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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과언니 Aug 03. 2022

한 번 날아볼까요?

엉뚱한 상상, 당신의 원픽은?

어느 날 초능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딱 하나의 능력을 골라야 한다면 어떤 능력을 받고 싶은가요?  

초능력은 영화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는 주제인데요, 저의 경우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늘 탐이 났습니다. 봄기운을 느끼며 산책하듯 날거나 한 여름 굵은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질주하듯 날아보기도 하고 쾌청한 가을 하늘에 한 마리 참매같이 빠르게 하강하며 날아보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다른 동물들처럼 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동물도감이나 그림책을 보다 보면 유독 날 수 있는 생물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나비, 새, 박쥐, 그리고 지금은 멸종해서 없어진 익룡. 초능력은 아니지만 수억 년 동안 진화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달한 비행 방법이 놀랍습니다. 가만히 그들을 들여다보며 어떤 방법이 좋을지, 그들을 따라 하늘을 날아보는 상상을 시작해봅니다.        


먼저 새가 되어 볼까요?  

이왕이면 창공을 가르는 모습이 멋진 새를 상상하며 양팔을 활짝 펼칩니다. 양팔의 피부를 뚫고 체온을 유지해 줄 솜털 깃이 먼저 자라납니다. 그 위로 날개깃이 돋습니다. 날개깃은 깃대를 중심으로 보면 좌우 비대칭 모양인데, 윗 팔과 아래팔 부위별로 자라는 깃의 모양과 크기가 다양합니다. 깃털이 다 돋은 후 양팔의 모양은 비행기 날개를 닮아 공중에서 날갯짓을 하면 공기의 흐름을 타고 몸을 쉽게 띄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훨훨 날기 위해서는 양팔을 등에서 배로, 배에서 등으로 앞뒤로 저어야 합니다. 나비야 동요를 부르면서 배웠던 것처럼 팔을 위아래로 날갯짓을 하면 날 수가 없어요.      


이번에는 박쥐가 되어보겠습니다. 

작은 몸집을 덮고도 남을 만큼 넓은 날개로 밤하늘을 누비는 박쥐의 비행도 상당히 멋집니다. 박쥐는 깃털이 없습니다. 날개를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양손을 쫙 폅니다. 엄지를 제외한 검지, 중지, 약지, 소지를 이루고 있는 마디마디의 뼈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길어지냐고요? 손가락 길이가 팔 길이랑 비슷해질만큼은 길어져야 날기에 수월할 겁니다. 이제 어깨에서부터 길어진 손가락 사이, 손가락과 몸통 사이, 다리와 꼬리까지 얇은 피부막으로 이어 덮습니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서로 쫙 벌려서 장갑 면적을 넓게 만들거나 커다란 자루 속에 들어가 팔다리를 쫙 펴보았던 느낌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조금 시간을 뒤로 돌려 공룡의 시대로 가서 익룡이 되어봅시다. 

익룡은 지구 상에서 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척추동물이라는 타이틀이 있습니다. 일단 익룡의 손가락은 4개, 엄지를 접고 검지부터 소지까지 준비해봅시다. 박쥐처럼 손가락 부분이 길어질 텐데, 이번에는 새끼손가락만 길어집니다. 몸통 길이보다 더 길어질 겁니다. 얇으면 부러질 수 있으니 새끼손가락 마디마다의 굵기도 팔뚝만큼 굵어질 것입니다. 길고 굵어진 새끼손가락과 발목 사이를 피부막으로 덮으면 익룡의 날개가 완성됩니다. 익룡의 날개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 이후로도 하늘을 날아보기야’하고 약속해달라는 같기도 합니다.  

   

만약에 새, 박쥐, 익룡 중 하나를 선택하여 비행 능력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의 비행 방법이 끌리나요? 만약에 새나 익룡을 선택하고 싶다면, 비행 팁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박쥐는 몸집이 아주 작아서 그럴 필요가 없지만, 새나 익룡은 빨대처럼 뼛 속을 비워서 몸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한답니다. 가벼워진 만큼 자유롭게 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일상에서 답답할 때, 눈을 감고 한 번 날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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