 그 속에서 삶의 길을 찾고 함께 좋은 삶을 모색해 보는 동네책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가치들을 실현해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네책방들에게 마음 깊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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