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적응
오늘은 직접 개발한 알고리즘의 테스트 성과가 괜찮았다. 내일도 이대로라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헤드가 오늘 나에게 말해주었다 (이 알고리즘에 관해선 나중에 <퀀트의 일상> 파트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알고리즘을 위해서 나는 주말에도 일하고 퇴근하고도 일하는, 독일답지 않는 생활을 했었다. 노력의 열매를 오늘 살짝 맛보았다.
그 내일이 오늘 왔고, 성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모델로 테스팅을 다시 해야 한다.
이런 생활을 꿈꾸지 않았던 나의 베를린 입성은 간단했다. 나는 베를린 역을 지나, 1편에서 말했던 내 베를린 첫 친구와 헤어진 뒤, 내 친구의 (이번에도 1편에서 말한 Fredi)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은 4층이었다 (한국식으로 5층).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독일에선 5층부터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집이 4층까지 밖에 없더랬다. 나는 양손에 케리어를 들고 다시 운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나는 Fredi 덕분에, 정확히는 Fredi 여자친구 덕분에,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일주일 뒤, 나는 학교 입학을 했다.
한 달 뒤에는 베를린에서 친구들과 처음으로 기후 위기 시위를 했고 (이때는 2023년 10월),
시위 이후로 반년 후에 (2024년 4월) 나는 학교에서 ESG 데이터 분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각 사진 속에 나는, 그다음 사진 속에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현재, 독일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예상치 못하게 함부르크에서 파워 퀀트로 일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잠시 과거 얘기는 제쳐두고 현재를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낀다. 과거는 나중에 다시 꺼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