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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Oct 25. 2023

소아과 가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인인가

병원을 오가는 길도 아이와 함께라면 데이트

어제는 둘째 딸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생일을 위한 준비를 미리 했었어요. 평일인 데다 도서관 수업까지 있는 날이라 거창한 파티를 하지는 못했어요. 집에서 파티할 때 필요한 케이크는 지난 주말에 백화점 빵집에 가서 골랐고요. 외식이 아닌 집밥을 먹어야 할 상황이라 저녁 식사 때 꼭 먹고 싶은 메뉴 2가지만 미리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요.


여기서 하나의 육아팁을 드리자면 생일상을 차려줄 때 외식을 할게 아니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고 그 음식을 꼭 준비해줘 보세요. 아이가 엄청 좋아한답니다. 엄마가 해주고 싶은 음식 가령 밥, 미역국, 소불고기, 잡채, 전, 생선, 떡갈비 등등 맛난 음식 많이 해주면 좋죠. 하지만 생일의 주인공은 아이잖아요. 요. 아이가 평소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부모로서 잘 안 해주는 또는 여건상 못해주는 음식이 있다면 그런 걸 생일날만이라도 허용해줘 보세요.


저는 2가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어요. 일주일 전쯤부터 이야기를 해줬더니 고민고민하던 아이는


라면, (꿀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

를 이야기했어요.


미리 말한 대로 아이가 말하는 것을 준비했어요. 생일상이라고 하기엔 한없이 부족하지만 평일에 도서관 수업까지 마치고 돌아온 저에게 진수성찬을 차릴 여력은 없었습니다. 컵라면이 올라가 있는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했는데 아이는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잘 먹더라고요. 미역국도 한 그릇 뚝딱 하고요!





어젯밤 아이 몸이 좀 안 좋아졌어요. 오늘 다른 아이들을 다 보내놓고 둘째만 데리고 병원을 다녀왔어요. 자연물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는 등원길에도 발길을 갑자기 멈출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화단에 고개를 숙이길래 가만히 기다려주었어요.


아이는 구슬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고 흙 사이에서 꺼내어 손에 쥐더니 '귀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답니다. 한 손으로 꼭 쥐고는 어찌나 소중히 다루던지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흙이 뭍은 구슬을 닦아내면서 보라색 구슬이라고 좋아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제 맘을 뭉클하게 했어요.


둘째는 매일 밤마다 하는 '감사말하기'를 가장 기대하고 좋아하는 아이이기도 해요. 오늘도 역시나 아침부터 '오늘의 사회자'가 누구인지 이야기해 줍니다.

오늘은 '내'가 사회예요!

저는 아이에게 요 며칠 궁금했던걸 물었습니다.


저: 00 이는 감사말하기가 좋아?

둘째: 네

저: 왜 좋아?

둘째: 예쁜 말 하니까요.


아이는 매일 아침, 밤마다 저희 가족의 긍정루틴으로 하는 '감사말하기' 사회자를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했어요. 한 번씩 왜 이렇게 사회자 알려주기를 성실하게 매일하나 생각만 했는데 답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어요. 진심으로 기대하고 좋아하는 긍정루틴이기에 그렇게도 설렘이 컸나 봐요. 그리고 사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게 아이에게는 큰 기쁨이었나 봅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찾아와 준 보물 같은 딸과 함께 병원을 오가는 대화의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마음이 뭉클한 소통을 해서 기쁘더라고요. 유치원에 때늦은 등원을 시키고 달리기를 하러 가는 제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아이마음을 이해하는 대화를 나눠보셨나요? 아침에 아이 가방 챙겨서 집을 나서기만 해도 바쁘시죠? 하원 길에는 재빠른 발걸음으로 아이 손을 당기며 걷지 마시고 똘망한 두 눈을 바라보고 마음을 읽어주는 대화를 잠시라도 나누어보시길 바라요.


여러분의 오늘의 육아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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