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하루
“엄마, 독서기록장 안 내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거 매주 제출해야 하는 숙제 아니야? 친구들이 왜 안 내는 걸까?”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서 독서기록장 쓸 시간이 없대요.”
"학교 숙제가 더 중요하지. 친구들에게 그걸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확보되면 좋겠네.”
아침밥을 먹고 난 첫째가 책가방을 메는 동안 짧게 나눈 대화입니다. 어쩐지 이 대화가 오늘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학교 숙제는 아마도 담임선생님이 고심해서 냈을 겁니다. 적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교육적 효과가 뛰어난 과제를 고르셨겠죠. 사실 숙제를 내지 않으면 가장 편한 사람은 바로 교사인걸요. 검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들의 균형적인 발달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으로 독서기록장과 같은 숙제를 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숙제를 해오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까먹고 늦게 낼 수도 있는데 저희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끝까지 안 내는 아이들도 몇몇 있다고 해요. 이유는 학원 숙제가 많아서 할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요. 아이의 본분은 학업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것을 돕는 주요 기관은 학교입니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지도하에 차근차근 배움을 이어 나갑니다. 그런데 자기 주도성, 합리성, 논리적 사고력과 더불어 요약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독서기록장 숙제를 일주일에 한 편 쓰는 것도 시간이 없어서 할 수가 없다니 참으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면 좋겠어요.
학원 숙제도 중요하지만 학교 숙제를 먼저 해내는, 삶의 우선순위를 잘 정립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숙제를 곁에서 봐주면서 점차 스스로 챙겨나가는 힘을 기르도록 부모님께는 세심하게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학교 숙제를 해내는 힘이 결국은 자기 삶을 주도하는 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