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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Mar 17. 2024

아이가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을 때

교사엄마가 아이에게 내준 숙제 한 가지

작년 한 해, 첫째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는 방학이 되면 좋아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하고 개학을 하면 뛸 듯이 기뻐했어요.




그 덕에 저도 참 감사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같은 교사로서 좋은 선생님이 되는 비결이 무엇인지 아이와 담임선생님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됐던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올해 2월, 아이는 걱정과 설렘으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남자일지 여자일지부터 시작해서 연세를 함께 예상해 보기도 하고 어떤 성격일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어요.








아이는 3월 첫 주를 보내더니 작년 담임선생님과 올해 담임선생님을 비교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말만 들었을 때는 저마저도 담임선생님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은 아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며 주로 듣기만 했어요. 가만히 듣고 나서 저는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00아, 엄마가 숙제 한 개를 내주고 싶어.
내일부터 담임선생님의 장점을 찾아보는 거야! 어때?





저의 마음은 이랬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서툴잖아요. 좋아하던 걸 계속 좋아하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예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부모가 아이의 말만 믿고 담임선생님을 판단하는 건 너무나 섣부른 일입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손해예요. 그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거스르기가 쉬워지니까요.




모든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이야기해 주었어요. 우리 가족을 떠올리며 각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고 나서 담임선생님도 절대 단점만 있는 분일 리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아이가 담임선생님을 유심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선입견을 가졌고 그것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며칠 뒤 집에 온 아이는 알아서 숙제검사를 맡더군요.



엄마, 내가 담임선생님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생각보다 나쁜 분은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이랑 나랑 1 대 1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그래서 좋아요.



아이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썼더라고요. 우선 숙제를 하려고 애쓴 마음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술술 이야기해 주었어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을 가만히 지켜봤대요. 선생님의 장점을 찾기 위해서요. 그랬더니 3월 초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선생님의 좋은 점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나와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모습이요. 친구들이 고자질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 질문을 하면 선생님은 1:1로 대화하는 시간을 꼭 가지셨대요.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합니다.




혹시 아이가 새 학년이 되고 나서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의 지도 스타일을 낯설게 느끼나요? 저희 아이처럼 하교를 하면 선생님에 대한 부정적인 소감을 전하고 있진 않나요? 그럴 때 저처럼 아이에게 숙제를 내보세요. '선생님의 장점 찾기' 숙제를요.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삶에서 필요한 연습입니다. 아주 어린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담임선생님이 설사 나와 성향이 맞지 않다 하더라도 담임선생님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되게 부모로서 꼭 도움을 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같은 교사로서 드리는 조심스러운 당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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