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Mar 24. 2023

나라를 구하는 덕후

윤병주 노이즈가든 <향수 II>

줄 세우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타를 잘 친다고 생각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윤병주 아저씨를 꼽고 싶다. 

논란거리 가득한 명제이지만 개인적인 단언이다.

기타를 잘 연주한다는 것은 초절기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공들여 연구한 가장 자신에게 잘 녹아든 사운드를 라이브에서건 스튜디오에서건 제대로 드러내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과거 클래식들을 참조는 하되, 그의 음악은 온전히 그의 음악으로 표현된다. 

난 사람인 것은 맞고, 고집이 있는 사람인 것은 맞다. 그래서 더욱 뮤지션이다.


과거 90년대. 쌍팔년도의 시대가 지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메탈 씬은 이래야 한다는 어떤 관성 같은 것이 있었다고 본다. 

영어로 불러야 멋있고, 어떤 옷을 입어야 되고, 라면 피킹이 어떻고, 조악한 녹음,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 등. 

그리고 그런 통념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는 몇몇 선구적인 밴드가 있었고, 그 대표 격으로 윤병주를 꼽고 싶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윤병주는 이런 것을 피해의식이라고 했었고, 자신은 피해의식 없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Noisegarden 노이즈가든에 이어 Lowdown30 로다운30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자신이 좋아한다는 길을 가고 있다.

흔히들 척박하다는 대한민국 씬에서 묵묵히 지나온 것이 어느덧 30년이 된 것이다. 

아마 그는 그렇게 특별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평가될 것도 없다고 얘기할 것 같다. 자신은 좋아하는 음악 계속 가져가는 사람이다 라고 할 것 같다.

사실 그런 그의 단단함이 한국 Rock 씬에서 가장 큰 보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여러 동료들의 귀감이 되고 있을 것이다. 

결국 그가 좋아하는 ZZ TOP 아저씨, Warren Haynes 아저씨들처럼 할배가 되어도 그렇게 계속 음악 만들고 기타 치고, 공연할 것 같다.

한국에서도 할배들이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 정말 보고 싶네.


우스개로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두 검객이 외나무다리에서 서로 만난다. 둘 다 일렉기타를 거머쥐고 있다.

바람이 휘이이이잉.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미동도 하지 않는 잔뜩 긴장한 신켄쇼부의 찰나 

불현듯 폭산적 윤병주 아저씨가 묵직한 손을 높이 들더니 한 합으로 Em를 다운 피킹으로 한번 훑어버린다. 

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으으으으…..졌습니다.   

털썩.

뭐 이런…


그의 기타톤은 여타 앰프, 이펙터로 낼 수 있는 것이기는 하되 그만의 노브와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한번 긁어내리는 묵직한 톤에도 그의 서정적인 헤비함이 담겨 있다. 

즐겨하는 딜레이 조금 걸린 솔로잉은 또한 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연구하는 자만이 낼 수 있는 사운드이다. 

즉, 나는 그의 그런 순수하고 진지하고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이 너무 좋은 것이다. 

이는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기에 나올 수 있는 가장 높이 있는 가치이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덕후인가?

맞다. 그래서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자신의 표정으로 발현하게 된 덕후 중의 덕후이다.

덕후는 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나라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구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노이즈가든 [... But not least] 1999년 <향수 II> 

https://youtu.be/HT57aDqZcD8


매거진의 이전글 그루브의 정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