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공이 많으면 ‘좋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워낙 오지랖 라이프로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것저것 해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좋은 사공이 많으면 배는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한다 그것도 즐겁고 멋지게…라고 말이다.
땅을 사고 집 짓는 과정에서 세 식구의 의견 차이는 항상 어마 무시했다. 각자 취향이 확고한 스타일이라 절충안을 찾아야 다름 스텝으로 겨우 넘어갔다.
땅을 고를 때도 의견이 각각 달랐다
아부지는 농사를 짓고 싶어 했기 때문에 땅을 보러 갈 때는 삽을 한 자루 꼭 들고 가서 매번 파보며 땅의 질?을 확인했다
어무이는 풍경이 중요했다 민둥 하게 땅만 있는 건 절대 싫고 땅에 무조건 풍성한 나무가 필수였다
나는 교통이었다. 혹시나 나 혼자 차를 타고 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비포장도로가 심하게 있으면 안 된다는 주의였다.
거기에 가격도 맞아야 하니 세 식구 맘에 딱 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토 일 땅을 보러 다니며 세 식구 맘에 쏙 든 게 지금 우리가 산 땅이었다.
마치 숲 속에 온 듯이 산에 둘러싸여 있고 포장된 넓은 도로에 바로 들어올 수 있을뿐더러 역도 있어서 종종 나는 기차 타고 오기도 한다.
문을 무슨 색으로 페인트 칠을 할 것인가 가지고도 한동안 논쟁이 컸다
어무이는 빨강, 나는 워낙 보라 성애자라 ㅋ 진보라색 그리고 아부지는 진초록으로 의견이 갈렸다.
어무이는 여기저기 빨간색으로 칠한 실제 집 사진을 여럿 찍어와 예시도 드는 등 적극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결국 승리를 차지했고 빨간 문이 생겼다.
궁시렁 거리며 페인트 칠을 했지만 빨간색 문은 우리 집의 포인트가 되어 꽤 멋스러웠다.
엄지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ㅎㅎ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갈 때마다 누가 보면 싸우는 것 같아 보일 정도로 회의에 회의를 거치고 있다.
방 크기 정할 때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2주 동안 결정을 못하기도 했다.
지붕을 만들 때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 만들었다가 다시 다 뿌갰다가 다시 만들었다를 반복한 적도 있다.
몸이 너무 힘들 때는 그냥 대충 하자~~~~~~~ 돌아가며 ㅋ 화를 내는 날도 많았다.
사공이 많아서 의견 충돌도 많지만 조율을 하며 맞춰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너무나도 예쁜 빨간 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