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몇 번 말했지? 하나아, 두울!
낮이 길어진 요즘,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제법 많아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동안 아이들의 일상을 구축해왔던 학원과 각종 교습소가 닫히면서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학원과 교습소가 정상화되었음에도 놀이터에 모여 놀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정은 다행히도 지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놀이터에 이따금씩 익숙한 외침이 들린다.
"아무개야. 그렇게는 하지 말라고 했지. 몇 번 말했지?"
"안 돼. 내려와. 어서. 하나아, 두울, 세엣!"
놀이기구를 위험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수차례 주며, 안전하게 놀기를 지도하려는 엄마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의를 듣고서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위험하게 매달리고 오르내리다 결국 꼭 다치고 마는 아이가 생긴다. 이럴 때면 엄마는 아프지는 않지만 주의를 환기할 정도의 등짝 스매싱을 잔소리와 함께 세트로 아이에게 전한다. 다쳐서 속상하고 엄마한테 혼나서 속상한 아이는 엄마손에 붙들려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가 주의 줄 때, 기다려줄 때, 안전하게 놀아야 즐겁게 하루가 마무리되는 법.
하루가 다르게 기후 관련 뉴스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몇 년만의 폭염이라던지 이상기후로 늦봄에 폭설이라던지 때아닌 홍수라던지 확실히 재작년보다는 작년에, 작년보다는 올해의 강도가 세지고 있음이 보이는 뉴스들이다. 해외토픽의 먼 나라 뉴스 같기만 했던 것들이 왕왕 우리나라 뉴스가 되어 들려오기도 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 내용을 전해 듣자면 이대로라면 미래 기후는 재앙 그 자체이다. 영화관에서 보던 재난이 우리 생활 속에서 실감 나게 펼쳐질 예정인 것이다. 현재 기온에서 상승폭을 1.5도 이상을 절대로 넘어서는 안된다고 하나 일각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는 상승했다고 봐야 하므로 1.5도가 아니라 목표는 1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뉴스를 마주할 때면, 지구가 인류에게 기다림의 한계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를 품어준 엄마 지구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적당히 쓰라고 했지. 계속 열받으면, 조절하기 어렵다고 했니 안 했니!"
과학자들이 말하는 1.5도는 엄마가 기다림의 한계점을 알려오는 "하나아, 두울, 세엣"과 닮아있다.
지구가 주의 줄 때, 버텨줄 때, 정신 차리고 기후 문제에 적극 모드로 임해야 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