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향에 맞게 잘 활용하면 좋은 제도
저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칭찬 스티커판을 활용해서 생활습관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8살인 첫째, 그리고 6살인 둘째와 함께 하고 있답니다. (셋째는 잘못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누나들 종이 옆에 같이 붙여줬어요. 누나들이 칭찬 스티커판에 표시할 때 막둥이도 옆에서 함께 표시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ㅋㅋ)
칭찬 스티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칭찬 스티커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외적 보상을 하는 게 좀 내키지 않더라고요.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베개 정리를 좀 했으면 좋겠는데 이걸 어떻게 습관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칭찬 스티커였습니다. 평소에는 내키지 않았던 제도라 혼자 결정하기가 뭣해서 두 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어요.
엄마가 책을 읽잖아. 그런데 지혜로운 사람들은 다들 똑같이 강조하는 게 하나 있어. 그게 뭔 줄 알아? 바로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를 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안방에서 자고 이불이 너무 크니까 엄마는 너희가 베고 잔 베개만이라도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어. 정리를 잘하면 칭찬 스티커판에 표시를 하고 어느 정도 습관이 쌓이면 엄마가 무언가를 보상으로 주려고 하는데 어때?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고 아이들과 의견 교환을 활발하게 나누었어요. 그리고 결론은 이렇게 내려졌어요.
1.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베개를 안방에 있는 소파 위에 올리기
2. 칭찬 스티커판에 숫자를 스스로 표시하기
3. 10 단위가 될 때마다 1,000원 보상
4. 최대 8,000원까지 수령 가능
총 80일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제가 80일로 정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예요. 보통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는 데 66일이 걸린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70일 프로젝트로 만들까 했는데 어린아이들인 만큼 며칠이라도 더 지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80일 프로젝트로 만들었어요.
칭찬 스티커 제도, 잘 진행되었는지?
이걸 진행해 보니 아이들의 성향이 보이더라고요. 첫째는 그다음 날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베개를 소파에 척! 올리고는
"엄마! 베개 정리했어요!!"
라고 말을 했어요. 사실 첫째는 정리에 조금 어려움을 느끼는 성향이랍니다. 그래서 첫째가 좀 잘해주었으면 했는데 보상이 너무 매력적이었던지 진짜 열심히 해냈어요. 이미 첫째는 베개 정리 80일을 완주하고 8,000원의 용돈을 다 받았답니다.
둘째는 자발적으로 정리를 잘하는 아이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베개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첫째에 비해서는 조금 늦게 완수하고 있어요. 그래도 언니와 비교하지 않고 오히려 언니의 완주를 축하해 줄 줄 아는 둘째를 보면서 저는 아이의 멋진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요즘 둘째는 뒤늦게 베개 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80일보다는 더 걸리겠지만 아이는 베개 정리를 하면서 용돈 받는 기쁨을 소소하게 누리고 있습니다.
칭찬 스티커 제도,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제가 이렇게 칭찬스티커 제도를 운영해 보니 몇 가지 알려드리면 좋을 사항이 보이더라고요. 이건 100%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참고해서 읽어봐 주세요.
1. 목표는 한 가지만 설정해 주세요.
보통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할 때 한 번에 너무 여러 가지 목표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제시하면 다 소화해 내기를 어려워해요. 칭찬 스티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단순한 행동, 세분화된 행동 중 하나만 목표로 제시해 주세요. 저는 이불 펴기, 베개를 털고 올려두기와 같이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제도인 만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목표를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소파의 넓은 자리 중 어디에 올려놓아도 ok 했습니다. 그저 자신의 베개를 찾아서 소파 위에 어떤 형태로든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2. 보상은 적당한 게 좋아요
저희 아이들은 지금 일정한 용돈을 받고 있진 않습니다. 베개 정리를 통한 보상, 그리고 친척들에게 받은 명절 용돈의 10%만 자유 용돈으로 주어져요.
가령 칭찬 스티커를 통해 100일을 해내면 3만 원짜리 장난감을 사준다거나 10일을 해내면 과일을 사주겠다거나처럼 너무 매력이 없거나 너무 과도한 보상을 주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중 하나는 10일마다 보상을 준거예요. 매일매일 100원을 주면 돈의 가치를 낮게 생각할 수 있고 80일 만에 8천 원을 주면 그 목표기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 참고하셔서 아이 성향, 그리고 부모의 여건을 고려하여 규칙을 정하시면 좋겠습니다.
3. 칭찬 스티커판을 지혜롭게 활용하세요
처음에는 숫자가 적힌 판을 부착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완수를 하고 나면 펜으로 동그라미를 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둘째가 두 자릿수를 궁금해하고 자주 질문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기회를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칭찬 스티커판이 너덜너덜해진 김에 양식을 바꿀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숫자란이 비어있는 스티커판을 <미리 캔버스>를 활용해 만들어서 부착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자연스럽게 두 자릿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매일매일 보상을 받기 위해 숫자를 익혀갔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꼼수를 좋아합니다. 아이를 앉혀놓고 강제로 수를 가르치거나 길에 지나가는 수를 보며 저건 얼마야 자꾸 묻기보다는 의도를 숨긴 채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방식이요.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는 80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익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리고 덤으로 얻은 효과는 3살짜리 막둥이도 "엄마 베개정리 했어요!" 하면서 스스로 베개정리하는 날이 '가끔'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 덤으로 얻은 효과죠? 누나 둘의 잘 잡힌 습관을 보고 자란다면 막둥이는 거저 키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려보기도 합니다. :)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 습관이 있으신가요? 혹시 "아침 7:30에 스스로 일어나서 책 한 페이지 읽기"처럼 세 가지 목표를 한 번에 세우고 아이에게 무리하게 지키도록 하는 건 아니실까요?
여기에는
7:30까지 기상
부모가 깨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기상
책 한 페이지 읽기
3가지 의도가 담겨있는 복잡한 목표입니다. 아이의 성향과 연령을 고려해야겠지만 습관은 아주 작게 쪼개어서 한두 가지만 목표로 삼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다음 목표는 앞 목표를 80일간 달성하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 첫째는 베개정리 80일 목표를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일 아침 기상하고 나면 베개정리를 습관처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목표를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의 주도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칭찬 스티커판, 지혜롭게 활용하시면 분명 육아와 일상에 약이 되는 좋은 제도입니다. 잘 활용하시길 바라요.
자료 © nicolafioravanti,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