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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Mar 19. 2023

그루브의 정석

Billy Cobham [Spectrum] <stratus>

어떻게 보면 Jazz 재즈를 듣게 되면서부터 더욱 drum 드럼과 bass 베이스 악기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과거를 향유했던 수많은 Rock 드러머가 스쳐 지나가지만 타임 키퍼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을 입혔던 재즈 드러머와 베이시스트의 연주들을 찾아볼 때마다 이 명제는 더욱 커졌다.

특히, 재즈란 음악은 스튜디오 녹음보다는 라이브가 거의 모든 것일진대, 재즈 바에서 협연을 직접 느낄 기회가 주어지면 이 파츠들로부터 느끼게 되는 감흥은 배가 된다.

팀의 멤버들이 불꽃처럼 교차하며 내뿜는 찰나의 드러밍과 베이스의 중저음은 귀가 아닌 심장으로 꽂히게 되는데, 과연 이 뿌리들이 없다면 피아노와 기타, 트럼펫 파트는 얼마나 공허해 질까 싶은 것이다. 그냥 허공에 깽깽이를 치는 격일 것이다.


70년대 이후 퓨전 재즈, 재즈 rock 시대가 되면 뮤지션들의 기량은 더욱더 저 우주로 가버려 타이트한 합을 요구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어릴 때에는 40-60년대의 조금은 느슨한 약속이 좋아서, 이 맛이 좋아서 스윙과 비밥 재즈, 많이 가야 하드밥 정도까지로 편애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편견을 조금만 걷어내어 보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보석은 도처에 널린 법이다. 퓨전 재즈 시대의 중요한 드러머였던 Billy Cobham 빌리 코헴의 첫 번째 앨범 또한 그 가치에서 top을 달릴 수 있다고 감히 판단한다.


본 앨범에는 Billy Cobham의 화려하고 정교한 드러밍은 상수로 두되 반가운 멤버들 또한 포진되어 있다. Keyboard의 Jan Hammer 얀 해머가 그러하고, 향후 생뚱맞게 Deep purple 딥 퍼플에서 만나게 될 기타리스트 Tommy Bolin 토미 볼린이 그러하다.

대부분의 곡은 Billy Cobham이 직접 작곡, 편곡을 담당하였는데 그 완성도는 [Spectrum]이라는 앨범의 제목 말마따마 여러 리듬의 곡에서 찬란하며 각 멤버들이 맛깔나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협연 또한 아름답다. 곡 단위가 아닌 앨범 전체의 완성도로 치켜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단순히 밴드에 기여하는 드러머라기보다는 뛰어난 음악인 자체이다.


그리고 반드시 한곡으로 언급하고 싶을 때 모두가 손을 들 수밖에 없는 <Stratus>가 있다.

과거 LP 시절의 처음 대면했던 충격을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본 곡은 A면의 즐거움을 충분히 즐긴 후 도넛을 뒤집었을 때 나타나게 될 B면의 첫 번째 곡으로 포진하고 있다.

처음을 장식하는 키보드와 변칙적인 드러밍이 분위기를 서서히 고조시키고 구름 속에서 헤매고 있을 찰나,

불현듯 층운을 뚫고 튀어나오며 선언을 하는 듯한 베이스 라인. 갑작스런 환기에 모두가 머리를 들고 어리둥절하게 집중을 하고 있으면, 고개는 자신도 모르게 그루브를 타고 있다.

흐르는 flow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tommy bolin의 일반 재즈 기타와는 다른 맛깔난 솔로 명연과 Jan Hammer의 키보드가 함께 한다.

이 베이스 라인은 한순간에 모두를 매혹시킬 정도로 유명한데, 향후 Massive attack 매시브 어택은 본 베이스 루프를 따서 그들의 데뷔앨범 [Blue lines]의 첫 번째 곡 <Safe from Harm>에 차용하며 포문을 열기도 한다.


<Snoopy’s search/Red Baron>까지 마지막 여행을 돌고 나면 좋은 명품 옷을 걸치고 나온 느낌이다.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알았으니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싶은데 말이 된다.

좋은 음악을 알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삶에서 무서운 것이 사라지고 자존감 가득한 희망이 생겨난다.


적어도 나로서는 그러했고,

..그러하다.


Billy Cobham [Spectrum] 1973년 <Stratus>

https://youtu.be/_VakN0BA2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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