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일까 소통의 부재일까
요즘 저는 중 1 도덕 수업 시간에 '가정'에 대한 내용을 가르칩니다. 효, 자애, 우애 등 뻔하고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중1 아이들의 실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업을 이어나가기도 해요.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는 <탐구활동> 문제가 있어요. 유태인의 식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급의 아이들에게 공통질문을 했어요.
혹시 집에서 밥을 먹을 때 폰을 보는 사람 있어요?
요즘 아이들의 문화가 너무 궁금해서 호기심에 던진 질문이었답니다. 몇 달 전 친정 오빠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한 날 맘스터치에 갔더니 청소년 5명이 매장으로 우르르 들어오더랍니다. 햄버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더니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각자 폰을 보면서 햄버거를 먹더래요. 그 모습이 꽤 충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식사를 하는 건 서로 눈을 보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와는 크게 다른 요즘 아이들의 문화에 놀란 거죠.
그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해서 몇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드는지 궁금했어요. 저는 총 9개 반에 수업을 들어갑니다. 적게는 한 반에 10명 정도, 많게는 한 반에 20명 정도가 손을 들었어요. 평일에 학원을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아이들은 밤 9시쯤 저녁밥을 먹는다고 해요. 식탁에서 폰을 보면서 혼밥을 한다고 합니다. 그때 릴스, 쇼츠, 틱톡을 보거나 폰 게임을 하면서 식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혼밥: 혼자서 밥을 먹음. 또는 그렇게 먹는 밥.
아이들은 그런 일상이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 주었어요. 왜 그 시간에 먹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는지, 폰을 볼 때는 어떤 마음인지를 마치 오늘 날씨를 이야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술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저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합니다. 복작거리는 교실 속에서 빈틈없이 짜인 시간표 대로 하루하루가 타이트하게 흘러가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보지도 않고 하교를 하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방과 후에는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간단한 간식으로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고 학원 수업을 들으며 저녁시간을 보내요. 그러고 나서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간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그제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늦은 저녁식사를 하겠죠. 식탁에 앉아서 홀로 밥을 먹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가 싫어서 폰을 집어 들게 되는 건 아닐까 혼자서 그 아이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떠올려봅니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떠올리면서 든 생각은 '우리 아이들이 많이 외롭겠다'였어요. 집에 가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집에 계신 보호자분들께 쫑알쫑알 말하고 싶거나 때로는 자신의 힘듦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은 날도 있을 텐데....... 가족 모두가 바쁜 일상을 살다 보니 여유가 없어져 더욱 이런 생활패턴이 굳어졌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날 저녁, 저는 퇴근을 한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녁에 식사할 때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우리 둘 중 한 명은 꼭 식탁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있자.
사실 저희도 아이들만 남겨두고 식탁에서 일어날 때가 가끔 있어요. 해야 할 집안일이 많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얼른 밥을 먹고 일어나고 싶은데 삼 남매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이야기를 하거나 엉뚱한 장난을 치느라고 식사가 늦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럼 저는 주방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어나고 남편은 거실 책상으로 가곤 했어요.
하지만 이런 습관이 굳으면 나중에는 결국 아이들만 식탁에 남을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그럼 결국 제가 <기본 가치 육아>에서도 강조했던 '밥상머리 교육'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게 되겠죠. 지금의 10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식탁에 혼자 남은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습관적으로 폰을 집어 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들과의 대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세대 차이가 느껴지기도 하고 친구가 너무나 중요해지는 시기라 부모님과의 소통을 꺼리게 되죠. 하지만 함께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문화만이라도 어릴 때부터 잘 이어나가면 사춘기를 조금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평일 저녁 혼자 밥을 먹을 때 폰을 본다는 아이들에게는 가벼운 숙제를 내주었답니다.
딱 하루만 폰을 보지 않고 밥을 먹어보자고요.
아이들의 후기가 정말 궁금합니다. 다음 주 도덕 수업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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