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my Bolin 토미 볼린 [Teaser]
가지치기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행복한 일 중에 하나이다. 호기심은 거미줄 같이 촘촘히 엮인 가지치기를 통해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간다. 푸른 미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설레임과도 같다.
일전 다루었던 Billy Cobham 빌리 코햄의 [Spectrum] 앨범을 들은 후엔 드러머가 주인장인 앨범에서 세션으로 참여했던 어느 기타리스트의 범상치 않은 스트로크에 감탄하게 된다.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25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들이 한 둘이었을까. 이후 이 친구가 천하의 Deep purple 딥 퍼플의 앨범에도 참여했으며, 25살의 나이에 타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거쳐간 발자취와 수준에 놀라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집에 슬그머니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감탄하고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60,70년대 락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덜 정돈되고 좀 더 자유로운 방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사운드를 정립하는 때였던 만큼 다양한 에너지들이 사방팔방에서 뻗어져 나오던 즐거운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Tommy Bolin 토미 볼린의 기타 사운드를 듣고 있노라면 왜 내가 이 시대의 고착되지 않은 사운드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곱씹게 된다. 그런 열려 있는 연주의 의미에서 그가 멤버로서 참여했던 앨범들, 솔로 앨범들을 가지치기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값지다고 얘기하고 싶다. 특히 락 음악에서 일렉 기타의 비중을 눈여겨보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물인 것이다.
예를 들어, 조금은 서툴더라도 젊은 매력의 거친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면 Zephyr 제퍼 시절의 앨범이 끌릴 만하다. James Gang 제임스 갱 시절의 앨범들은 작곡 능력까지 겸비하여 밴드 사운드를 자신의 다양함으로 리드하던 면모를 볼 수 있다. Deep purple의 거장들이 이 젊은 친구를 영입해 만든 하모니는 Ritchie Blackmore 리치 블랙모어 시절과는 또 달라 그 차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게 여정을 지나치고 있노라면 그 끝에는 두 장의 솔로 앨범이 기다린다. 멤버의 일원으로서 협연을 통해 만들어낸 시너지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대로 투영한 앨범만큼 재미있는 게 있을까. 그래서 [Spectrum]이 좋았던 이들이라면, 다음 순서를 [Teaser]로 연결하는 것도 감흥을 이어가기에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Teaser]는 앞서 얘기한 시기의 앨범들과는 또 다른 화풍을 보인다. 불란서 코스 요리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내가 운운하기 그러하다만, 이를 파인 다이닝이라고 비유하고 싶다. 락 기타리스트만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장르들을 흡수하고 있다. 자유로운 재즈, 감성적인 팝, 들썩들썩 레게 등 자신이 사용할 신선한 재료들이 앨범에 그득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세심하게 공들여 요리했다는 기운이 전체를 흐르고 있다. 38분여를 지나 플레이가 끝났을 때 기분 좋은 성찬을 받았다는 경험은 이 때문이다. 날다 긴다 수많은 락 기타리스트들이 솔로 앨범들을 내었지만, 이렇게 전형적이지 않은 사운드는 오랜만이다.
<Dreamer>, <Savannah Woman>과 같이 연타석으로 터져 나오는 홈런이 청자들을 훅 사로잡을 것은 당연하기에, 나는 그의 음악 세계를 잘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곡으로 선곡을 이어가 본다. 인트로에서부터 전개해 나가는 과정, 세심한 터치, 우아하게 건네는 손짓까지, 처음 들었던 당시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시야가 넓어지면 그때는 몰랐던 것이 보인다고 하던가?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요리를 음미한 맛과 분위기가 혀에 남아있으니 미식의 기준이 올라간다. 그리고 한 단계 세계를 넘어선다. 그 즐거움을 알기에 이렇게 끊임없이 고전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볼 수 있는 것이다. [Teaser] 앨범은 그 여정의 중간에 자신 있게 자리하고 있는 스토리이다.
Tommy Bolin [Teaser] 1975년 <Homeward Strut>
https://youtu.be/PvO1LJFqqGw?si=lxmDaubleg2ogI6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