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가 5,000원을 주웠다. 땅에서 난 것 치고는 큰 액수였다. 너는 순간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종이를 나팔거리며 "이 돈은 경찰서에 가져다주어도 주인을 찾을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너의 미소에 대해 생각했다. 그 미소의 주인은 5,000원이었을까? 아니면 너와 함께 산책을 하고 5,000원의 행복을 같이 맛본 이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같은 시간, 그 어딘가에서 5,000원을 잃고 속상해하는 누군가의 것이었을까?
친구의 꼬임에 속아 문구점에서 불량식품을 훔치고 이내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경찰서에 자수를 하겠다고 울던 어린 네가 생각났다. 학교 복도에서 500원을 줍고 주인을 찾지 못해 칠판에 조그맣게 분필로 물품보관함을 그려 넣던 네가 생각났다. 동생의 유치원에서 물빛 구슬 장식을 가져오고 자책하다 결국 버려버린 네가 생각났다.
나는,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던 너의 마음이 미소로 덮이는 걸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