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물었다.
"별일 없지?"
네가 물었다.
"난 뭐, 넌 별일 없지?"
내가 되물었다.
서른 중반에 들어서는 난, 인간관계에 대하여 꽤나 회의적인 사람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가늠할 수 없고 나로부터였는지
남으로부터였는지조차 확실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러하다.
그럼에도 내게 뜬금없이 별일 없냐 묻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퍽 든든하다.
우리는 서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알아왔다.
14살, 입학식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친구였다.
다양한 무리를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친구는 옆에 존재해 주었다.
각자 또 다른 진학을 거쳐 성인이 되었지만 우리는 종종 이렇게 연락을 했고 만났다.
지금은 연락 없는 누군가와 만남을 하던 때에 그들은 종종 그런 얘기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이 편안한 게 신기해"
그럼 난 그때 무어라 대답했던가.
뭐 해? 별일 없지?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모를 짧은 단어들.
종종 그 말들에 위로를 받아서.
오랜만에 만나 서로가 묻는다.
"우리 언제 만났었지? 너 생일 때? 야 그럼 거의 1년 다 돼가는 건데? 아냐 그리고 한 번 더 만났을 거야"
따지다 지쳐 오늘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서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