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의 새로운 도전
한국에서 다닌 던 병원을 그만 두기 전에, 1년 동안 미국 간호사 시험인 NCLEX를 공부할 때만 해도, 마치 그 시험에만 합격하면 당장이라도 미국에 가서 일을 하게 될 것처럼 즐거운 마음이었기에, 그 고된 3교대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힘들지가 않았다. 1년 정도의 준비 끝에 미국 간호사 시험도 합격했으니 영어도 어느 정도(?) 그 비슷한 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라며 (스스로의 영어 실력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사직을 하고 만 거다.
그때, 미국 간호사가 되겠다며 아주 작정을 하고 병원을 호기롭게 때려치울 때만 해도, 나는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기 때문에 아마 더 용감했던 거 같다. 그 뒤로 3년 동안이나 영어 학원을 전전하며 나의 20대 후반을 "공부하는 백수"로 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그리 당당하지는 못했겠지.
그 뒤로 공부를 하면서 3년을 지내게 되니, 도대체 이 시험의 마지막 결승점이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점수가 나오려나.." "내가 어느 만큼 와 있는 거지..?!" "미국 간호사 영주권 문호가 정말 닫히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며 나는 늘 불안했고 암울했다. 그렇게 2005년, 겨울 한참 종로와 강남의 영어 학원을 뱅뱅 돌 무렵, 미국 간호사 카페에는 이제 곧 영주권 문호가 닫힐지도 모른다는 소식으로 가득했고 마음은 더 조급해져만 갔다. 그리고 몇 달 뒤, 정신을 차려보니 돈 300백만 원 만을 손에 쥐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 땅 LA에 떨어진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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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나이 딱 서른 이였는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영어점수(IELTS)의 문턱을 넘기고 나니 정말 마법처럼 순순히 일이 풀리더니 그토록 바라던 미국 간호사로 취업이 됐다.
이제 마흔 중반이 되어 돌아보면, 그 지루했던 시간도 어쩜 이리 찰나로 느껴지는지 중간중간 힘들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견뎌온 나 스스로가 얼마나 대견하고 장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10년 넘게 미국 간호사라는 타이틀을 따고 일 해 오고 있는 요즈음을 난 정체기로 느낀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 좀 아무것도 안 하고, 한국에서보다 적게 일 하고 더 많은 월급 따박따박 받으며 사는 것도 괜찮다고 핑계 대고 있지만, 사람이 또 이럴 때 슬럼프가 오는 건지... 꿈을 다 이뤘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더라고.
어쩐지 잔잔한 파도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둥둥 떠 다니며 놀고 있는 이 상태가 너무 좋지만, 저 멀리 높은 파도를 향해 한번쯤은 나가 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나는 당연히 파도를 맞고 쓰러질 테니, 그게 너무 또 두렵지만.. 지나고 나면 또 50대의 나는 40대의 지금 내 결정을 자랑스러워하고 기특해할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내게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는 건, 이제 나도 큰 파도를 맞으러 나가 보겠다는 다짐이고 선언이다. 하지만 시작은 또 조심스러워서, 일단 작가 신청을 해 보고 허락받지 못하면 바다에 나갈 배도 띄우지 않을 심산이었는데 의외로 허가 신청이 나와 버리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갈팡질팡 하다 며칠을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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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의 지난 이야기를 경험을 나누는데서, 시작하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점점 나아가기를,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지기를, 그래서 더 큰 사람이 되어가기를 바라며 시작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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