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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과언니 Feb 01. 2024

에코백은 에코를 Back 할까?

몇 번을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나려나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말이야, 에코백은 최소 131회 써야 한대."


시작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는데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던 그날의 대화는 환경, 기후, 탄소 이런 주제로 진입하고 있었다.

에코백 최소 사용 횟수가 131번이라는 정보를 새롭게 얻었으나 기분은 좀 이상했다.


"131번'만' 쓰면 에코백이 비닐봉지보다 낫다고? 생각보다 적은 게 아닐까?"

이어지는 대화에 집중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얼른 지나가는 말로 쓱 대화에 말을 보탰다.

"131번이면 엄청 쓰는 거지. 3일에 한 번은 들어야 하는 건데..."

"맘에 드는 디자인으로 된 걸로 사서 꾸준히 131번 사용했면 칭찬해 줘야지 안 그래?"


대화는 이제 횟수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 내가 어디서 봤는데, 비닐을 처음 개발한 사람의 원래 목적은 종이봉투가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아주 싼 봉투를 만들려고 했었대. 훗날 한 번 쓰고 마는 비닐봉지를 보고 슬퍼했다더라고.

- 가끔 탄탄하고 예쁜 비닐봉지는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비상용 장바구니로 쓰면 좋던데. 날 봤으면 덜 슬퍼하셨으려나?

- 아 맞다. 텀블러는 한 300번은 써야 한다며?

- 아니야 스텐으로 된 재질이라 300번보다 훨씬 더 많이 써야 된대. 스테인리스처럼 합금재질은 재활용이 쉽지 않다던데?  나 그거 알고 나서 텀블러 안 사고 있잖아. 그런데 예쁜 텀블러 봤는데 안 사고는 너무 힘들어.

- 그거 알아? 종이로 된 쇼핑백은 3,4번까지는 써야 한다며? 한두 번 쓰면 구겨지고 해서 들고나가기 애매할 때도 있고 그렇잖아, 집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할 때 써봐. 꽤 여러 번 담아 쓰다가 나중에 종이류로 버리면 돼.


어느새 대화는 각자의 에코생활 실천 간증회가 되어 가고 있었고, 얼마나 다양한 물건에 대해서 얼마나 여러 번 쓰고 있는가로 대화는 여백 없이 꽉 찬 밀도감으로 유쾌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카더라 정보를 빌었지만 어쨌든 다회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안 그래 보였던 지인들이 그간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애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날의 가장 소중한 발견이었다.


돌아오는 길 그날의 대화에 등장한 횟수는 꽤 오랜 시간 머리에 남아 있었다.

탄소발자국을 연구하는 세계 곳곳의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어떤 물건을 최소 얼마나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100번이든, 200번이든, 300번이든, 400번이든 최대한 오래 쓰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일상에서 물건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일에 생각을 한 번 더 해야 하고, 전략이 필요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에코백을 쓰느냐 마느냐 이전에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 사지 않고 그저 오래오래 귀하게 사용을 해야 에코가 Back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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