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절 왜 낳았대요?

자기들 화풀이하려고요?

아동, 청소년 상담이라는 분야는 양날의 검이 존재하는 예민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완성되지 않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보람도 주지만 동시에 성인 상담과는 달리 지금 당장 그들을 힘들게 하는 환경을 바꾸어 줄 수 없다는 무력감 역시 준다.

"선생님, 엄마는 저를 낳지 않았으면 우리 집이 돈도 더 많이 벌고, 더 잘 살았을 거래요. 아빠는 제가 대학 가고 나면 집 팔아버리고 엄마 아빠 다 어디로 떠날 거래요. 저한테 화날 때는 아빠가 저보고 원룸 구해줄 테니까 나가래요."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 한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가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하던 말이 상담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귓가에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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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보육을 제공하는 역할, 아이가 사회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 아이에게 경제적인 의무를 다하는 역할, 또 아이에게 정서적인 만족감을 충분히 줄 역할...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급급하던 우리의 부모세대, 아이를 굶겨죽일 수도 있었던 시절, 경제적인 의무를 다해서 아이를 먹여 살리고, 하고 싶은 공부를 시켜주는 것이 급급하던 부모를 보고 자란 우리 세대가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 역할 역시 그것이면 될 것이라 믿는 것.

그 역할을 다하면 아이에게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큰소리치며, 난 그 역할을 하느라 힘들고 바쁘니 나머지 역할을 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상담을 하며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모를 좋아한다.

훨씬 더 사랑받길 간절히 원하며, 훨씬 더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오랜 시간 그 욕구가 무시당할 때 아이들은 자신들의 그 욕구를 부정한다.

나도 부모를 좋아하지 않아. 나도 부모의 인정 같은 건 필요 없어. 나도 부모의 사랑 따위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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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고,

자식은 나중에 자식을 낳아보면 부모를 이해한다 했던가.

아니. 그건 부모가 이해받고 싶어 만든 어느 정도의 합리화와 바람이 깃든 말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어떤 관계도 노력 없이 저절로 이해되거나 용서되는 관계는 없다.

네가 내 입장이 되면 언젠가는 이해해주겠지.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겠지.라는 믿음은 지금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

그 시간을 먼저 걸어보았던 어른이 아이를 이해해주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훌륭한 부모가 아니라 따뜻하고 내편인 좋은 부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