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나면 피하지 않고 느낄 수 있게 되요.
"아, 봄은 이게 싫어"
"뭐가"
"이 온통 날리는 꽃가루 말이야. 내 코로 막 다 들어올 것 같아"
"요거? 복실복실한거?"
"응. 없던 알러지도 생길 것 같아."
"이건 꽃가루 아니고, 버드나무 솜털이야. 민들레 씨앗 날리는 것 같이 이것도 씨앗이....."
"아, 어쨋든 날리는 건 싫어."
설명이 길면 말은 잘리기 십상이다.
나는 설명이 좀 긴 편이란다. 한두 명의 이야기는 아닌 것을 보니 요즘 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
그래서 많이 자중하려하지만 '꼬-오-옥' 알려주고 싶은 것이 생길 때는 나도 어쩔 수 없다.
꽃이 피면 행복한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괴로운 사람들도 있다.
일년을 기다려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꽃들의 열렬한 구애덕분에 눈물이 나는 사람도 있고 콧물에 재채기를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옆에서 보고 있자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화창한 대낮에 중력을 잃은 듯 공중을 활보하는 솜뭉치는 소위 알러지파 인간들에게 대번 원수놈으로 찍히고 만다.
북실북실 날리고 길가에 수북히 쌓이기도 하는 솜뭉치에게 감정이 있다면 좀 억울할 것 같다.
이 솜뭉치의 발원지는 버드나무이다.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척 보면 알 수 있는 나무, 바람 부는 물가 풍경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무, 긴 머리를 휘날리듯 바람불 때 더 멋스러운 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다음으로 전 국민이 이름을 알고 있는 나무가 아닐까?
버드나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과는 다른 꽃을 피우는데, 일찌감치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하면 씨앗을 멀리 내보낼 솜털이 몽실몽실 생겨난다. 바람이 훅 한 번 불면 이 때다 싶게 하늘 높이 공중부양을 해서 끝도 없이 날아간다. 그러다 눈 쌓이듯 건물 문앞에, 바위 틈에, 길가 보도블럭 한쪽 켠에 소북히 모여든다.
물론 솜털이 잘게 쪼개져 눈이나 콧구멍에 들어갔다 나오면 성가시고 귀찮기는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알러지 검사 대상은 아니니 안심하고 봄풍경을 잠깐 즐겨보는 것이 여러가지로 더 유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