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 Getz / Luiz Bonfa
여기 세 장의 다른 색깔의 앨범이 있다.
색상은 다르되 앨범 커버가 비숫한 컨셉을 유지하는 것을 보아서 따로 또 같이를 드러내는 것이라 예상된다.
수집 욕구가 있는 분들은 이런 것 다 취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왠지 00 3부작 뭐 이런 것 같으니까. (Big band는 제외하고)
로맨틱하게 짙은 톤의 색소포니스트이자 브라질 보사노바 재즈로 우리를 이끌어준 Stan Getz 스탄 게츠.
그의 음악은 60년대 초반 일련의 보사노바 앨범을 통해 그래미 어워드를 석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하게 된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Getz/Gilberto] 앨범을 통해.
Jobim 조빔의 작곡과, Astrud Gilberto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이국적인 목소리, Joao Gilberto 주앙 질베르토의 받아주는 목소리와 낭낭한 기타, 두텁게 공기를 휘감아 오는 Stan Getz의 색소폰 소리, 찰찰찰찰 뒤를 받쳐주는 보사 리듬.
이 완벽체는 아름다운 저녁 성찬을 준비해 준 친구의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도 같다.
이를 한 고비 거슬러 본 지면에서 얘기하고 싶은 앨범은 세 가지 색깔 중 푸른 톤을 유지하고 있는 [Jazz samba Encore!]이다.
물론 줄을 세우고 싶은 의도는 추호도 없으나 개인적으로 세 장의 앨범에서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본 앨범을 내세우게 된다.
한 때 수개월 이 앨범을 들었던 때도 있을 정도로 미친 듯한 몰입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술 취한 뒷풀이 자리 프레이즈 하나하나를 입으로 흉내 내어 가면서 앨범을 즐겼던 기억도 선명하고.
사실 이파네마에서 온 언니가 너무 이뻐서 그랬던 것인지 오렌지색 앨범과 비교해 보면 인기가 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 기타리스트 Luiz Bonfa 루이스 봉파와 함께 한 본 앨범은 좀 더 불꽃 튀는 명연을 기대할 수가 있다.
오렌지색 앨범을 평할 때 잔잔한 보사노바 리듬 위에 감미로운 설탕이 가득 흩뿌려진 앨범이라고 한다면, 푸른 톤의 본 작품은 오랫동안 사귀어 왔던 진한 친구 같은 편안함과 동시에 때론 마구 운동장을 질주하기도 하는 번뜩이는 순간들이 온 사방에 존재한다.
즉, Luiz Bonfa 자체가 뛰어난 브라질리언 기타리스트이다 보니, 그의 살아 움직이는 핑거링이 화면을 가득 매우고 있는 가운데, Stan Getz도 이에 영향을 받아 좀 더 역동적인 블로잉을 구사하고 있다.
낭낭한 보사노바 리듬이 기본이지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BPM이 생동감이 있으며, 때로는 이파네마 언니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등장해서 쉼표를 찍어 주기도 하는 등 즐거움의 요소가 다채롭게 포진하고 있어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일전에 선물용으로 그만인 앨범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15 비슷한 의미로써 본 앨범도 그 대열에 일 순위로 들어가게 된다.
즉, [Getz/Gilberto]를 선물용으로 전하는 일반적인 방법에서 한발 비껴 난 후, 다채로운 느낌표 한 점을 토핑으로 뿌려 줄 수 있는 본 앨범을 선택한다면 더욱 값어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물론, 이젠 아무도 앨범 선물 따위는 하지 않는 시대입니다요.
곡을 돌고 돌아, 마지막에 도달하면 전체를 마감하는 <Ebony Samba (Alternate take>가 시작된다.
모든 친구들이 함께 나와 이제 우리 헤어짐에 아쉬워하는 듯 약간은 우울한(?) 보사노바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음악이 마감될 때면 항상 그 씬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10번 원탁 테이블에 비좁게 옹기종기 몰려 앉아 노란색 조명 아래에서 끝없이 웃음 짓던 시간들. 그 속에서 22시 방향 볼륨으로 울려 퍼지던 그 두터운 음악들.
새벽까지 마시던 술자리가 있었고, 항상 음악이 있었고,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이십 대는 음악만 들으며 놀았고, 이십 대 때 너무 잘 놀아서 그 응축된 에너지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아마 숨 넘어갈 때까지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빛바랜 앨범 속 빛나는 느낌표를 꼭 한번은 얘기하고 싶었다.
Stan Getz / Luiz Bonfa [Jazz Samba Encore!] 1963년 <Ebony Samba (Alternate take)>