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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Oct 11. 2023

만 2세 아이도 참여하는 우리 가족의 긍정루틴

자존감을 높여주는 ‘감사말하기’

저는 8,6,3세 딸, 딸, 아들을 키우는 삼 남매의 엄마입니다. 이 중 글을 쓸 줄 아는 첫째와 시작했던 감사 일기가 난관에 부딪혀 결국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감사말하기로 응용된 사연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처음에는 '감사 일기'로 시작


첫째 아이 기질이 조금 예민하고 완벽주의적 성격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제가 떠올린 게 바로 감사 일기 쓰기였어요. 이전에도 이와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이와 단둘이서 작은방에 모여 잠자리 독서를 하기 직전 감사일기를 썼어요.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며 감사할 일을 번호를 매겨가며 3가지씩 썼었죠.


아이와 제가 번갈아가면서 한 명씩 자신의 감사일기를 읽고 서로 읽은 내용에 덧붙여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일상적으로 하던 '감사 일기' 쓰기에 찾아온 난관


하지만 3-4개월을 지속하던 차에 문제가 생겼어요. 바로 둘째와 셋째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래는 남편이 안방에서 둘째와 셋째에게 잠자리 독서를 해주는 동안 저와 첫째가 감사 일기 쓰기 및 나눔을 했는데 글을 쓸 줄 모르던 둘째는 저희의 모임에 너무 동참하고 싶어 하고 셋째는 엄마가 빨리 안방으로 들어와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하더라고요.


엄마! 감사 일기하지 마!
00 이는 감사 일기 싫어!


만 2살, 당시 만 26개월이 다 되어가던 막둥이가 위와 같이 말하거나 둘째가 방문을 열고 훅 들어오는 날이 잦아지면서 저는 점점 고민에 빠졌습니다. 첫째는 엄마와 1:1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아하는 감사 일기이지만 둘째와 셋째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지속하는 건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남편과 함께 새로이 찾은 답


남편에게 제 고민을 이야기했고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글자를 쓸 줄 모르는 둘째, 그리고 잠을 자기 전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셋째를 포용하기 위해 '감사 일기 쓰기'가 아닌 '감사 말하기'로 방식을 바꾸었어요.


그 감사 말하기를 지금까지 6개월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시죠?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아래 글을 찬찬히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감사 말하기, 어떻게 하나요?


지금부터는 저희 가족만의 감사 말하기 방식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것이 주는 효과도 이어서 설명할 테니 끝까지 읽어보셔요!


<사회>

매일 한 명의 사회자가 있습니다. 저희는 나이순으로 했어요. 남편-저-첫째-둘째-셋째 순입니다.

ex) 월요일에는 남편이 사회를 봤다면 화요일에는 제가 사회를 보는 거죠. 그렇게 막둥이까지 사회를 보고 나면 다음 날에는 다시 남편이 사회를 봅니다.


막둥이는 만 2살인데 사회를 본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진짜 가능할까요? 정말 가능합니다! 대견하게도 막둥이도 사회를 잘 본답니다. 초반에는 미숙하고 단순하게 사회를 볼지라도 대견하다고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를 쳐주었더니 이제는 능숙하게 감사 말하기에 동참하고 있어요.


<방식>

세 아이 잠자리 독서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처럼 물 한 잔을 마시고 안방의 불을 꺼요. 그럼 어둠 속에서 다섯 식구가 나란히 누워있습니다.(저희는 안방에서 온 식구가 다 같이 자요.) 사회자는 그날 발언자의 순서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모든 진행은 사회자 권한이에요.


사회자가 요청한 순서대로 한 명, 한 명 그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고 감사했던 일 한두 가지를 편하게 이야기해요. 중간중간 질문사항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일상 이야기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가족 다섯 명의 감사 말하기가 끝나면 다 같이 박수를 치고 사회자는 마무리 멘트를 해요.

(사회자) 모두 모두 (나머지 네 명) 잘 자요

(사회자) 모두 모두 (나머지 네 명) 사랑해요

(다 같이) 굿 나이트~~


한 예로 저희 가족의 최근의 감사 말하기 멘트를 글로 공개해 봅니다.(부끄)


남편:  오늘 하루 직장의 중요한 일정이 잘 마무리되고 도서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와서 감사합니다.


첫째: 나는 오늘 가족들끼리 도서관에서 즐겁게 지내고 모두 다 별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둘째: 오늘 즐겁게 (저녁) 밥 먹고 즐겁게 유치원 다녀와서 좋았어요.


엄마(저): 오늘 아침에 오일 파스텔 그림 진짜 멋지게 그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고요. 바쁜 와중에도 우리 아이들 세명 데리고 도서관 가서 책과 함께 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셋째: 00 이는 빠방책 빌려서, 그다음에.. 그다음에.. 빠방책 빌려서 좋았습니다. 꺄!


감사 말하기와 자존감이 무슨 상관일까


감사 일기가 자존감과 연관이 크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저희는 응용 버전으로 감사 말하기를 통해 저희 부부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감사 말하기의 효용을 3가지로 말씀드려 볼게요.


1. 아이의 일상을 알 수 있어요.

아이들은 학교나 원에서 있었던 일을 잘 말하는 때도 있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는 일들도 많아요. 그건 어른인 저희 부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감사할 거리를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또 부모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거죠.


2. 작은 일에도 서로 칭찬하게 돼요.

아이가 감사 말하기를 할수록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감사할 거리는 삶에 넘쳐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아갑니다. 아이의 말대로 친구와 씩씩하게 둘이서 등교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저녁밥을 남김없이 다 먹은 것도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아이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때로는 잔소리를 하는 엄마인 저도 절로 아이에게 칭찬을 해요.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자존감이 높아져요.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이런 자존감은 타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스스로가 자신에게 칭찬을 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시간을 반복할수록 그 역량이 조금씩 더 길러집니다.



매일매일 감사한 일을 찾고 또 다른 식구들이 나누어주는 감사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무언가를 꼭 잘하거나 1등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을까요?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또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쌓여요. 자존감도 부익부 빈익빈이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생각보다 아이들은 삶에서 주도권을 가질 때가 잘 없습니다. 학원도 부모의 상황과 생각에 영향을 받고 놀이시간도 무제한으로 가질 수는 없는 법이죠. 친구들 사이에서도 내 주장만 펼칠 수는 없고요. 하지만 감사말하기의 사회를 보면서 행사를 진행하는 주도권을 쥐고 말을 유창하게 하는 연습을 하는 효과도 덤으로 길러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매일매일 좌절감보다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또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인 자존감을 길러주기 위해 밤에 잠을 자기 전 감사 말하기를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루 종일 마음을 다잡으며 잘 대해주다가도 자기 직전 "잠 좀 자! 언제 잘래!"라고 외치면 그날 하루 조금은 서글픈 적이 있으셨다면, 한 번 시도해 봄 직할 거예요.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




p.s

저희 첫째처럼 초등 자녀가 있다면 감사일기 쓰기도 강추합니다. 같이 수첩과 필기구도 마련해보셔요. 일상 나눔이 기록으로 남는 건 꽤 의미 있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의 작문실력, 표현력,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도 있답니다. 일석다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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