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5:41 기상 시간은 조금 더 늦어졌다
동이 트기 전 아주 어둑어둑한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잘 잤나 보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어제 남은 음식을 포함한 간단한 아침 요기를 아내와 와이프는 했다. 난 아침 러닝을 위해서 참았다.
일어나자마자 나가는 것이 가장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는 위험할지도 몰라,
조금은 기다렸다가 동이 틀 무렵에 출발하고 있다.
어제 첫째가 아빠는 왜 친절하지 않아요 라고 했던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마냥 친절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도 더 친절하고 사랑으로 보듬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또한 내 스스로를 담금질해본다.
AM 7:15 아침 러닝.
오늘은 4년 전 묵었었던 숙소 근처를 가보기로 한다.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대로였을까 이래도 저래도 좋을 기대를 갖고 가본다. 근처는 갔는데 정확한 문은 못 찾았다. 다시 구글맵으로 보니 엉뚱한 곳을 추정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어떠하랴 기록 없는 기억은 미화되기도 퇴화되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인 것을. 이렇게 기록하고 언젠가 들여다보면 그것 또한 추억이 되겠지.
오르막을 갈 때의 지구력은 늘어나는 것 같은데 한계를 두드리는 것을 자제하게 되는 것이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의 나와 다른 점인 것 같다. 무모했어도 몸이 버텼고, 지금은 무모했을 때 몸이 버틸 수 있을까 행여나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괜 시래 더욱 보수적이고 안정 안전을 추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진짜 내 모습이려나 자문해 보고 또 망각하고 또 자문해 볼 것 같은 질문이다.
유일한 한인마트가 있는 곳을 지나쳤다. 오픈은 10:30. 한인민박을 하는 분이 하신다고 들었다. 관점과 시야가 넓다면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있을 앞으로 관점이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더욱 자주 쓰게 되는 단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지도를 보지 않은 채 방향을 유지해서 뛰어본다. 최단거리가 아니어도 헤매어도 좋다. 어차피 내가 달릴 거리는 5km로 정했으니까. 그리고 그땐 따뜻한 집에 도착해 있을 테니까.
러닝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하나보다 뭔가 쓸 말이 많았다.
AM 9:07 첫째와 산책
첫째이가 나랑 밖에서 달리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첫째와의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둘이 다니면 참 좋다. 첫째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관찰할 수 있다. 얼마나 컸는지 조금 더 느껴볼 수 있어 그게 감동으로 오는 순간이 있더라.
담장 위를 손을 잡고 걷게 해 본다. 안전한 나의 손을 잡고 첫째는 용기를 내어 어렵지 않게 발을 내디뎌본다. 그 얼굴과 몸짓은 얼마나 순수하고 깨끗한지. 이런 아이가 우리에게 온 것이 새삼 너무나 감사하다. 첫째가 가자는 곳이 어디든 -숙소와 멀어져도- 가보기로 한다. 첫째가 결정한 길로 함께 가본다. 선택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무엇이 아이의 눈에는 끌렸을까를 잠시 생각해 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르네상스 호텔 주변 공사를 아이는 한참 많은 질문거리를 쏟아내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돌아오라던 30분을 훌쩍 넘겨 10시 타종소리를 들으며 집에 도착했다.
AM11:25 루이스 다리를 건너러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추운 날씨다. 감기에 걸리면 나가지 않으니만 못하다. 가족 모두 겹겹이 입고 집을 나선다. -물론 첫째는 청개구리로 조끼를 입지 않고 내 가방에 챙겨간다-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낯익은 길을 간다. 지도 없이 한참을 내려가본다.
첫째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해서 마침 상벤투 역을 지나던 참에 들렸다. 계획에 없던 아줄레주 장식을 보았다. 둘째도 그것을 한참을 응시하였다. -물론 비둘기도 한참 보았을 것이다- 혹시 인근 도시에 놀러 갈 때 이용하게 될지도 몰라 조금 더 익숙하게 둘러본다.
어제탄 500번 버스 정류장을 지나 루이스 다리의 최상단을 걸어본다. 보기보단 높아서, 난관의 빗살 간격이 생각보다 넓어서, 둘째를 붙잡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 앉은 순간에 느낀 미세한 진동들이 괜스레 겁이 나면서 -나는 스카이다이빙도 어렵지 않게 했던 사람이다- 난관을 잡고 강을 바라봄에 흥분해마지 않는 둘째를 둘려 메고 얼른 다리를 건넜다. 둘째이=가 뿔이 많이 났나 보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진정시켰다. 울며 잠이든 둘째는 이후에도 움찔움찔이다.
긴 내리막을 아이를 달래느라 느낄 겨를 없이 내려와 잠든 이후 보이는 강가와 내리는 햇살에 정신이 돌아왔다. 갑자기 허기가 진다. 찾아놨던 식당은 역시나 못 가고 점심장사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근처의 가볼 만한 곳을 찾아 들어간다.
PM 1:55 그린 와인과 포트 Tawny 와인
관광지 물가야 당연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온 음식점이었지만 처음 들이킨 포트 와인 한 모금에 비싸다는 생각을 납득하였다. -고진감래인 건가- 두 아이 모두가 잠든 귀중한 시간에 아내와 나는 간만에 둘만의 대화를 해본다. 와인에 대한 평, 주문할 음식에 대한 상의, 아기의자 위치에 대한 논의와 같은 사소한 것부터, 현재를 나중에 돌아보면 너무나 소중할 것 같다는 다소 감성적인 이야기와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아쉽겠다 미련이 남겠다는 공감과 함께 서로에게 집중하는 미소를 보여줬고 봤다 -그래서 지금 이 기록도 기어이 쓸 수 있었던 것- 해물국밥과 문어다리 요리를 무난하게 먹었다. 포르투는 음식이 괜찮은 도시로 평했다. 영국별로 프랑스 별로 이탈리아 스쳐도 맛집 - 아내의 의견이다-. 웨이터의 깔끔한 언어 -영어- 구사와 소소하지만 내가 듣기 좋아하는 TMI까지 곁들여주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식당이다.
PM 3:05 집 -숙소- 으로
루이스 다리의 아래 길을 걸어본다. 아내와 내가 걸어서 기억하고 있는 다리다. 이제는 소중한 아이 둘도 함께다. 사진을 찍어본다. 버스킹을 한다 노래, 비보이, 악기 등등. 그것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관찰하는 것도 나의 -가장 큰- 관점 변화 중 하나이다. 의외로 비보잉에 관심을 안보이더라.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오르막이다. 유모차에 태웠다가 업었다가 맛밤을 먹였다가 물을 먹였다가 물을 보여줬다가. 아내가 첫째를 업어 오래 걷는다고 꽤나 고생했다. -내가 첫째와 더 가까워져야 할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의지가 강한 아내이다.
매일 가는 마트에 들러서 매일 하는 저녁 메뉴 고민을 하며 장을 본다. 소고기를 오늘도 못 샀지만 내일 다시 시도해 볼 것이다. -점심때 마신 포트와인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고 내일은 기필코 살 것이다.- 오늘도 한국보다 가벼운 물가에 만족감을 갖고 간다.
PM 5:10 잠들기 2시간 전
찬 바람을 많이 맞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온수 샤워가 필수다. 가족 모두 따뜻한 물로 몸을 데피고, 아내가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한다. 나와 아내는 오기 전 하루 2끼를 하여 체중감량을 -가벼이- 약속했는데 어찌저찌 얼추 지켜지고 있다. 아내는 내일은 한인마트를 가서 물엿을 사겠노라 다짐했다. 제육볶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은 -역시나- 소식을 하고 피곤함의 표현인 칭얼을 보여주어 어서 잠을 청해 보기로 한다. 아내에게 매일 하는 질문인 "Can you survive?"를 또 시전 했지만, "I want, but I can't"가 돌아왔고, 와이프의 체력이 상승하려면 어떻게 할까를 철딱서니 없이 생각하는 나를 발견한다.
PM 7:06 모두가 잠든 시간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SNS와 Youtube로 시간낭비를 시전 한다. 사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은 통감하는 바오니 오늘도 그렇게 스크린 타임을 연장하고 연장하며 9시가 다 되어서 처음으로 기록을 시도해 본다. 지금 시간이 PM 10:34이니 적어도 1시간은 집중해서 쓴 것이다. 대견하다. 아내에게 어서 빨리 보여주고 싶다. 내일은 이 기록이 더 짧아지겠지만, 그래도 좋다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26분만 더 놀다가 내일을 위해서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