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산 가격에서 100원은 오르겠지,라는 착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대학 입시에서도 여러 번 실패를 했었다. 10대 중반에는 비행 청소년으로 살았기에 사회에서 실패자로 낙인이 찍혔었다. 실패를 하고 다시 원상복구를 하는 과정은 항상 어려웠다. 그래서 실패를 최대한 외면하려 했다.
내 도피성은 퀀트라는 직업에서도 나타났다. 나는 돈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차익거래를 할 때 (즉, 전력 1MW를 한 번 사고팔 때), 100원이라도 벌면 벌었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산 가격에서 100원은 오르겠지,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Profit Taker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내가 산 가격에서 100원이라도 오르면 판다. 즉, 100원이라도 번다. 또는 내가 판 가격에서 100원이라도 내려가면 산다 (공매도). 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은 오르락내리락하기에, 아무리 그래도 100원은 오르겠지,라고 생각했다. 리스크가 없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꽤나 자주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내가 산 가격이 가장 비싼 경우가 하루에 몇 번이고 있었다. 나머지 거래에서 아무리 100원을 계속 긁어모은다고 한들, 꼭짓점에서 샀을 때 그 손실은 만 원이었다. 자잘하게 100원을 여러 번 모은들 한 번 실패하면 다 날아갔다. 리스크는 매우 컸다.
100원은 오르겠지,라는 생각은 단순하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퀀트들은 분명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나와 같은 알고리즘을 분명 만들었겠지. 그 알고리즘이 모두 돈을 번다면, 돈을 잃는 알고리즘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라면, 어떤 알고리즘은 돈을 잃고, 어떤 알고리즘은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돈을 벌어다 주는 알고리즘. 모든 알고리즘이 그렇제 작동한다면, 돈을 잃는 알고리즘은 누굴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할까.
당신이 퀀트라면 (혹은 퀀트를 지망한다면) 꼭 필요한 자세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놀라운 전략을 생각했다고, 이 로직은 돈을 계속 찍어내는 알고리즘이라고, 팀장님과 주변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다면, 한 번쯤 냉소적일 필요가 있다.
과연 이 아이디어는 나만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