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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Mar 11. 2023

검고 하얀 밤을 그렇게 걸었다

못 Mot [비선형 Non-Linear] <날개>

인트로를 들을 때부터 머리를 둔탁하게 때리는 멍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경우가 사실 얼마나 되겠나.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이쁜 언니의 숲 속 향기를 느끼듯 그런 경우가 수시로 많았으면 좋겠지만.

먼지 섞인 다락방에서 길어 올린 타악기의 둔탁함으로 시작하는 인트로.

못 Mot의 첫 번째 앨범의 첫 곡을 CDP에 올려놓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바로 그 소중한 느낌을 정면으로 받았다.

선명하게 기억하는 그 순간의 전율.


고루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한국 음악 지도에서 깊이 새길 나이테임에는 분명하다.

앨범의 라운드가 다 돌아간 후 어떤 느낌을 받았냐 하면,

‘와… 젊은 에너지는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 생각 자체를 할까?’


즉, 대중음악, 인디음악 가릴 것 없이 기존에 루즈하게 동의하고 있는 문법과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변주된 리듬, 일렉트로닉이 Rock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도화지, 재즈적인 표현법, 소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 완벽주의자의 집착, 음악을 풍경으로 표현해 내는 회화적인 방법론, 건조하게 튕겨내는 콘트라베이스 어쿠스틱 소리는 차별화된 색채를 덧칠해 주었고.

그가 표현해 내는 ‘못’은 동공과 같이 깊디깊어서 그 검고 회화적인 매력의 깊이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와.. 어떻게 이런 창법으로 노래할 생각을 할까?’


이이언은 기존에는 전혀 겪어보지 못한 중성적인 창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내보여 주었는데, 아름다운 가사를 처연하고 음울하게 되새겨주는 그 나르시시즘에 빠져버리면 한 동안 그 진득한 뻘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어찌 이렇게 독특할 지점을 선보일 수 있을까.

이게 당시 개인적으로는 꽤 큰 충격이었는데, 1집 앨범 <비선형 Non-Linear>을 들은 연후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이언 그는 어떤 어린 시절을 겪고,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이런 생소한 접근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나의 견고하게 굳어버린 생각의 두께는 얼마나 단단할까. 과연 나는 그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선형적인 그래프를 그리는 나의 인생에서 비선형적인 함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다가오는 음악은 아니겠지만, 그 충격의 여진은 꽤 커서 아직까지도 한 번씩 손이 가게 되는 앨범들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급지다’란 말을 쓰고 싶다. 살롱의 고급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소리 하나, 시적인 가사 하나, 멜로디 하나하나에 장인 수준의 공이 들어갔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기에 명품에서 느끼는 '고급'이란 표현을 쓰고 싶은 것이다.  

'미학'이란 단어, 그 단어를 붙여주고 싶은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한곡을 차지하기엔 경쟁이 너무 거세다.

<날개>를 들을 때면 하얀 침대에 기이한 형상으로 부둥켜안고 있는 어느 연인의 아침이 연상된다.

때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야행>이 떠오르기도 했다. 광기의 연인이 달려가는 끝이 존재하는 절벽.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이카루스를 형상화하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연인.

나도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지.

나도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지. 젊은 마음에 거울에 도취되어 되뇌기도 했다.



못 Mot [비선형 Non-Linear] 2004년 <날개>

https://youtu.be/Gd1RNbhF6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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