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이상한 수면 공상을 자주 겪었다. 수면 중에 일어나는 다채롭고 뒤틀린 일련의 시각적 심상은 그 잔상이 며칠을 가기도 한다. 새가 눈을 감는 시간, 여름내 울어대던 뒷산의 부엉이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된 시간, 그렇게 유독 조용한 밤이면 눈앞에 커다란 장면이 펼쳐진다.
때로는 보면 안 되는 것들을 보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금지된 사항들이 수면 중에 나타날 땐 내면의 무의식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그 속에서는 법률도, 도덕도 없다. 무의식에서 본 장면 때문에 섬뜩할 때도 있는데, 모든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그곳에서의 내가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간간이 반복되는 장면도 있다. 특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가 몇 군데 주기적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실제 하지(혹은 실재하지) 않는 장소일 텐데, 적어도 직접 발을 옮긴 공간은 아닐 텐데 자꾸 떠오르곤 한다. 이 우주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사는 세상일까? 대게 이런 장면들은 알록달록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바람 내음이 좋은 넓은 언덕에서 잔디 썰매를 타기도 하고, 산 꼭대기까지 연결된 철로를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도 하는데, 꼭 예쁜 집도 그려져 있다.
무의식을 녹화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다면 미지 덩어리인 내면에 대해서 조금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술이 없으니, 오늘도 일어나기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