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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Jan 31. 2022

러브레터(Love Letter,1995)

답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편지를 보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편지에 답이 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의 여성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를 설산을 오르던 중 안타까운 사고로 떠나보내고

상실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살아갑니다.


후지이 이츠키 2주기에 참석한 와타나베 히로코(네이버 영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보게된 '후지이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그녀는 유년시절 이츠키가 머물던 주소를 발견하고 자신의 팔에 새겨놓습니다.

이후 그 주소로 차마 답을 받을 수 없는 편지를 보낸 히로코

놀랍게도 알수 없는 이유로 답을 받게 되면서

이츠키의 유년시절을 엿보게 되는데요.


죽은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은 사실에 기쁜 와타나베 히로코 (네이버 영화)


알고보니 답장을 보낸 사람은

죽은 후지이 이츠키와 이름이 똑같은 또 다른 여성주인공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였습니다.

그녀는 이름이 같은 '후지이 이츠키(남성)' 과 중학교 시절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공교롭게도 그녀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외모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여성)이 엇갈리는 장면 (https://lujuba.cc/en/544526.html)


 

두 여성이 이츠키를 추억하는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후지이 이츠키(남성)'와 '후지이 이츠키(여성)'이 마주하는 죽음의 이미지는 선명해집니다.

그와 함께 와타나베 히로코가 마주하는 진실도 선명해져가죠


그 과정에서 히로코는 그토록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츠키(남성)의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그리고 히로코이츠키에서 처음으로 보낸 편지에 썼던 말을

이츠키(남성)가 생을 마감한 눈덮인 산을 향해 쏟아냅니다.

 

극 중에서 감정표현을 극도로 절제했던 히로코,

 이 순간 그녀는 응어리졌던 감정을 마침내 털어놓습니다.


히로코가 이츠키에게 처음으로 보낸 편지 (출처: http://www.kb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47)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

이츠키를 마주하는 와타나베 히로코(네이버 영화)
눈 덮인 산을 향해 소리치는 와타나베 히로코 (네이버 영화)


여전히 실재()할 것이라는 처절한 믿음이 이내 부재(不)를 인정하는 결연함

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처음 러브레터를 봤을 때는 로맨스 영화로만 읽혔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볼때마다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를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처절함 혹은 간절함"

을 그리는 영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마음 속 싶은 곳에 '마주하기 두려워 애써 외면하는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듯이 말이죠.


히로코이츠키 뿐 아니라

"히로코를 사랑하지만 죽은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그녀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시게루 아키바

"갑작스레 남편을 잃고난 트라우마로 위급한 상황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이츠키(여성)의 어머니

"오래되어 위태로워진 나무로 만든 집을 차마 떠날 수 없는" 이츠키(여성)의 할아버지


처럼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리없이 신음하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지난한 시간 속에서

다시금  마주서고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린 채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나머지

놓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다시금 알아차리려 합니다

그리고 솔직해지려 합니다.


한 없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던 히로코가 그토록 격정적으로 쏟아내었던 것 처럼 말이죠.


혹시 당신에게도 마주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나요?

부디 당신에게도

그것들을 겸허히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s://www.cinematoday.jp/page/A0004449


2022-01-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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