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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리나 Mar 22. 2024

ETF 이름만큼 어려운 건 아니구나!

투자 공부

뭐든 처음 도전할 때는 조금만 성과를 이뤄도 꽤 흐뭇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더 올라갔으면, 이전보다 더 큰 성과를 냈으면 하고 바라는 게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특히 성과가 돈으로 나타나는 투자에 있어서는 수익률 상승에 대한 욕심이 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펀드 투자로 수익을 맛보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수익금의 크기와 상관없이 기쁘기만 했다. 가만히 두면 물가상승률만큼의 이자율도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통장에 있는 돈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예금 이자율 이상의 수익률을 낸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산 가치를 올렸다는 느낌에 스스로가 기특하던 때가 있었다. 마치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마냥 대견하게 느껴질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펀드 투자를 반복할수록 아쉬운 부분이 생겼다.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없어서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이다.


나는 투자 초기에 주로 펀드(은행에 가면 자주 투자 권유를 받게 되는 일반적인 펀드)에 매일 소액씩 적립식으로 투자했다. 언제가 저점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투자금을 여러 날에 나눠 분할 매수함으로써 평균 가격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물론 수시로 펀드 투자에 신경 쓰고 지낸 건 아니고, 자동으로 매일 펀드를 살 수 있도록 설정해 두었다.


어느 정도 투자금액이 쌓이고 기대하던 수익률이 됐다 싶을 때쯤이면 그만 펀드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문제는 내가 투자하던 펀드의 경우에는 대부분 거래 신청을 하면 2~5일 이후에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내가 오늘 확인한 수익금은 100이지만, 환매 신청한 뒤 실제 환매가 이루어지는 날 해당 펀드의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금이 100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 참 우습다. 처음에는 소액이라도 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100을 벌 수 있는데 90밖에 못 벌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물론 반대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돌려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예상했던 대로 진행돼야 마음이 불안하지 않은 법이다. 돈이 왔다 갔다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실시간 거래의 필요성을 느끼고 나니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상품에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식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니 영 자신이 없었다. 펀드는 개별 주식을 하나씩 골라서 투자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과 리스크를 줄여주는 간편한 세트 상품 같다. 내 입맛에 딱 맞는 하나의 메뉴를 주문해서 최고의 만족감을 얻는 게 가장 좋겠지만, 뭘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세트 메뉴만큼 좋은 게 없다. 난 펀드의 간편함과 리스크 분산 효과를 포기할 수 없었다.


펀드이지만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금융 상품을 찾다 보니 ETF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투자 고수 지인들이 ETF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새로운 영역을 알고 싶지 않은 귀차니즘 때문에 외면했다. 무슨 암호도 아니고 ETF가 뭐의 줄임말인지, 무슨 뜻인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의 줄임말로

특정 기초지수와 연동되어 수익률이 결정되는 지수연동형 펀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 거래 가능



갈증이 나기 시작하니 그제야 나는 우물을 찾기 시작했다. 막상 ETF에 대해 알아보고 나니 기존에 내가 투자하던 펀드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낯선 용어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ETF는 다른 펀드와는 다르게 특정 지수에 연동되도록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 운용사 직원의 노고가 덜 들어간다고 한다. 한마디로 상품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ETF의 수수료가 액티브 펀드에 비해 적다고 한다.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데, 수수료도 더 적게 받는다는 장점까지 있다니!’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다. 물론 액티브 펀드의 경우에는 운용사 직원의 역량에 따라서 수익을 더 낼 수도 있기 때문에 ETF보다 내가 이전에 이용하던 액티브 펀드가 나은 점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변동성을 좋아하지 않는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ETF 투자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국내 ETF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품을 몇 가지 찾아봤다.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여러 가지 보였다. 코스피에 상장된 주식 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 200개 종목의 주가를 반영하는 코스피 200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펀드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성장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내가 200개 기업에 다 따로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0개를 모두 따로 거래하는 번거로움이 일단 엄청나다. 그리고 200가지 주식을 다 사려면 투자금도 만만치 않다. 대형주는 1주만 사려고 해도 몇십만 원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피 200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ETF)에 투자하면 소액만 가지고도 대한민국 대표 기업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혼밥 하려고 소고기 샤부샤부 재료를 하나씩 사는 것은 굉장한 사치이자 번거로운 일 같지만, 밀키트를 사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과 같다.


전반적인 주가 흐름을 따라가는 ETF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특정 산업 분야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도 있고, 금이나 농산물, 원유 등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ETF도 있어서 해외 투자가 이전에 비해 간편해졌다. 같은 기초지수를 따라가지만 수익률을 두 배, 세 배로 낼 수 있는 레버리지 ETF도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다 만들어내는 가지각색의 투자 상품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왜 하던 것만 하겠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ETF가 다른 투자에 비해 간편한 투자인 것은 맞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다. 우리가 같은 종류의 물건을 거래하더라도 활발한 시장을 찾아가야 원하는 물건을 더 많이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ETF 또한 그렇다. 똑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지만 운용사에 따라서 거래량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또 ETF를 보유하고 있으면 주식 배당금처럼 분배금을 나눠주기도 하는데, 분배금 조건도 운용사마다 다르다. 그리고 모든 투자에 있어서 세금에 관련된 부분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왕이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수록 최종적인 수익률이 올라간다.


제대로 하려면 ETF 투자 역시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밀키트가 있으면 편리하게 밥을 해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물을 끓이고 재료를 순서에 맞게 넣는 수고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리고 밀키트 또한 여러 번 해 먹어 본 사람이 더 쉽고 맛있게 음식을 차려낼 수 있다. 익숙한 사람은 레시피를 안 봐도 뚝딱 조리할 수 있다. 많이 해 먹다 보면 같은 밀키트 위에 나만의 노하우를 얹어 더 근사한 요리로 업그레이드시킬 수도 있다. ETF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 막 어느 회사 밀키트가 더 맛있고 저렴한지 알아보는 수준이다. 밀키트 위에 나만의 치트키를 사용할 수 있는 날까지 차근차근 경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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