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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워퀀트 Oct 25. 2024

파워 퀀트의 독일 여행

3.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산 가격에서 100원은 오르겠지,라는 착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대학 입시에서도 여러 번 실패를 했었다. 10대 중반에는 비행 청소년으로 살았기에 사회에서 실패자로 낙인이 찍혔었다. 실패를 하고 다시 원상복구를 하는 과정은 항상 어려웠다. 그래서 실패를 최대한 외면하려 했다. 


내 도피성은 퀀트라는 직업에서도 나타났다. 나는 돈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차익거래를 할 때 (즉, 전력 1MW를 한 번 사고팔 때), 100원이라도 벌면 벌었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산 가격에서 100원은 오르겠지,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Profit Taker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내가 가격에서 100원이라도 오르면 판다. 즉, 100원이라도 번다. 또는 내가 가격에서 100원이라도 내려가면 산다 (공매도). 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은 오르락내리락하기에, 아무리 그래도 100원은 오르겠지,라고 생각했다. 리스크가 없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꽤나 자주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내가 산 가격이 가장 비싼 경우가 하루에 몇 번이고 있었다. 나머지 거래에서 아무리 100원을 계속 긁어모은다고 한들, 꼭짓점에서 샀을 때 그 손실은 만 원이었다. 자잘하게 100원을 여러 번 모은들 한 번 실패하면 다 날아갔다. 리스크는 매우 컸다.


100원은 오르겠지,라는 생각은 단순하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퀀트들은 분명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나와 같은 알고리즘을 분명 만들었겠지. 그 알고리즘이 모두 돈을 번다면, 돈을 잃는 알고리즘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라면, 어떤 알고리즘은 돈을 잃고, 어떤 알고리즘은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돈을 벌어다 주는 알고리즘. 모든 알고리즘이 그렇제 작동한다면, 돈을 잃는 알고리즘은 누굴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할까.


당신이 퀀트라면 (혹은 퀀트를 지망한다면) 꼭 필요한 자세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놀라운 전략을 생각했다고, 이 로직은 돈을 계속 찍어내는 알고리즘이라고, 팀장님과 주변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다면, 한 번쯤 냉소적일 필요가 있다. 

과연 이 아이디어는 나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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