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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Oct 29. 2024

고랑몰라 봐봐사 알주

임인건 [올댓 제주]

제주도는 각자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신혼의 단꿈이 기억하는 곳, 백팩 메고 떠난 친구와의 여행, 스탬프 찍어가며 흐뭇하게 걷던 올레길, 흘러내리는 노을과 보석 같은 바다색, 허위허위 올라간 오름의 너름처럼 말이다. 최근 장광현 작가님 여행기에 지나쳤던 장소들이 다르고, 한 시절을 살았던 친구에게 다다랐을 시선이 다르고, 제주행 야간비행기로 새로운 삶을 도전하는 킴 소여 작가님의 풍경이 다르다. 때로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올라오는 요즈음이지만, 제주도는 그래도 대한민국의 따뜻한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음속에서 올라올 때마다 조금은 들뜸을 간직할 수 있는 장소 말이다. 내게 제주도는 어떤 이미지일까 생각해 본다. 각자에게 관심 있는 타임라인만 계속 뜨는 시대, 나는 달리는 사람이어서 최근 AI는 온통 10월에 있었던 트랜스 제주 영상들만 집중해서 권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에게 제주도는 어떤 이미지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안개를 머금은 산속에서 끝없이 달리고 싶은 뒷모습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https://youtu.be/gWrCn-ZEyl8


그리고 음악을 듣는 나는 제주도를 기억하는 또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앨범으로 고착되어 있는데 오늘 얘기하고 싶은 임인건의 [All that Jeju]가 그것이다. 올댓 재즈, 올댓 제주? 발음도 비슷하고나. 내게 임인건은 좋은 의미에서 상당히 독특한 음악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경계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도 단단한 순수함으로 전체를 모듬을 수 있는 이. 그의 활동 이력을 보자면 그는 분명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하지만 한국 재즈씬의 정해진 방향성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가 이십 년이 넘게 활동했던 야누스의 과거를 담아 재즈를 한껏 표현하다가도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뉴에이지 풍의 어쿠스틱 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피아노 연주집 Vol 2]. 사티 같은 정적인 클래식으로 다가오다가도 [비단 구두], 전자악기를 주력으로 흥겨운 리듬이 달리기도 한다. [Inflection point].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색채로 그간 표현되어 왔던 결과물이 또한 하나의 감수성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피아노라는 본질을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 내내 짝사랑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를 도구 삼아 어떤 대상을 깊이 있게 관찰한다. 어떤 것을 잘 안다는 것은 쉬운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말로 달리 쓸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며 그가 공들여 선택했을 제목을 겹쳐보면 마음속에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흥과 음악이 함께 춤추며 충돌하니 내면이 살포시 들뜬다. 여러 경계가 한데 섞여 있지만 피아노를 단지 사랑하는 어떤 이의 순수한 언어, 그의 음악이 하나로 수렴하는 이유이다.


20대부터 쉼이 필요할 때마다 찾았던 제주도. 그 그리움의 인연은 마침내 2010년 초반 제주도 이민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제주도민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넘치는 감흥을 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 그는 한껏 넓어진 마음에 가사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친근하게 다가가는 팝 적인 곡들까지 그의 카테고리가 되었다. 그런 성과물 중 단연코 [올댓 제주]는 그의 삶이 급커브로 궤적을 그리던 시기를 함께 하고 있다.

충만한 에너지를 머금고 하나씩 만들어 낸 작품들은 제주도 출신 가수들, 지인들의 협연으로 한곡, 한곡씩 싱글로 빚어진다. 그리고 그 싱글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우리는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하나의 온전한 앨범으로 즐길 수가 있다. 그가 얘기하고 싶은 제주의 색깔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리하여 앨범은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다. 하지만 정말 즐겁고 이해할 만하다. 여행객으로 스쳐갔던 당신 또한 제주도를 수많은 언어로 정의하고 싶을 텐데, 하물며 터전으로 살아가는 도민으로서는 말이다.

줄듯 말 듯 흐느적거리는 그루브에 나도 몰라 <봐사주>

짜안하게 짝사랑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짝사랑>

금빛 파도에 어우러진 구름을 한가득 머금고 불러야 할 <애월낙조>

자신의 원형을 찾으러 가는 <하도리 가는길>

그렇게 흥얼거리며 걸었던 게 얼마만일까 싶어 <Hi Jeju>

바람빛에 깨알처럼 피어나는 생명의 순간 <평대의 봄>

제주의 밤하늘은 이렇답니다 손짓하듯 <푸른밤 푸른별> 등.

하나의 대상을 향한 믿음이 그의 손을 타고 천천히 물들어간다. 대한민국에서 제주가 주는 정서를 인정하는 이라면 단연코 모든 곡들을 즐길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사실 임인건을 얘기하고자 했을 때 본 앨범과 [피아노가 된 나무]가 엄청나게 싸웠다. 내용 면에서도 우열을 가릴 수 없게 훌륭하고, 그의 삶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앨범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니가 나가라고 양보해서 어쩔 수 없이 [올댓 제주]가 선택되었을 뿐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안에서도 또 싸운다. 결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처음 포문을 시원하게 열어줄 곡으로 정해 본다. <봐사주>를 듣고 나서 당신은 이 신선함에 경탄을 할지도 모른다. 제주도 출신 가수 Lua에 의해 쓰인 제주도 방언 가사는 한국어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 혼동이 올 지경이다. 그런데 꽤나 재미나다. 재즈의 스캣이 제주도 판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너무 궁금해서 표준어 번역본을 뒤적일지도 모르겠다. 한 호흡 쉬고 시원하게 질주하는 피아노와 색소폰의 추임새가 들어오면 당신은 이미 기분 좋게 공항문을 나서고 있을 것이다.

그 후의 여행경로는 각자가 알아서.

배경이 되어 줄 일기예보도 각자의 취향대로.  



Im Ingun 임인건 [All that Jeju] 2015년 <봐사주>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fWp6d7cnEi_-Ax81_lqtR_i8O2cZdNPA&playnext=1&index=1



헤에에에이 헤이야이 허이여어


너른 바당 벗 삼은 섬 물 때 물질해사주

넓은 바다 친구 삼은 섬 물 때 물질해야지

망사리, 소살, 테왁 들렁으네 물질가사주

망사리, 소살, 테왁 들고서 물질가야지

호끔 인칙엔 뱃치 과랑과랑 난게만

조금 전엔 햇볕이 반짝반짝 났는데

호끔 날 우첨쪄 에헤에 잘 콰니어 오

조금 날이 우중충 하네 에헤에 잘 됐어 오


헤에에에이 헤이야이 허이여어


저기 물허벅 정 가는 바바리덜 아니꽈?

저기 물허벅 지고 가는 처녀들 아닙니까?

맞수다 비바리덜 착하곡 막 곱댄들 헙디다

맞습니다 처녀들 착하고 아주 예쁘다고 하던데요

아니꽈? 맞아마씸 맞아마씸

아닙니까? 맞습니다 맞습니다


헤에에에이 헤이야이 허이여어


영허랜하난 영 했수다만은

이렇게 하라고 해서 이렇게 했습니다만

경허랜하믄 경하쿠다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랑몰라 봐봐사 알주

말해서 몰라 봐야 알지

고랑몰라 봐사주

말해서 몰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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