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삼아하는 "만일 00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이라는 물음에 언제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고 대답해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기보다, 마음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늘을 나는 것 말고, 억만장자가 되는 것 말고, 당신과 나의 선을 지키는 능력. 관계를 망쳐버리지 않는 방어능력.
대부분의 사람이 타인에게 보이는 관심은 흥미에, 호감은 호의에 가깝다. 그 사실을 매번 체감하면서도, 꾸준히 먹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게 매년 누군가는 체기가 남아있다. 이젠 속지 않아, 하며 단단한 껍질이 여물었다고 안심하는 순간, 어김없이 거피하고 이내 몸뚱어리를 녹여버리는 침입자가 생겨버린다. 그렇게 다시 관심을, 호감을 요망해 버린다.
마음을 읽는 능력은 고사하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치유하는 면역조차 기르지 못했다. 내 마음은 아직 충분히 결실하지 않았나 보다. 단단하고 살진 마음의 과실은 언제 수확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