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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리나 Jul 25. 2024

블로그 체험단 활동의 개인적 사회 경제적 의미

요즘 일상

나는 요즘 갑자기 취업한 기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무슨 경험을 새롭게 하게 될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색다른 경험을 하고, 그 느낌을 블로그에 기록하는 일이 최근 주된 일상이 되었다. 마치 블로그가 새로운 직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침, 저녁으로 수시로 들락거린다. 일터에 나가면 즐거운 일보다는 골칫거리가 들이닥친 적이 많았던 것에 비해 요즘은 그렇지 않다. 매일 설렘과 기쁨을 주기 위해 회사가 나를 기다리는 느낌이다.


내 삶에 활력과 즐거움을 불어넣어 준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랜선 지인의 권유였다. 온라인에서 만난 메이트님은 체험단 활동을 시작하고 매일 기록을 남기면서 삶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적극 추천해 주었다. 누군가 무언가에 흠뻑 빠져있는데, 그게 해로운 일이 아니라면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체험단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나도 직접 느껴보기로 했다.


사실 블로그 체험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내돈내산 리뷰가 아니라면 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믿을 만한 지인이 열심히 참여하며 평소 아끼던 사람들에게 권유까지 하는 일이라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았다.


체험단에 선정되기 위해서 일단 방치해뒀던 블로그를 살려야 했다. 매일 아침 아이가 학교에 가면 나는 노트북을 켜고 앉아서 뭐든 적어봤다. 혼자 개인적인 일기를 쓰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 찾아오는 공간이 되려면 어떤 글을 남겨야 할지 고민하며 1일 1포스팅을 실행했다.


함께 으쌰 으쌰 응원하는 랜선 메이트님들의 정성 어린 댓글과 좋아요 하트 덕분인지 매일 블로그 방문자 수가 조금씩 늘어갔다. 큰 숫자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정량적인 효과가 확인되니 아침마다 글을 발행하는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됐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나는 인생 첫 체험단에 선정됐다.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원두 한 봉지를 지원받는 수준이었다. 파워 블로거들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협찬일지라도 나에게는 그저 감동이었다. 내 블로그가 누군가의 홍보 채널 역할을 할 수 있는 괜찮은 공간으로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체험을 하러 나가서 정성스럽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일전에도 예쁘고 근사한 곳에 가면 일상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자주 찍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공들여서 촬영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내게 기회를 준 카페 사장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내가 작성한 후기를 보고 카페에 와보는 손님이 다만 1명이라도 더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첫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니 그 이후부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체험단이 아니라면 가보지도 않았을 식당에 갔다가 인생 고깃집을 발견하게 됐다. 멀리 꽃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근처에서 쉽게 가성비 꽃을 살 수 있는 곳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애견미용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며 앞으로 반려견 미용비를 아낄 수 있게 되기까지 했다.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생활비까지 아낄 수 있는 활동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나는 집순이라서 누가 만나자고 먼저 손 내밀지 않으면 밖에 잘나가지 않았는데, 체험하러 나가면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왜 나는 방구석에 앉아서 답답하게 지냈을까 싶었다. 내향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나들이하며 활기차게 지내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가 크면서 바빠지기 시작하니 예전처럼 가족이 함께 집 밖에서 시간 보내는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나 혼자 즐기자고 생활비를 꺼내 쓰는 건 마음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 같은 주부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고마운 일이 바로 무료 체험 혜택이 아닐까 싶다. 교통비 정도의 비용을 들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이었다. 물론 체험 후 공들인 후기를 쓰려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지만, 낮 시간이 여유로운 주부이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나한테만 좋은 일이라면 즐기면서 마음 한편에는 불편한 감정이 들 게 뻔했다. 그러나 이 일은 내가 열심히 잘만 하면 나와 가게 사장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체험하러 나가면 가게의 장점과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사장님들이 계신다. 그분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자영업자분들과 제휴 관계를 맺은 기분이 든다.


대기업이야 워낙 자본금이 많으니 마케팅을 담당할 직원을 별도로 채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가게를 홍보하고 싶지만 고정적인 인건비를 발생시킨 다는 건 굉장한 부담이다. 나는 직접 경험하면서 체험단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됐다. 소규모 자금으로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마케터는 바로 체험단인 것이다.


어떤 공간이든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그 매력이 소구될 타깃이 내 후기를 볼 수 있도록 나는 마케터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수시로 업체를 방문하고, 사진 찍고, 리뷰를 작성했다. 글을 발행한 뒤에 블로그 유입 키워드를 살펴보면 가게 사장님이 강조해달라고 했던 내용으로 검색해서 내 후기를 본 사람이 종종 생긴다. 이럴 때면 뿌듯한 마음에 공짜밥을 먹었다는 부담감이 해소된다. ‘내가 밥 값을 했구나!’


뉴스를 보면 대기업 실적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들을 힘들어하고 있고,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수 경기가 가라앉을 위험이 있다는 기사를 왕왕 보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집 안에만 머물 때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냥 개인 계좌에 대기업 주식을 더 담으며 내 자산이나 늘려보자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사회 경제 회복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댓글로 소통하면서 블로그를 힘 있게 키워가고 싶다. 더 영향력 있는 블로거가 되면 나의 후기 하나가 더 많은 손님을 가게로 이끌어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 명 한 명의 힘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블로거 여럿이 모이면 소상공인들에게 어벤저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풀타임 취업을 하기 힘든 주부이지만, 소소한 일거리를 통해 국가 경제가 돌아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니 블로그 체험단 활동을 시작하길 참 잘했다며 스스로를 칭찬 중이다. 생활비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까지 할 수 있다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는 블로그로 출근한다.

사장님들의 멋진 마케터가 되는 날을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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