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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Mar 19. 2024

앵글랙 설치

 목형 공장 내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가 매번 고민이다. 220V 전기를 380V로 변환시켜주는 전압조절기(AVR)에 핀과 가이드 그리고 블레이드 게다가 리핑기까지 구동하려면 컴프레스 선들을 연결해줘야하고 기본적으로 칼도 달아야 하니 철로 된 롤도 달려 있다. 거기에 소프트웨어를 연동시키는 PC까지 붙으면 벤딩머신은 그 자체로 사각 형태가 아니다. 그리고 목판에 금형을 박으려면 커다란 대리석 조방도 필요하니 공간은 금새 잡아먹힌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작업 공구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지기 일수다. 칼을 다양한 모양새로 구부리기 위해 마련된 여러가지 지름의 원형 핀, 집게와 니퍼 그리고 커터칼과 각도자까지. 이러면 작업 중에 공구들을 이리저리 옮겨야했고 이리저리 방해를 받기도 했다. 뭔가 수를 써야했다. 좁은 구역에 많은 공간을 창출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무심코 본 "앵글랙"

 

 좁은 구역에도 층층이 선반을 올려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조금씩 아껴놓은 여윳돈으로 700(너비) x 400(폭) x 900(높이) 앵글랙을 주문했다. 


 주말에 배송이 오면 안되니 금요일 오후 늦게 주문해서 평일에 받을 요량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문제는 배송지를 회사가 아니라 집으로 해놓은 바람에 하루 늦게 회사에 가져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무거워서 혼났다. 지하철 역사를 걸으며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듯은 아니고 아주 힘겹게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들고 다녔다.)


 일단 회사에 일찍 도착해서 한쪽 구석에 세워두고 일을 봤다. 그러다 공장장님이 그걸 보시고는 "이거 뭐냐"라며 궁금증을 드러내셨다. 

 

 "앵글랙 샀어요. 조방 옆에 두고 쓰려구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공장장님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하셨다. 


"야! 이거 거기다 놓지 말고, 레이저 기계실 쪽에 놔. 우리 정리 안된거 박스에 막 담아놓은거 정리해. 그렇게 두면 안되"


 회사를 이전한지도 3개월이 지났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구석구석 복잡하게 쌓여있는 터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정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막상 내가 랙을 구매하니 이제서야 필요성을 느끼셨나보다. 하지만 이건 내 사비로 내 공간을 만들려고 구매한 것이다. 


 "제 옆에 두려고 사이즈 맞춰서 산거라 여기서 써야돼요"


"그럼 앵글랙 하나 더 사서 저기도 정리해"


참 말로 하는 건 쉽게 한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만 보시던 공장장님은 내가 가져온 앵글랙을 불쏘시개 삼아 새삼스레 공장 비품 정리 걱정을 하기 시작하셨다. 이럴려고 샀나 자괴감이 든다. 


 아무튼 시간이 나는 때 얼른 박스를 열어 앵글을 조립하고 내가 계획했던 대로 앵글을 가져다 두었다. 그 옆에 널부러진 칼들 위로 놓여있던 펀치와 티백차 그리고 본드같은 비품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 공장 내부 비품 정리도 슬슬 시도해봐야겠다. 우선 비품 목록부터 만들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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